<오후여담>퇴계의 제사

기자 2022. 9. 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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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풍속도 역시 해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 시대 최고의 성리학자로 꼽히면서도 간소한 제사상으로 유명한 퇴계 이황이나 명재 윤증 집안에 비하면 6종에 10가지 음식은 여전히 많다는 지적도 있다.

퇴계의 조부 노송정 종택은 추석 차례는 지내지 않는 대신 10월 셋째 주 일요일에 시제(한식이나 10월에 5대조 이상의 묘소에서 지내는 제사)를 지낸다.

퇴계는 제사의 형식과 예절에 대해서도 유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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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논설위원

추석 연휴 풍속도 역시 해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추석을 앞두고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간소화한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하면서 정신적 부담까지 줄었다는 가정도 적지 않다. 표준안에 따르면 제사상에는 과일(밤, 사과, 배, 감)과 3색 나물, 구이(적), 물김치, 송편, 술을 올린다. 전이나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조선 시대 최고의 성리학자로 꼽히면서도 간소한 제사상으로 유명한 퇴계 이황이나 명재 윤증 집안에 비하면 6종에 10가지 음식은 여전히 많다는 지적도 있다.

파평 윤씨 종가 명재 고택의 추석 차례상에는 포와 과일 3가지, 백설기, 차 등 4종류 6가지 음식만 올라간다. 차례상은 음식상이 아니라 다과상이기 때문이다. 음식량도 적어 과일은 종류별로 1개, 포도 1가지만 올린다. 명재는 평생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학문과 후학 양성에 힘을 써 살림이 늘 궁핍했다. 숙종이 얼굴 한번 보지 못한 그에게 우의정 벼슬을 내렸지만 끝내 고사하기도 했다. 그런 명성에 걸맞게 명재는 ‘제사는 간소하게 하라’ ‘부녀자들의 수고가 크고 사치스러운 약과나 전은 올리지 마라’ ‘제사상의 크기는 가로 99㎝, 세로 68㎝를 넘지 않게 하라’는 유지를 내렸다.

퇴계의 조부 노송정 종택은 추석 차례는 지내지 않는 대신 10월 셋째 주 일요일에 시제(한식이나 10월에 5대조 이상의 묘소에서 지내는 제사)를 지낸다. 설 차례상에는 과일 한 쟁반, 떡, 대구포나 명태포, 술 정도가 올라간다. 전은 원래 올리지 않았다. 시제 때도 과일, 전, 떡, 포 정도만 올린다. 퇴계는 제사의 형식과 예절에 대해서도 유연했다. 불천위 제사상을 정면에서 보면 왼쪽에 대구포가 놓인다. 퇴계 손주 며느리가 혼자 음식을 준비하는데 치맛자락에 걸려 대구포가 자꾸 넘어졌다. 이를 본 퇴계는 대구포를 가운데로 옮겨 놓고 제사를 지냈다. 퇴계는 상처한 뒤 재혼을 했는데 새로 맞은 부인 권씨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갑자사화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면서 충격을 받은 것이다. 권씨가 한번은 제사상에서 떨어진 배를 치마 속에 감추다 손윗동서에게 들켰다. 퇴계는 대신 사과를 한 뒤 부인을 방으로 불러 연유를 물었다. 부인이 ‘배가 먹고 싶어서 그랬다’고 답하자 퇴계는 그 배를 직접 깎아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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