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하기 어려운 112 신고, 숫자 버튼만 '똑똑' 누르세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가정폭력 신고는 2019년 24만439건에서 2021년 21만8669건으로 감소했다. 신고건수는 감소했지만 가정폭력이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와 외출 제한 등으로 피해자가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신고가 어려웠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휴대전화상의 숫자 버튼만 ‘똑똑’ 눌러도 112 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아동학대 등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 있어 말로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마련한 조치다.
경찰청은 ‘말 없는 신고’ 사건에서 신속한 초동조치와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도록 새로운 112 시스템을 홍보하는 ‘보이는 112’ 캠페인을 제일기획과 함께 진행한다고 13일 밝혔다. ‘보이는 112’는 경찰청과 제일기획이 협업을 통해 만든 시스템이다.
새 시스템은 대화가 곤란한 신고자가 112로 전화를 걸어 경찰관 안내에 따라 숫자 버튼을 ‘똑똑’ 누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찰관이 신고자 휴대전화로 ‘보이는 112’ 링크를 발송하고, 신고자가 링크를 클릭하면 신고자 위치와 현장 상황 동영상 등이 112 상황실로 전송된다. 상황요원과 피해자 간 비밀 채팅도 가능하다.
이 시스템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나 폭행, 음주운전 등 각종 범죄 현장에서 노출을 원하지 않는 목격자가 신고를 할 때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경찰청은 지금까지 112 통화 연결 후 아무 말이 없는 신고를 ‘비정형 신고’로 정의하고 대응법을 매뉴얼에 반영해 상황실 요원들을 교육했다. 앞으로는 이러한 신고 유형을 위급상황 신고 방식의 하나로 공식화하고 새 시스템과 연계해 대응 속도와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경찰청은 새 시스템 소개 영상을 만들어 각 부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오프라인 전광판 등을 통해 홍보할 예정이다. 또 전국 경찰관서 112 상황실장들을 대상으로 캠페인 취지를 설명하고 매뉴얼을 숙지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똑똑’은 위치추적이 어려운 알뜰폰으로도 가능한 신고 방법”이라며 “이번 캠페인으로 위기에 처한 국민이 용기를 내 신고하고, 경찰관 누구나 상황을 빠르게 파악해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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