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결산] 20여 년 코트 지배한 '빅3의 시대' 마침내 막 내릴까

조영준 기자 2022. 9. 1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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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US오픈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20여 년간 남자 테니스를 지배해온 '빅3'의 시대가 막을 내릴 모양새다.

1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년 US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의 주인공은 2003년에 태어난 카를로스 알카라스(19, 스페인, 세계 랭킹 1위)였다.

준우승한 카스페르 루드(23, 노르웨이, 세계 랭킹 2위)도 1998년 12월에 태어난 젊은 선수다. 이번 US오픈 남자 단식 8강은 '빅3'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출전한 라파엘 나달(36, 스페인, 세계 랭킹 3위)은 16강에서 탈락했다.

올해 윔블던에서 우승한 노박 조코비치(35, 세르비아, 세계 랭킹 7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미접종 문제로 출전이 무산됐다. 로저 페더러(41, 스위스)는 여전히 부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US오픈 결승전에서 다닐 메드베데프(26, 러시아, 세계 랭킹 4위)가 조코비치를 꺾고 우승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그러나 올해 호주 오픈과 프랑스 오픈에서는 나달이 우승했다.

조코비치는 출전이 허용된 프랑스 오픈에서는 8강, 윔블던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테니스 세대교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올해 마지막 그랜드슬램 대회인 US오픈은 '네버 엔딩 스토리'로 느껴진 '빅3 시대'의 종언을 알렸다. 이 대회 남자 단식 8강 진출자 가운데 30대 선수는 없었다.

16강전에서 '미국 테니스의 신성' 프랜시스 티아포(24, 미국, 세계 랭킹 19위)에게 1-3(4-6, 6-4, 4-6, 3-6)으로 패한 나달은 "오랫동안 전성기 시절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였다.

▲ 2022년 US오픈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카를로스 알카라스(왼쪽)와 준우승한 카스페르 루드

뉴 파워 제네레이션의 급성장, 남자 테니스 판도 바꿨다.

US오픈 우승자인 알카라스는 지난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넥스트 제네레이션 파이널(Next Generation finals)에서 정상에 올랐다.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은 그는 1년 만에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했다.

주니어 시절 세계 1위였던 루드도 6년 만에 프랑스 오픈과 US오픈에서 준우승하며 세계 랭킹 2위로 뛰어올랐다. 메드베데프는 비록 이번 대회 16강에서 탈락했지만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여기에 2019년 넥스트 제네레이션 파이널에서 우승한 야닉 시너(21, 이탈리아, 세계 랭킹 11위)도 무섭게 성장했다. 시너는 올해 세 개의 그랜드슬램 대회(호주 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모두 8강에 올랐다. 특히 이번 US오픈 8강전에서는 알카라스와 5시간 넘는 최고의 명승부를 펼쳤다.

▲ 2022년 US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는 카를로스 알카라스

지난 20여 년간 뛰어난 젊은 선수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조코비치와 나달 그리고 페더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앤디 머리(35, 영국, 세계 랭킹 43위)까지 가세한 '빅4의 시대'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막을 열었다. 이해부터 지난해까지 빅4가 아닌 다른 선수가 그랜드슬램 정상에 오른 것은 7번뿐이었다.

올해 US오픈은 젊은 선수들이 8강을 점령하며 테니스 판도를 뒤집었다. 특히 13일(한국시간) 발표된 새로운 세계 랭킹 톱10에서는 3위 나달과 7위 조코비치를 제외하면 모두 20대였다.

▲ 2022년 US오픈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경기가 풀리지 않자 아쉬워하는 라파엘 나달

'백신 미접종'으로 발목 잡힌 조코비치, '부상'이 최대의 적인 나달

어느덧 마흔을 넘긴 페더러는 여전히 복귀 시점이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달과 조코비치는 GOAT(greatest of all time)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아직 큰 부상이 없는 조코비치는 여전히 출전하는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올해 윔블던에서는 쟁쟁한 강자들의 도전을 이겨내며 통산 21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9번이나 우승했던 호주 오픈 출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는 올해 호주 오픈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아 호주 정부로부터 추방당했다. 최악의 경우 내년은 물론 2024년까지 호주 입국이 금지된다.

▲ 2022년 윔블던에서 우승한 뒤 조국 세르비아에 금의환향한 노박 조코비치

나달은 올해 호주 오픈과 프랑스 오픈을 정복하면서 남자 테니스 역대 최다인 22번째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고질적인 발 부상이 나달의 GOAT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여기에 윔블던 8강전에서는 복부 파열 부상을 입었고 이번 US오픈까지 끝내 회복하지 않았다.

어느덧 서른 중반이 된 나달은 예전의 빠른 움직임은 물론 지치지 않는 체력을 이번 US오픈에서 보여주지 못했다. '역사상 최고'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나달은 조코비치보다 부상 및 건강 문제가 최대의 적이 됐다.

비록 조코비치는 US오픈 코트에 서지 못했지만 올 시즌 남은 대회에서 만회를 노린다. 나달은 US오픈이 끝난 뒤 훈련에 들어갔고 여전히 부상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수년간 여러 차례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불굴의 정신력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이를 이겨냈다. US오픈은 알카라스를 비롯한 새로운 세대들의 무대였지만 앞서 열린 세 번의 메이저 대회 우승자는 여전히 나달과 조코비치였다.

▲ 2022년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 8강전을 마친 뒤 서로 격려하는 노박 조코비치(왼쪽)와 라파엘 나달

백신 미접종이라는 문제와 직면할 조코비치와 부상과 씨름하고 있는 나달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올라올 경우 '빅3 시대'는 여전히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여 년간 근면 성실함을 몸소 보여준 나달은 훈련을 재개했다. 13일 미국 테니스 전문매체인 '테니스 월드'는 "나달이 US오픈 탈락 이후 연습에 복귀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22번이나 메이저 챔피언을 차지한 나달은 스페인 마요르카에 있는 연습 코트로 돌아가 훈련하고 있으며 열흘 후에 열리는 레이버 컵에 출전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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