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하정우의 얄밉도록 영리한 선택

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2022. 9. 1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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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사진제공=넷플릭스

2년여 만이다. 다작배우의 대명사로 소처럼 일해 '소정우'라 불리던 하정우 아닌가. 그가 무려 2년여동안 칩거 아닌 칩거 끝에 대중 앞에 얼굴을 드러냈다.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 '수리남'을 통해 하정우는 2년 반만에, 그리고 2007년 드라마 '히트' 이후 15년 만에 시리즈물로 컴백을 알려왔다. 영화로만 1년에 2~3편은 얼굴을 비쳤던 하정우가 2년여동안 침묵한데는 일련의 논란과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다. 회사원처럼 꾸준하고 성실하게 작품활동을 해왔던 그가 오랜 잠행 끝에 내놓은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6부작 시리즈 '수리남'이다. 

남아메리카에서 국토 면적이 가장 작은 국가의 이름인 수리남에서 마약왕으로 악명을 떨치던 한국인 범죄자의 체포 사건을 그린 이번 영화에서 하정우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강인구 역을 맡았다. 

베트남 참전 군인이었지만 평생 가난을 못 벗어난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를 그마저도 일찍 여의고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생계전선에 뛰어든 인구는 두 동생을 먹여살리기 위해 온갖 일을 한다. 그리고 동생들이 독립하자 이제 그 부양의 의무는 아내와 두 아이들에게로 넘어간다. 타고난 수완과 눈치로 카센터와 단란주점을 운영하며 그럭저럭 먹고 살 만해지지만, 이렇게 살다가는 아버지처럼 평생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란 생각을 하던 인구. 배를 타는 친구 응수에게서 홍어를 먹지 않고 내다 버린다는 기회의 나라 수리남에 대해 듣게 되고 가진 재산을 정리해 수리남에 홍어사업을 하기 위해 떠난다. 처음에는 순조롭게 흘러가던 홍어사업. 그러나 인구의 홍어배에서 코카인이 발견되고 삽시간에 마약사범이 돼 수리남 감옥에 갇히고 모든것을 잃게된다. 타국의 감옥에 갇힌 인구를 찾아온 국정원 최창호 팀장(박해수)은 그가 누명을 쓴데는 수리남에서 목사행세를 하고 있지만 실체는 마약범죄자인 전요환(황정민)의 계략 탓임을 알려주고, 전요환의 조직에 침투할 것을 부탁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살아가기 위해 사는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변화가 필요했다."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부모님과 달리 한 방의 인생 역전을 꿈꿨던 남자가 먼 이국 땅에서 겪는 목숨을 건 모험은 이 대사에서 출발한다. 스토리라인에서 알 수 있듯 '수리남'은 인구의 인생에서 출발해 인구의 시선에서 그의 세계관 안에서 펼쳐지는 작품이다. 하정우는 어린나이에 생활고를 겪으며 산전수전, 공중전을 헤치며 살아온 배짱 두둑한 남자 인구 역을 맡아 느물느물하면서도 강단있는 '비즈니스맨'을 연기한다. 그리고 한국 근현대사에 빼놓을 수 없는, 처자식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우리네 아버지로 변신해 먼 타국에서 '돈의 논리'로 움직이는 현실적인 남자를 표현해낸다. 

결론적으로 많은 명배우들이 연기 향연은 펼쳐내는 이번 작품에서 하정우는 작품의 스토리를 주도적으로 쥐고 흔드는 강인구로 분해 '수리남'의 뼈대를 완성하고 주춧돌을 쌓아올렸다. 황정민과는 '칼과 방패'처럼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면서, 보는 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쾌감을 선사한다. 오랜 숙고와 침묵 끝에 내놓은 그의 선택을 옳았던 셈이다. 

오랜 영화적 동지이자 절친인 윤종빈 감독과의 안정적인 작업이라는 점에서 하정우에게 복귀작으로는 최고 장점이 아니었을까. 자유로운 작업을 보장하는 넷플릭스의 프로덕션 스타일과 상대배우 황정민과의 호흡도 하정우에게는 메리트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수리남'은 지난 9일 공개 이후 '시간 순삭', '논스톱 감상', '오랜만에 보는 수작' 등 호평을 이끌어내며 넷플릭스 자체적으로도 오랜만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넷플릭스 전세계 스트리밍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오르며 향후 세계 시청자 반응에 대한 기대도 걸어볼만하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극중에서 황정민이 가짜 성직자와 마약왕을 오가며 양면적이고 보다 드라마틱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하정우는 현실에 뿌리내린 평범한 남자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희대의 사기꾼과 그를 속이는 고도의 두뇌플레이, 차가운 포커페이스가 배우들의 연기 내공을 느끼게 한다. 속고 속이는, 반전과 스릴이 이어지며 인구의 캐릭터 역시 점차 대담하고 남성적인 면모를 더욱 강하게 드러내며 하정우 역시 황정민 못지 않은 강렬한 모습을 선보인다. 

포기를 모르는 협상의 달인이자 철저히 돈의 논리에 따르는 비즈니스맨 강인구, 평범한 남자가 마약범죄 소굴에 잠입해 주도적으로 조직을 소탕하고 라이벌 조직을 자극해 작전을 이끌어가는 설정은 다소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실재하지 않을 듯한 인물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것은 하정우의 힘이다.

2년여 만에 돌아온 하정우와 그의 단짝이 만들어낸 '수리남'은 영화적 매력이 충만한 작품이다. 그리고 영화적 재미들로 가득한 이 작품에서 하정우의 얼굴은 반가움을 더한다. 어렵사리 돌아온 그가 다시 소처럼 부지런히 다작배우로 활동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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