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근무한 뒤 퇴임한 음악교사의 에콰도르 봉사활동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41년 6개월 동안 교단에 서다가 퇴임해 남미 에콰도르에서 음악 교사로 봉사활동을 했던 박계화 씨가 귀국해 '에콰도르 미완성 교향곡'(꽃씨刊)을 최근 펴냈다.
그는 2018년 11월 8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급거 귀국하기 전인 2020년 3월 23일까지 '호세 마리아 엘라스코 이바라 공립초등학교'에서 음악 교사로 봉사했다.
이 학교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학생 580명이 재학했고, 박 교사는 2∼7학년 12학급 300명에게 음악을 지도했다. 특별 음악반도 만들어 2시간씩 지도했다.
남미 공립학교에서는 음악이라는 교과목 자체가 없다고 한다. 어릴 때 누구도 악보를 본 적이 없어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은 음악 교사인 그를 에콰도르에 봉사단원으로 파견했다.
원래 파견 기간은 1년이었지만, 6개월 더 연장하면서 음악을 가르쳤다. 전 학년, 전 교사, 학부모가 참여하는 대규모 교향곡 공연을 준비하다가 코로나19로 중단하고 귀국했다.
박 씨는 1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교향곡 공연을 못 하고 돌아와 안타까운 마음에 책을 펴냈다"며 "코로나19로 지쳐있을 이바라 공립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마음의 백신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내 손길이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 내 발걸음이 누군가의 행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501일 동안 에콰도르에서 음악을 가르치며 어린이들과 함께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책은 '아직은 나도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에콰도르 개황, 1부 코이카 영월 환승역에서, 2부 4번선 없는 기타연주, 3부 에콰도르 음률에 물들다, 4부 음악 열정은 노화되지 않는다, 5부 코이카, 우리의 백신입니다, '적도의 사랑으로 찍을 마침표'라는 제목의 에필로그로 구성됐다.
책에서는 코이카 126기 단원으로 난생처음 에콰도르에 파견된 박 씨가 시니어 단원으로서 느낄 수밖에 없는 배움의 속도 차이, 낯선 에콰도르로 홀로 떠나며 느낀 불안함, 현지인과의 어색한 소통까지 모두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고백이 나온다.
하지만 그는 타고난 긍정과 진취적 마인드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다고 한다.
현지에서 사귄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혼자가 주는 매력에 조금씩 익숙해지며 적막함과 외로움을 잊어버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걸음마부터 배웠다고 했다.
정규수업 제도가 없이 무작정 투입된 현지 아이들과의 음악 수업에서는 스킨십과 수업을 통해 교감을 시도하고, 학교의 선생님들과는 비빔밥을 만들어 나누며 가까워졌다. '음악 선생님 아가타'로서의 삶이 어색함에서 기쁨으로 충만해져 가는 순간이라고 좋아했던 장면도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코로나19로 긴급귀국 명령에 따라 에콰도르를 떠나야만 했지만, 그에게 에콰도르는 제2의 삶을 살게 해 준 고향이며 여전히 그리움의 대상이라고 적었다.
박 씨는 "이 책은 은퇴 후 시니어의 삶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한 한 여성의 뜨거운 성찰의 기록"이라며 "삶에 대한 열정과 의지에서 비롯된 희망이란 씨앗은 모두에게 흘려 퍼지는 멋진 한 곡의 미완성 교향곡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이카 활동은 예기치 못하게 중단됐지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준 선택임은 분명하다"며 "태양의 나라 적도에서 얻은 열정 에너지를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과 나누며 희망의 길을 이어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는 서울 천일초등학교 교장을 마지막으로 41년 6개월간 교단의 삶에서 내려왔다. 퇴임 후 월간 문학 '한국수필'의 신인상을 받아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El Camino de Santiago'(길에서 희망을 노래하다)를 출간했다.
코로나19로 활동을 맺지 못하고 돌아와 에콰도르 아이들을 향해 쓴 수필 '에콰도르 미완성 교향곡'으로 2020년 공무원 연금수필문학상 '금상'을 받았고, 상금으로 받은 150만 원 전액을 에콰도르 코이카 사무소에 기부했다. 사무소는 학교에 방역물품을 사서 지원해줬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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