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 상승률 둔화해도 경기침체는 피하기 어렵다 [핫이슈]
미국 물가 급등에 큰 영향을 미쳤던 유가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 한때 갤런 당 평균 4달러까지 올랐던 미국 휘발류 가격은 지난달 3달러 후반으로 떨어졌다.
호텔과 항공료, 중고차, 농산물 등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제품과 서비스 가격도 진정되고 있다. 중고차는 7월에 비해 2~3% 하락했고 호텔 요금도 5%가까이 떨어졌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8월 CPI는 전달보다 상승 폭이 둔화한 7.9~8.1% 사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받지 않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가 전달대비 0.3%,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7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5.9% 올랐는데 상승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돈줄을 죄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가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충격을 막는다며 2019년 풀었던 5조 달러의 부작용을 해소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고 있지만 미국에서 경기 침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 실업률은 3~4%대로 과거 경기가 좋지 않았던 때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고용시장은 미국 경제의 주요 척도다. 연준이 한 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수 있는 것도 견조한 경기 흐름을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연준으로서는 이것이 딜레마다. 경기가 꺾이지 않으면 사실상 근원 물가를 잡기가 어렵다. 결국 경기가 어느 정도 침체돼야 물가가 잡힌다는 뜻이다.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풀었던 돈으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거품도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거품을 빼기 위해서도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려야 한다. 연준은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유동성을 회수하고 싶겠지만 연착륙은 쉽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견제를 위한 공급망 재편 등 대외 여건도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들뿐이다. 예상하지 못한 돌발 악재가 생기면 금융위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경착륙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미다.
연준 인사들이 연일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금리 인상을 통해 어떻게든 물가를 잡아야 돌발 악재에 대응할 여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를 잡지 못하고 경기만 침체되는 최악의 상황은 미국 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엄청난 고통을 줄 것이다. 일단 물가를 잡아야 경기를 부양할 여력이 생기는데 현재로서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최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물가 목표 달성까지는 아직 멀었다. 수요를 확실히 억제시키기 위한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그의 발언이 자이언트스텝을 암시하고 있다고 분석했고 시장에서도 이달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올해 네 차례 인상을 거치면서 2.25~2.5%까지 올랐다. 이번에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면 한국 금리를 추월한다. 고물가과 고금리, 고환율은 당분간 뉴노멀이 될 것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는 특단의 정책을 펼쳐야 하고 기업과 가계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때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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