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원격의료' 서비스를 접었다고?..아마존의 속내는 [긱스]

2022. 9. 1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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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헌 굿닥 현장접수 스쿼드 PO 기고문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이 원격의료 서비스 ‘아마존 케어’(Amazon Care)'를 3년 만에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달 24일 내부 이메일을 통해 아마존 케어를 연말까지만 운영한 뒤 폐쇄할 예정이라고 공지했습니다. 업계는 아마존 케어 철수 결정에 의문을 표했습니다. 아마존이 지난해 여름부터 아마존 케어 대상을 미국 전역의 아마존 직원들로 확대했고, 다른 기업들로도 확장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이 헬스케어 사업을 포기한다는 시그널일까요?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굿닥의 김도헌 PO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김 PO가 분석한 아마존 케어 철수 배경과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전망을 한경 긱스(Geeks)가 공유합니다. 


 헬스케어 시장 노리는 빅테크 기업들

디지털 헬스케어는 모든 환자의 의료 여정을 보다 편리하고 접근하기 쉽게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비대면 진료 및 디지털 문진,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비대면 진료비 결제 등 환자 편의를 위한 디지털 방식의 의료 서비스들은 오프라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향상된 경험의 서비스를 제공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환자에게 새로운 의료 환경과 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국내에서도 환자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바로 병원에 전화하거나, 지도를 통해 위치만 확인하고 방문하는 빈도 또한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이제 환자들은 치료를 결정하기 전에 우선 네이버나 구글과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자신의 증상에 대해 검색해본 뒤,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플랫폼과 같은 디지털 제품을 활발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2019년에는 환자의 약 11%가 의료 서비스를 찾기 위해 디지털 제품을 사용했는데, 2021년에는 이 비율이 약 76%까지 치솟았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의료 서비스에 대한 디지털 경험이 중요시되고 실제로 사용되면서 몇몇 빅 테크 기업들은 더욱 진지하게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 시 가장 큰 영향력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된 기업으로 아마존(Amazon)이 있습니다.

  아마존과 디지털 헬스케어

아마존은 오랜 기간 헬스케어 사업을 준비했습니다. 무궁무진하게 성장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중심에서 헬스케어 카테고리 특히 의약품 판매와 물류산업은 아마존의 기존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마존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인수합병(M&A), 합작사 설립과 같은 행보로 헬스케어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8월 아마존은 2019년부터 3년간 임직원과 임직원 가족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던 ‘아마존 케어’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아마존 케어는 시애틀 본사 임직원 및 임직원 가족을 대상으로 시행한 원격진료 서비스로, 긴급하게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순간 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원격 의료 상담, 간호사 방문 검사, 예방 접종 등을 제공해 왔습니다. 지난 해 3월부터는 시애틀을 넘어 미국 전역으로 확장했고, 올해 2월 부터는 계열사인 홀 푸드 마켓(Whole Foods makret)을 비롯해 다수 기업에 아마존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며 점차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아마존이 헬스케어 서비스를 미국 전역으로 확장하다가 돌연 서비스 중단을 발표하자 많은 사람들이 궁금증을 품었습니다. 왜 아마존은 ‘아마존 케어’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일까요?

미국의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약 4조 달러 규모로 전자상거래 시장(약 0.8조 달러)보다 약 4배가 높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노인 인구 비율과 의료비가 비싸 GDP대비 헬스케어 지출 비중이 약 19% 수준으로 매우 높으며,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자 증가, 의약품 판매비 증가 추세를 보았을 때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거대한 시장에 도달하기 위해 아마존은 여러 전략들을 세우며 계속해서 기업 내 헬스케어 투자 비중을 넓혀왔습니다.

아마존의 헬스케어 시장 진입 흔적들을 따라가보면 어떻게 준비되어 왔는지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우선 2017년 10월 미국 12개 주에서 의약품 유통 라이센스를 취득하며 헬스케어 소매시장에 발을 붙였습니다. 이후, 2018년 6월 온라인 약국 필팩(PillPack)을 10억 달러에 인수하며 미국 50개 주에서 약국 라이센스 확보를 통해, 미국 내 처방약 유통시장의 온라인 비중이 10%에 불가한 상황에서 아마존이 갖고 있는 물류 인프라와 플랫폼 파워로 이를 선점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이후 필팩을 통한 처방약 온라인 배송사업을 시작하였고 이후, 아마존은 2019년 원격진료 스타트업인 ‘헬스 네비게이터’(Health Navigator)를 인수하며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하였습니다. 헬스 네비게이터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증상을 확인하고, 응급성에 따라 원격 진료, 의사 방문 진료, 응급실 방문을 분류해 주는 서비스였습니다. 이러한 헬스 네비게이터의 서비스를 아마존은 ‘아마존 케어’에 흡수시켜, 아마존 임직원 및 임직원 가족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벨류체인 구축

이로써 아마존은 원격 진료와 처방약, 의료기기 배송이라는 벨류체인 구조를 구축하였습니다. 아마존은 1) 기존 물류 인프라를 활용하여 월마트, CVS health와 같은 대형 오프라인 체인과 경쟁할 수 있는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하였고, 계열사인 홀푸드 매장내 약국을 설치할 수 있으며 지역 내 약 배송 거점으로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 아마존의 본질인 ‘전자상거래’에서 수많은 상품 DB와 구매 이력을 통해 유저를 이해하고, 알고리즘과 AI를 통해 유저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서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아마존의 핵심인데, 이러한 경쟁력을 계속 갖추기 위한 데이터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었습니다. 의약품 배송과 진료 기록은 개인을 이해하기 위한 강력한 데이터 중 하나로 이를 이해한다는 것은 생활 습관과 환경까지 알아내어 그에 맞는 상품군들을 추천하여 구매 유도로 이어지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예로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이나 혈당 측정지를 구매할 때, 함께 무설탕 간식을 추천하는 것처럼요.

또 하나는 3)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강화입니다. 아마존 프라임 구독자는 보험이 없어도 의약품 구매 시 최대 80% 할인과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한, 헬스케어 스타트업 젤스(Xealth)와 함께 대형병원과 파트너십을 맺어 환자가 퇴원하기 전에 의사가 앱을 통해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용품을 선택하면 환자에게 자동으로 목록이 전달되고 이를 아마존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마존 케어와 같은 서비스를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에게 제공한다면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창출하고 구독 유지율과 가입률을 증가시킬 수 있는 강력한 엔진으로 작동될 수 있을것 입니다. 애플도 애플원 서비스에 헬스케어 서비스를 붙히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4) 아마존의 사업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임직원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 비용 지출 절감을 목표로 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미국 내 직원 수가 110만 명을 돌파하였는데, 미국 의료보험은 보통 고용주가 고용인들에 대한 가족 보험을 가입해 주는 것이 일반적으로 임직원들이 증가할수록 고정비가 증가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료 상승을 막기 위한 임직원 건강 관리와 함께 건강 문제로 발생하는 임직원 이탈, 이탈된 임직원을 대체할 신규 인력 고용 및 교육과 같은 문제를 통제하고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활용하려고 하였습니다.

 아마존 케어의 철수 그리고 헬스케어 마켓 

아마존 케어 철수는 아마존의 헬스케어 시장 포기를 의미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약품 배송 벨류체인을 구축하고, 아마존 케어 서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B2C 서비스로 의료 시장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유저의 문제를 찾고, 경험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에 임팩트를 만들 수 없다고 판단하였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의료 서비스는 의료진이라는 공급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제공하기 어려운 서비스이기 때문에 충분한 의료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임팩트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원격 진료의 경우도 플랫폼 자체가 경쟁력이 높기보다는, 참여하는 의사수가 곧 수용 가능한 환자 수로 공급과 수요의 일치를 해결하는 것이 플랫폼 경쟁력이라고 판단됩니다. 결국 원격 진료 서비스에 의사가 참여하지 않으면 Facetime과 다를 것 없는 솔루션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아마존은 위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유나이티드 헬스 그룹(UnitedHealth Group)을 롤모델로 월마트(Wal-Mart)와 같은 시장 진입 전략을 갖추어 실행하였습니다. 그 사례로 최근 ‘원 메디컬(One Medical)’ 인수와 ‘시그니파이 헬스’(Signify Health) 인수에 뛰어든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미국은 기업이 의사 직고용을 통한 의료 서비스 제공은 불가능한데 아마존 회원과 프라임 서비스 이용자를 생각한다면 최소 몇천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1차 의료(primary care)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야 합니다. 월마트가 MeMD 인수를 통해 4천 개 이상 1차 의료 인프라를 확보한 것과 CVS health가 시그니파이 헬스 인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그 흐름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지금 미국내에선 이처럼 1차 의료 인프라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전망은

현재 OECD 국가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는 정부에 의해 병의원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로 공급자의 물리적 자원이 할애되지 않으면 의료 여정의 여러 단계에 걸쳐 환자 경험과 참여도가 단절됩니다. 그렇기에 의료 인프라를 확보하지 않고 제공되는 서비스는 환자들의 의료 여정을 혼란스럽게 만들 뿐만 아니라 결국 서비스 불신으로 이어지게 만듭니다.

이처럼 많은 유저를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디커플링된 솔루션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 인프라를 확보하여 서비스에 수직 통합시키는 것을 최근 중요한 경쟁력으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의료 산업은 서비스와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중요한 요소들을 파악하지 못하면, 서비스를 만들어져도 임팩트를 만들지 못하기에 원하는 목표에 따른 우선 순위 판단을 잘해야 합니다.

국내에서 굿닥의 경우에는 의료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2018년부터 병의원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여 현재 약 5000개 이상의 병의원들에게 접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전국에 있는 굿닥 서비스를 이용하는 병원에 방문한 환자들의 방문기록 등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의료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 강력하다는 증거로 올해 2월 오미크론으로 전 국민이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했을 때, 굿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병원들과 제휴하여 전 국민이 이용 가능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마켓에서 1위를 하며 아직까지 안정적으로 운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의료 인프라를 얼마큼 확보하느냐가, 미래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승자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도헌 | 굿닥 현장접수 스쿼드 PO (Check-in Squad Product Owner)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으로 유저에게 감동을 주고, 시장에 도달하기 위해 굿닥에서 메이커로 역할하고 있습니다. 과거 정신건강 서비스 닥터플라워 창업과 국내 최초 FDA EUA 제품을 만든 비비비에서 사업개발을 담당하며 시장에 임팩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헬스케어와 IT 비즈니스 이야기를 나누는 '올리버 비즈니스 리서치' 블로그를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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