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코치의 LG전 후기 "4월의 SSG 같은 느낌"
A코치가 소속된 프로야구 B구단은 최근 LG전을 치렀다. 이후 A코치는 경기장에서 ‘DER(수비효율)’을 화두로 기자와 대화를 했다. DER은 ‘인플레이타구의 아웃 비율’로 해당팀의 수비력을 종합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다.
LG는 12일 현재 DER 0.704로 SSG(0.702)를 근소하게 앞서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LG는 시즌 중반만 해도 DER로는 2~3위를 오갔으나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수비력이 단단해지고 있다. LG는 8월 이후로는 DER 0.726으로 동일 기간 순위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8월 이후 승률도 0.679(19승1무9패)로 1위다.
LG는 유격수 오지환, 중견수 박해민 등 출중한 야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각종 수비지표의 뼈대를 만드는 선수들이다. A코치는 선수들 면면을 살피던 중 다른 각도의 얘기를 했다. A코치는 “선수들이 열심히 한다”고 평했다. 얼핏 보자면 ‘사람 참 착하다’는 말처럼 추상적이고 피상적인 얘기처럼 들릴 수 있었다. ‘열심히’라는 것은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수식어 아니냐는 반문도 나올 순간이었다.
그러나 A코치가 주목한 핵심은 달랐다. A코치는 “그라운드에서 움직임을 보면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는) 보이는 것들이 있다. 요즘 LG는 경기 중 선수들의 집중력이 굉장히 좋다. 그게 수비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코치는 “한편으론 후반기 LG를 보면 시즌 초반 만난 SSG 같은 느낌이 든다. 이기는 패턴도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SSG는 개막 10연승으로 2022시즌을 맞았다. 개막 이후 첫 구간인 4월을 승률 0.792(19승1무5패)로 보내며 투타 지표 모두가 좋았지만, 특히 더 두드러진 것은 수비지표였다. SSG는 4월 한달간 DER 0.736라는 놀라운 수치를 찍으며 안정적으로 승수를 쌓아갔다. SSG 역시 유격수 박성한과 중견수 최지훈 등이 눈에 띄는 수비력으로 팀 수비지표의 바탕을 마련한 가운데 야수들의 집중력이 유난히 돋보였다.
‘진기명기’로 분류될 만한 인상적인 장면도 종종 나온다. 일례로 지난 7일 잠실 SSG-LG전에서는 8회 SSG 추신수가 좌중간으로 큰 타구를 날렸지만, LG 좌익수 문성주의 몸을 던진 수비에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외야수 입장에서는 담장을 살짝이라도 의식했다면 나올 수 없는 다이빙 캐치였다.
선수들은 부문별로 각각의 기술력에서 편차를 보이기 마련이다. 그에 따라 각팀 주전과 비주전이 가려지고, 팀별 우열도 갈리게 된다. 그러나 기술에서 큰 차이가 없을 때 발휘되는 힘은 ‘집중력’이다. 흔히 말하는 ‘정신력’과는 다른 차원에 들여다볼 만한 승부 속에서의 몰입도다. LG의 막판 레이스 얘기에 A코치가 주목한 것이 바로 그 대목이다.
순위권의 팀 선수라면 누구라도 집중력이 높아지는 계절로 들어서 있다. LG 선수들은 조금 더 서둘러 움직인 느낌이다. 정규경기 마지막 순위싸움 그리고 포스트시즌 패권 싸움도 그 지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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