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할퀸 포스코에 시간을 주자[현장+]

우경희 기자 2022. 9. 1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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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뉴시스] 강진구 기자 = 사진은 이번 태풍 힌남노로 피해 입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 가열로.(사진=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다 더 큰 사고 나는거 아니에요?"

포스코를 보는 눈이 안팎으로 불안하다. 초유의 천재지변이다. 포항제철소가 태풍 직격탄을 맞아 물에 잠기고 고로엔 불이 붙었다. 폭발로 오인됐던 불꽃은 설비에 들어찬 가스를 외부로 배출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진흙뻘에 뒤덮힌 압연공장은 언제 정상화 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까스로 가동이 재개된 고로도 못내 불안하다.

13일 오전 고용노동부 장관 조찬간담회에 모인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포스코 사태가 단연 화제였다. 그럴만 하다. 괜히 철강을 산업의 쌀이라고 부르는게 아니다. 포스코는 사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버릴게 없는 한우에 가깝다. 철강재, 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생가스, 찌꺼기까지 다 쓰임이 있다. 그런 포항제철소가 멈췄으니 연관산업 영향은 불가피하다. 당장 철강재가격이 치솟으려 움찔거린다.

포스코는 11일, 나흘만에 포항제철소의 상징 격인 고로를 재가동했다. 섭씨 1200도 이상 고열에서 365일 쇳물을 뽑아내는 섬세하고 특수한 장비가 고로다. 한 번 불이 꺼지면 고로 안에 쇳물이 엉겨붙는데다 고로 벽에 타일처럼 붙인 내화재가 깨진다. '대보수' 기간 외에는 고로를 멈추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강물에 휩쓸려 멈췄던 고로를 금세 다시 돌렸다. "제대로 고쳐진게 맞느냐"는 말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압연공정이다. 포스코 스스로도 언제 가동 재개될지 모른다고 할 만큼 피해가 크다.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도 철을 판재 모양으로 눌러주는 압연공정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철강재가 나오지 않는다. 포스코는 반제품(철강재 완성 전 단계)을 광양제철소로 보내 철강을 생산하겠다는데, 당장 철강을 써야 하는 경제계 입장에선 고마운 일이지만 광양제철소도 놀고있는게 아니다.

지금 포스코에 가장 필요한게 뭘까. 재계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코는 내부 지침에 따라 엄정하게 설비테스트를 마친 후 공장을 재가동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포스코 안팎에서 조급함이 짙게 읽힌다.

포스코가 긴급 현장복구 인력을 구하면서 제시한 일당 125만원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울산지역 한 기업 현장관계자는 기자에게 "저건 시급 5만원에 24시간 일해달라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했다. "밖에서 사람을 부르면서도 저렇게 절박한데 내부 직원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짐작이 된다"고도 했다. 직원들은 퇴근도 없이 현장에 매달리고 있을거라는 얘기다.

포스코 직원용 익명 애플리케이션에는 이미 관련 불만들이 수도 없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사할 시간도 없이 밤 새워 일하고 있다거나 고압장비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안전조치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찔한 증언들이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가 조기 재가동 압박을 크게 느낄수록 사고 위험은 커진다. 자칫 더 큰 사고가 발생한다면 산업계 여파는 예상조차 어렵다. 포스코가 내실있고 단단하게 정상화돼야만 중화학공업과 자동차, 전자, 소비재까지 모든 산업이 안정된다. 포스코를 믿고 기다려 줘야 한다.

포스코 스스로 복구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걸 인정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포스코엔 아직도 '못하면 영일만에 빠지라'는 '우향우정신'의 그림자가 남아있다. 우향우정신이 산업화세대에 카타르시스를 주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구호가 주는 짜릿함은 이제 현장의 완벽을 담보하지 못한다. '언제까지 공장 돌려라'가 아니라, 직원들이 얼마나 건강한 상태와 맑은 정신으로 현장에서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

이제는 안전이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가치가 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포스코엔 더더욱 시간이 필요하다. 중대재해법의 서슬이 퍼렇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피해가 자칫 다른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뜩이나 최근 일부 지역여론의 원색적인 공격을 받았던 포스코다. 이번 위기는 극복 과정에서 지역사회 안에서 포항제철소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만약 다른 사고나 부실정비로 이어진다면 또 다른 공격에 직면할 수 있다. 현장이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는지, 직원들의 상태는 정상인지 시간을 들여 확인하고 보수계획을 계속해서 정밀하게 다듬어야 한다.

포스코와 밀접한 한 기업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재고가 떨어지면 좀 비싸더라도 일시적으로 사올 곳은 많지만 아예 거래선을 바꿀 기업은 없다"며 "근본적으로 포스코를 대체할 기업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포스코가 빨리 보다는 건강하게 정상화하기를 바란다는 얘기다. 포스코가 추구하는 가장 숭고한 가치가 바로 기업시민이다. 다른 시민들은 기업시민 포스코를 기다릴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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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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