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칼럼]블록체인 산업과 암호화폐
최근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신문 기사나 연구발표 등을 접하면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대부분의 관심이 코인·토큰·NFT와 같은 암호화폐 투자 영역에 몰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 대중은 블록체인 비즈니스 산업을 암호화폐 거래가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산업을 조성하고 운용하기 위한 핵심 수단일 뿐이다.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한 참여자들의 공헌도에 따라 암호화폐가 보상으로 주어지며, 이 보상을 통해 생태계가 운영되고 발전한다. 과격하게 말하면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운용 수단에 불과하다. 암호화폐 거래 및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둔 국내 블록체인 정책은 근본적인 탈바꿈이 필요하다. 현재의 블록체인 산업 정책 기조를 분석하면 사안의 본질인 블록체인 산업 진흥을 외면한 채 부수적 현상인 암호화폐 거래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조망한다면 암호화폐 본질과 유통 및 발전을 예단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최근 루나 사태와 같은 시장 공황을 예상하고 방지할 수 있다. 근시안적으로 암호화폐 거래 규제정책에 집착하기보다는 정작 중요한 암호화폐를 채굴(발행)하는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우선이다.
블록체인 생태계란 중앙집권방식이 아닌 민주적 분권주의에 의한 참여자들의 정보 공유와 이들 간의 지배적 합의에 의해 기능하는 유기적 집합체이다. 인류 탄생 이래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중앙집권적 통치방식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혁신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결국 블록체인 생태계는 정치·경제·산업·문화·의료·행정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존의 중앙집권적 운용 지배를 혁신, 지금껏 보지 못한 민주적 통치와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다. 암호화폐를 이해하기 전에 이들을 발행 및 운용하는 블록체인 생태계 이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블록체인은 참여자 간의 정보 공유와 이들 간의 운영상 합의를 기반으로 한다. 공통의 목적을 가진 참여자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통해 생태계에 공헌한다. 일반적으로 생태계 참여자 수가 많을수록 블록체인 공헌도가 높다. 특히 손바꿈이 많은 업무를 기반으로 하는 공급망 관리 등에 효과가 높다. 예를 들면 기존 공급망 시스템에서는 참여하는 각 기관이 자신이 처리한 데이터를 분리 저장함에 따라 참여기관 간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못해 상품이나 연관 데이터 및 현금 흐름 정보가 고립화된 특징을 보인다.
공급망을 타고 흐르는 순차적 업무 연결 시 가장 큰 애로점이 정보 정확성 여부 및 판단이다. 제공된 정보와 기관이 보유한 기존 정보 간 일치 여부, 정보의 오류 발견 및 확인에 상당한 업무 노력이 투입된다. 생산자와 공급자 및 소비자 간 정보의 순차적 연결로 말미암아 실시간으로 유기적인 정보 공유가 불가능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공급망사슬관리(SCM) 같은 정보시스템 체계가 구축되고 있지만 업무 복잡성, 국경 간 연결, 화폐제도와 물류관리 간 괴리, 정보 공유 미흡 등으로 화폐 흐름 파악이 지연된다. 블록체인 생태계로 공급망 사슬이 개혁된다면 부품업자, 생산기관, 창고 및 물류업체, 세관 및 해운회사 및 소비자 간 실시간 정보 공유 및 확인과 검증이 가능해진다. 리드타임이 혁신적으로 단축될 수 있다. 인력과 자원 절감이 가능하며, 기존 공급망 사슬에서 상품이나 자금 추적을 위한 참여기관의 개별 시스템 사용에서의 번거로움을 절감할 수 있다, 산업의 글로벌화로 공급망 사슬이 국제화됨에 따라 국내 물류뿐만 아니라 해외물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수출입이 활발한 한국은 다양한 국가와의 무역을 통해 원자재를 조달하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공급망 사슬 혁신이 산업계 및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해외 무역으로 인해 페이퍼워크 부담이 늘고 있으며, 느린 처리 속도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 공급망 구성원이 임의대로 데이터를 위·변조할 수 있어 구성원 간 신뢰 문제 또한 대두되고 있다. 블록체인 공급망 사슬 체계에서는 참여기관 간 업무정보 공유로 말미암아 손바뀜 업무 과정 및 배송상태 확인 등 상품과 현금 흐름을 실시간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참여기관의 악의성 데이터 위·변조나 해킹을 통한 불법거래 시도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2019년 PwC 설문조사에서는 미국 제조 산업 분야 최고경영자(CEO)의 24%가 공급망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계획 및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IBM, 오라클,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이 블록체인 공급망 관리 솔루션을 출시하고 있다. IBM에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식품 이력 추적 시스템인 Food Trust를 서비스화하고 있다. 식품산업에서 농장 공급자, 유통사, 소매점,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식품 생산 및 유통 이력 전반을 추적할 수 있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시스템을 월마트·네슬레·매코믹 등 미국 대형 식품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알리바바의 해외직구 플랫폼인 코알라에서는 블록체인 QR를 이용한 블록체인 화물 추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테슬라는 CCSC 및 SIPG와 함께 화물 방출 공정의 블록체인 시범 프로젝트를 마쳤으며, 배터리 주요 소재 공급망 추적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영국의 Everledger에서는 다이아몬드의 세부 정보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업로드, 생산부터 품질에 이르는 공급망 정보를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해외 각국에서는 복잡화된 물류 시스템을 일원화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SDS에서 Nexledger를 이용한 관세청 블록체인 수출통관 물류 서비스를 시범 운용했으며, 현대글로비스는 블로코와 함께 중고차이력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의 블록체인 공급망 구축에 비해 국내 기업의 블록체인 공급망 서비스는 미약한 실정이다. 국내 블록체인 기반 공급망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공급망 관련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산업계 이해도가 높아져야 한다. 담당 임직원은 물론 최고경영진의 포괄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이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공급망 사슬 기획 및 구축 전문 인력 확보와 야성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구성하는 참여기관이나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및 제도적 규제 방안 수립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참여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오피스 공간을 무상 또는 저렴하게 임대하고, 블록체인 기업들이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테스트하기 위해 필요한 설비 투자 및 네트워크 사용에 대한 바우처 사업과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할 수 있다.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 조성에 대한 정부 및 기업과 일반투자자의 더욱 높은 관심 및 참여를 기대해 본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smi9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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