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치킨왕국의 '희한한 상생'

김아름 2022. 9. 1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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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유 가격 소폭 인하 생색
지난해엔 2배 가까이 올려
이익률 30%에도 "어렵다"

bhc는 '치킨공화국' 대한민국의 치킨 업계를 이끌고 있는 세 브랜드 중 하나다. bhc의 '뿌링클'은 이제 '한국의 맛'을 대표하는 '단짠'의 상징이다. 요즘은 좁은 치킨 바닥을 넘어 '종합외식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창고43·큰맘할매순대국·그램그램·족발상회 등을 거느린 외식업계의 초신성이다. 올해 매출만 1조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bhc를 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논란이 자꾸 터져나와서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들을 살펴 보면 bhc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인터넷 세상에서 bhc는 이미 손 대는 사업마다 원가 절감에 나서는 악덕 기업이며 치킨 가격 폭주를 이끄는 선봉장이다. 

올 초 bhc가 인수한 아웃백스테이크의 맛 품질이 떨어졌다는 이슈가 불거지면서 이런 이미지가 굳어졌다. "튀김이 완제품으로 바뀌었다", "과일주스와 피클도 바뀌었다"는 등 불만이 잇따랐다. bhc가 아웃백을 인수하자마자 가격을 6% 넘게 올린 것도 비판 대상이었다. bhc는 사태가 확산하자 사실 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여론은 싸늘했다.

최근엔 가맹점을 대상으로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행보를 이어가며 눈길을 끌었다. bhc는 지난해 말 치킨 가격을 인상했다. 대표 메뉴인 '뿌링클'은 2만원 고지를 점령했다. bhc는 원재료 가격이 올라 가맹점들의 부담이 컸다는 이유를 댔다. 가격 인상을 통해 가맹점주들의 수익을 보전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bhc는 가격 인상과 함께 치킨무·소스 등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자재 가격도 같이 올렸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bhc의 '희한한 상생' 행보는 최근에도 이어졌다. 지난 7일 bhc는 해바라기씨유의 가맹점 공급가를 기존 대비 4650원 인하한다고 밝혔다. 인하율은 약 3.7%다. 고물가 시대의 모범적인 상생 행보다. bhc는 "시장의 인하 요건이 소폭 생겨 가맹본부가 이에 발맞춰 빠르게 가맹점 공급가에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가맹점들의 환호는 없었다. 이번 공급가 인하가 '뺨 때리고 어르는 격'이었기 때문이다. 

bhc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해바라기씨유 15kg 가격은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6만8130원이었다. 10월에 9.9%를 인상해 7만4880원이 됐다. 기름값이 치솟고 있어 어쩔 수 없었다는 게 bhc의 답이었다. 그런데 불과 2달 후인 12월, 10.2%를 또 올려 8만2500원이 됐다. 올해 '식용유 대란'이 벌어지자 이번엔 한 번에 60%를 올렸다. 이후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인상률을 40%로 조정했다. 1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기름값을 2배 가까이 올린 후 3.7%를 내리면서 생색을 낸 셈이다. 비슷한 시기 교촌치킨과 BBQ는 튀김유 가격을 각각 14%, 33% 올렸다. 

bhc가 갑작스럽게 튀김유 가격을 인하한 데는 다른 속셈이 있다는 '불편한 시선'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bhc 본사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bhc가 가맹점에 타사 대비 비싼 가격으로 튀김유 구매를 강제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앞서 참여연대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bhc를 해당 이슈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bhc는 이번 기름값 인하와 공정위 조사는 관련이 없고 기름값을 내린 건 국제 시세가 안정화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bhc는 억울할 수도 있다. 국제 식용유 가격이 폭등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가맹 본사가 무작정 손실을 떠안을 수는 없다는 항변 역시 타당하다. bhc는 이번 인하와 함께 향후 해바라기유 국제시세가 안정돼 매입 가격이 정상화되면 즉시 가맹점 공급가격도 인하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 정도면 "왜 우리의 진심을 몰라주냐"는 이야기가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이는 결국 bhc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가맹점 납품가 인상 때마다 bhc는 "그동안 본사가 부담을 감내해 왔지만 더이상 견디기 어렵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어쩔 수 없었다'에 가깝다. 하지만 bhc는 매년 3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초우량 기업이다. 지난해에도 매출 4771억원, 영업이익 1538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32.2%로 경쟁사들의 2~3배에 달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는 일관성 있는 행동을 근거로 한다. 기업과 소비자,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어제는 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며 자화자찬하더니 오늘은 경제가 어려워 고통을 나누자고 말하면 신뢰를 갖기 어렵다. bhc의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이 믿기지 않는 이유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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