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홍기 PKF서현회계법인 대표 "회계시장 성숙 위해 빅4 외에도 중견 플레이어에 기회줘야"

장윤서 기자 2022. 9. 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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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5조원 이상 기업 빅4 독식하면 독과점 심화
서현, 독립채산 방식이 아닌 '원 펌' 운영
배홍기 PKF서현회계법인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 위치한 서현회계법인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조선비즈

“회계시장의 성숙과 투명성 향상을 위해서는 빅4(삼일·삼정·한영·안진) 회계법인 뿐 아니라 다른 중견회계법인에도 플레이어로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배홍기 PKF서현회계법인 대표이사는 지난 5일 조선비즈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2조원 이상 대기업에 대한 회계감사를 ‘가군’ 회계법인인 빅4가 전담하게 된다면 회계시장의 ‘쏠림현상’이 더욱 굳어질 확률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당국이 부실감사를 막기 위한 취지로 지난 7월 감사인 지정제 개선안을 내놓았다. 감사인 지정제도란 독립적인 외부감사가 필요한 기업을 대상으로 증권선물위원회가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감사품질이 우수한 회계법인을 지정받을 수 있도록 기업군(群) 분류를 개선했다. 쉽게 말해, 현행 제도는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의 경우 이른바 ‘가군’으로 분류된 빅4 중심의 대형 회계법인들만 지정감사를 맡을 수 있는데, 해당 기준을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견회계법인들은 빅4 회계법인의 감사시장 독과점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빅4의 2조원 이상 회사에 대한 감사점유율은 95%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런데 감사인 지정대상 분류 기준을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에서 2조원 이상으로 기준을 확대하면 빅4만 더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이에 15개 회계법인으로 구성된 ‘중견회계법인협의회’는 금융위원회에 감사인 지정제 개선을 위한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의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기업의 자율성 측면에서도 기업 군 분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협의회는 지정감사대상 자산 2조원 이상의 대형기업은 해당 회사의 제반 상황을 감안해 회계법인을 자체적으로 결정할 능력과 권한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융위원회 자료 발췌

배 대표는 “중견회계법인에게 규모가 작은 회사만 지정한다면 법인의 실질적 감사역량과 품질향상 기회가 박탈됨으로 성장사다리가 끊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람직한 회계 시장의 발전을 위해 회계 품질 관리를 잘한 중견회계법인을 다수 양성하는 방향이 적절하다고 본다”며 “중견회계법인 중 품질관리를 잘하는 곳과 못하는 곳에 대한 차등을 둬 감사품질향상을 견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가군 뿐 아니라 ‘감사 품질관리가 잘 이뤄진’ 나군 등에게도 균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중견회계법인인 PKF서현회계법인은 빅4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PKF서현회계법인은 지난 2018년 이현회계법인과 서일회계법인의 분할통합으로 새롭게 설립된 회계법인이다. PKF서현회계법인은 대부분 로컬법인들이 채택한 독립채산 방식이 아닌 ‘원 펌(one firm)’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독립채산제와 원펌(조직화된 펌)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구성원에 대해 정액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원펌)인지, 혹은 회계사가 수임해 업무를 수행한 만큼 보상을 가져가는 방식(독립채산제)인지로 구분된다.

그는 ‘원 펌’ 운영 체제를 통해 감사품질을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배 대표는 “서현의 가장 큰 특징은 중형회계법인 중 거의 유일하게 조직화·전문화·대형화를 지향하고 있는 점”이라면서 “조직화라는 것은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이 정액 급여를 받으며 업무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액급여 외에 차후 품질평가 등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받도록 보상체계가 수립됐다”며 “각 구성원들이 투입인원이나 투입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감사품질관리를 위한 노력을 자연스럽게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서현의 품질관리실 인원수는 금융위가 정한 최소기준 이상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면서 “품질관리실 구성원들의 직급도 대다수가 파트너급으로 구성돼 있어 이들이 현업에서 발생하는 각종 회계 및 감사이슈에 대해 사전·사후 심리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PKF서현회계법인은 오는 2024년까지 매출액 1000억원 규모의 ‘빅5′ 회계법인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2018사업연도 당시 143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0년도에 302억원으로 급증하며 출범 이후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회계감사 매출은 78억원에서 167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2021년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42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배 대표는 “전 구성원 공통의 가치를 바탕으로 품질 중심의 견고한 성장을 이어나간 결과”라면서 “내년 매출은 550억을 목표로 하며, 2024년까지 매출액 1000억원 달성을 통해 명실공히 회계업계의 빅5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장기 목표”라고 말했다.

PKF서현회계법인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빅4 회계법인 출신 임원 영입에도 힘쓰고 있다. 실제 회사는 지난해 빅4 출신 임원을 지속 영입하고 있다. 그 역시 빅4 출신이다. 배 대표는 삼정KPMG에서 감사본부장과 마케팅 부문장, 컨설팅부문 부문장 등을 거쳐 지난 2020년 PKF서현회계법인 컨설팅부문 대표, 지난해 6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PKF서현회계법인은 특히 세무 부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배 대표는 “회계감사는 시장의 인정을 받고 있고 세무는 이미 ‘마켓 챔피언’의 자리에 있다”면서 “감사와 세무 부문은 보다 프리미엄 시장에 최적화되도록 할 것이며, 올해는 M&A 자문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배 대표는 최근 홍대순 교수의 교수의 저서 ‘한국인에너지’라는 책을 인상깊게 읽었다고 했다. 이 책에서는 ‘한국인은 정이 많고 부지런하며 의리있으며, 어린아이와 같은 자유분방한 ‘네오테니(Neoteny)’와 같은 기질이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네오테니란 성장해서도 어린시절의 특성을 유지, 발전시키는 것으로 자유분방하고 활력이 넘치며 호기심과 장난기가 가득한 기질을 말한다.

배 대표는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 안에서 시작되는 내적동기와 네오테니를 발현시키며 일하는 것이 서현과 우리 고객의 성장을 견인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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