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박보경, 우아하게 잔혹하게
섬뜩하다. 내공이 몸짓과 눈빛으로 정중동 찌른다.
배우 박보경이 tvN ‘작은 아씨들’의 ‘킹메이커’ 고수임 역으로 차원이 다른 빌런 캐릭터를 선보였다.
기존의 다른 작품에서 묘사된 킹메이커들이 주로 앞에 나서지 않은 채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사람들을 조종하는 반면, 극 중 박보경이 맡은 고수임은 뛰어난 지략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목적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는 것도 불사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조차 경계하는 야비하고 잔인한 인물이다.
박보경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정확한 딕션, 다부진 액션 연기 그리고 무결점의 피부가 감정 동요 없는 잔혹함과 상대방의 두려움을 즐기는 소름 끼치는 빌런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지난 11일 방송된 4회에서는 고수임이 자신의 잔혹성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인지도가 전혀 없던 박재상(엄기준 분)을 단숨에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만든 그녀는 오인혜(박지후 분)가 유전성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지지율 상승을 위한 좋은 다큐멘터리의 소재가 될 것에 흐뭇해한다.
이후 현금 20억의 행방을 알게 된 고수임은 오인주(김고은 분)를 붙잡아 심문한다. 그녀는 동생 오인혜(박지후 분)를 살리기 위해 1억을 빌려달라고 말하는 오인주가 “돈을 위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나 궁금해진다”라며, 열 대에 1억을 제안한다. “한 대 맞고 더 맞을 수 있으면 ‘고(Go)를 외쳐, 그럼 다음 대 가는 거야”라는 대사는 그녀의 악랄함을 여지없이 느끼게 해준다.
고수임이 바닥에 쓰러진 오인주의 머리를 가격하려는 순간 최도일(위하준 분)이 나타나지만 끝까지 맷값으로 동생의 병원비를 지키내려던 오인주를 말릴 수 없었고, 결국 원상아(엄지원 분)가 등장하자 상황은 가까스로 종료된다.
방송 말미, 진화영(추자현)이 하던 일을 맡아달라는 원상아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게 된 오인주, 박재상의 뒤를 바짝 쫓는 오인경(남지현 분), 그리고 박재상의 딸과 함께 보스톤 행을 택한 오인혜의 행보는 분열하는 세 자매와 그녀들을 쫓는 고수임과의 처절한 사투를 예고했다.
tvN ‘작은 아씨들’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10분에 방송된다.
안병길 기자 sas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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