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진부함, 그 자체 [OTT 리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진부한 요소들이 모여 진부한 작품으로 완성됐다. 잘 만든 작품일 수는 있으나 신선한 재미는 없는, 뻔하디 뻔한 '수리남'이다.
지난 9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감독 윤종빈)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이번 작품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공작'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윤종빈 감독의 오랜 영화 파트너인 배우 하정우와 '공작'으로 호흡을 맞춘 황정민, 이 외에도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등이 출연했다.
실제 수리남을 장악했던 한국인 마약왕을 소재로 한 '수리남'은 당초 영화로 제작될 계획이었으나 윤종빈 감독이 6부작 시리즈로 방향을 선회했다. 총 제작비 350억 원이 투입된 '수리남'은 올해 넷플릭스가 선보이는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중 기대작으로 손꼽혀 왔다.
이 가운데 공개된 '수리남'은 우선 이국적인 풍광으로 완성된 비주얼이 인상적이다. 코로나 19 여파로 해외 올 로케이션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으나, 제주도, 전주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진행된 로케이션 촬영과 CG, 미술 및 의상 등을 통해 남미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와 이국적인 풍경을 완성했다. 특히 제주도, 전주와 도미니카 공화국 촬영분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웰메이드 프로덕션을 보여줬다.
또한 극의 긴장감을 더하는 OST도 '수리남'의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다. OST만 듣고 싶어질 정도로, 이야기 전개와 딱 떨어지는 OST가 주는 힘이 강하다.
그러나 장점은 여기까지다. '수리남'은 늘어지는 전개와 이미 한국 범죄 영화에서 마르고 닳도록 보여준 이야기 전개 등 여러 마이너스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 먼저 이야기 전개다. 이미 많은 범죄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뤄왔던 언더커버 물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식상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다. 윤종빈 감독은 '민간인이 정보기관의 작전에 언더커버로 투입된 이야기'가 '수리남'의 차별점이라고 했지만, 이마저도 반복되는 이야기 패턴으로 차별점을 상쇄시킨다. 끊임없이 의심하는 전요환과 의심에서 벗어나 생존하기 위해 갖은 수를 쓰는 강인구라는 큰 이야기 줄기가 매회 반복되다 보니 극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뒷이야기가 예상 가능해질 정도다.
그나마 5회 중반에서 밝혀지는 반전으로 반짝 흥미를 끌지만, 반전의 효과는 거기까지다. 또다시 반복되는 이야기의 패턴이 10초 뒤 버튼을 누르며 봐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뻔하다.
또한 넷플릭스라는 OTT 플랫폼 시청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이야기 전개도 아쉽다. 배속재생이 기본일 정도로 지루한 전개를 참지 못하는 OTT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과는 맞지 않는 질질 끄는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다. 특히 1회 초반 TMI처럼 늘어지는 강인구의 인생사에 대한 서술 부분은 필요 이상으로 늘어져 초반 몰입도를 저하시킨다.
하정우와 황정민의 첫 연기 호흡이지만, 두 사람이 다른 작품에서 이미 많이 소비해 온 이미지의 연장선상이라 진부하기만 하다. 어디서 본듯한 기시감이 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첫 호흡이라고 하기 무색할 정도로 뻔한 그림의 연속이다. 이미 두 사람의 그간 필모그래피에서 봤을 법한.
그나마 조우진, 박해수가 그 식상함에 그나마 심폐 소생술을 한다. 특히 조우진이 연기한 변기태 캐릭터의 임팩트는 '수리남' 전체를 관통할 정도로 강하다.
여성 캐릭터의 활용도 아쉽다. '수리남' 속 여성 캐릭터는 전요환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 쓰이거나, 강인구가 한국으로 반드시 돌아가야 할 이유로 묘사되는데 그친다. 요즘 시류와 맞지 않는, 시대 역행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진부한 요소들을 더 진부하게 만들어 버린, '수리남'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수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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