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PD들 "작품 없다면 플랫폼은 껍데기일 뿐..작가가 최우선"

김경윤 입력 2022. 9. 1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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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PD가 본 드라마 '오늘의웹툰'.."작가와 PD, 갑을 아니라 '2인3각'"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웹툰이라는 장르도, PD라는 직업도 우리에게는 아주 익숙한 개념이다. 하지만 웹툰PD라는 단어는 어쩐지 생소하다.

드라마 '오늘의 웹툰'에서 이례적으로 웹툰PD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가운데 드라마에는 다 담지 못했을 이들의 실제 삶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드라마 '오늘의 웹툰'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3일 경기 성남시 판교 네이버웹툰 사무실에서 만난 15년차 김현우 웹툰PD와 3년차인 신예은 웹툰PD는 가장 주된 소임으로 '재밌는 작품'을 작가와 함께 만드는 것을 꼽았다.

신 PD는 "웹툰을 발굴하고, 재밌게 만드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어떤 작품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그 작품의 빛나는 지점을 제일 잘 보기 때문에 담당 PD가 되곤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웹툰PD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작품에 대한 피드백이다.

김 PD는 "처음에는 시놉시스를 확인하고 콘티 단계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용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면서도 "드라마에서처럼 내일 밤에 오픈하는데 하루 만에 다시 그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외부에서는 웹툰PD와 작가를 갑을관계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는 '이인삼각'을 하는 사이이자 좀 더 끈끈한 형태의 비즈니스 파트너라고도 설명했다.

김 PD는 "웹툰 플랫폼은 작품이 없으면 껍데기만 있는 셈"이라며 "현재 연재작이 550편을 넘겼지만, 여전히 재미있는 작품은 필요하고, 그래서 작가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신 PD도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건조하게 부르기에는 작가님과 긴밀하게 많은 것을 나누는 관계"라며 "작가님들이 악플에 상처받을 때도 가장 먼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저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간의 가장 큰 오해로는 작품의 인기가 떨어질 때 웹툰PD가 작품을 조기에 완결 내라고 압박한다는 이야기를 꼽았다.

신 PD는 "작품 인기 순위는 독자가 느끼기에는 중요 척도일 수 있지만, 저희에게는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다"며 "하위권 작품이어도 그 팬층이 있고, 오히려 매출이 많이 나오는 경우도 있기에 완결해달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휴재와 관련해 김 PD는 "작가가 휴재 요청을 했을 경우 충분한 상의 후 최대한 작가님이 원하는 일정과 방향으로 휴재를 결정한다"며 "물론 작품의 휴재가 독자들의 열람 사이클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창작자의 건강과 컨디션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웹툰 [네이버웹툰 제공]

'오늘의 웹툰' 드라마와는 달리 내부에서 PD들끼리 작가를 두고 경쟁하지 않으며, 작품 속 주인공들처럼 자주 회식을 하기 어렵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 PD는 "드라마와 가장 크게 다른 것은 회식"이라며 "저희는 밤에 작품이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적어도 1명은 화면을 보고 있어야 한다"고 털어놨다. 한 명의 PD가 여러 명의 작가를 담당하다 보니 365일 24시간 근무 체제라고 설명했다.

웹툰PD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를 묻는 말에는 꿈많은 주니어와 시니어 PD가 미묘하게 다른 답변을 내놨다.

신 PD는 "작가님이 손편지에서 'PD님이 없었다면 이 작품이 없었을 것'이라고 써주셨을 때, 제 시선을 존중해주시고 제 의도보다 몇 배로 멋지게 작품을 만들어주실 때 너무나 보람차고 행복하다"며 눈을 빛냈다.

이에 김 PD는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담당 작가님이 부자가 되셨을 때"라면서 "처음에는 보증금도 없어서 고시원에서 생활하시다가 점점 잘 되면서 집도 살 수 있고, 원고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을 보면 보람이 크다"고 현실적인 시각을 보탰다.

웹툰 산업이 계속해서 커지는 가운데 웹툰PD라는 직군의 매력도 강조했다.

이들은 "전 세계에 한국 사람만 한 '웹툰 네이티브'가 없다. 웹툰의 시작과 함께 콘텐츠를 소비해왔기 때문에 문법이나 작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오해를 받기 쉬운 위치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웹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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