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경동가스 '백년손님 vs 장자'의 한계

신성우 2022. 9. 1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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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진단] 경동⑥
'경영 실권자' 오너 맏사위 송재호 회장
지배기반 취약..홀딩스 부부 지분 11% 
후계자 손원락 부회장 대표직 1인회사뿐

중견그룹 경동의 장남가(家) 경동도시가스는 대(代)물림에 관한 한, 묘한 데가 있다. 가업의 소유권은 진즉 핏줄인 장남에게 ‘절대반지’를 끼워줬지만 지금의 경영권은 한 평생을 두고 늘 어렵다는 ‘백년손님’ 사위가 쥐고 있어서다. 

송재호 경동도시가스 회장

장인의 기대에 화답한 ‘2인자’ 사위

현재 경동도시가스 계열의 경영 실권자는 송재호(55) 경동도시가스 회장이다. 창업주 2대 경영자 손경호(78) 명예회장의 맏사위다. 3남1녀(소연·주연·은희·원락)의 맏딸 손소연(50)씨의 남편이다. 

서강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장기신용은행을 거쳐 세계적 경영컨설팅사 부즈알렌&헤밀턴, 모니터그룹에서 경영전략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장인의 부름을 받고 경동도시가스에 발을 들인 때는 2003년 말이다. 기획이사로 합류했다. 2002년 11월 손 명예회장이 경동에서 계열분리한 바로 이듬해다. 2004년 3월 이사회 멤버로 합류했다. 1년 뒤에는 대표로 선임됐다. 계열분리 이후 실질적 경영을 맡길 정도로 장인의 사위에 대한 기대가 컸음을 엿볼 수 있다.

사위는 화답했다. 수치가 증명한다. 대표 선임 직전인 2004년 3720억원이던 경동도시가스 매출(별도 기준)은 2013년 2조6600억원을 찍었다. 9년 전의 무려 7배로, 특히 매년 매출이 뒷걸음질 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이유로 사위에게 차츰 경영 보폭을 넓혀주기 시작한 것은 어찌 보면 낯설지 않은 그림일 수 있다. 송 회장이 강원 삼척의 국내 최대 민영탄광 상덕광업소를 운영하는 에너지 업체 ㈜경동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한 게 2014년 2월이다. 

손 명예회장이 2015년 3월 경동도시가스, 2017년 3월 지배회사 경동홀딩스의 경영일선에서 손을 떼자 송 회장의 커리어는 폭발했다. 장인이 자리를 비운 각 계열사에 2016년 3월과 재작년 3월 대표에 올라 현재 송 회장은 경동도시가스, 경동홀딩스, ㈜경동 3개사 대표이사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홀딩스 지분 장남 37% vs 사위 11%

‘사위는 반(半)자식’이라지만 한 평생을 두고 늘 어렵다는 ‘백년손님’이라는 말 달리 생겨난 게 아니다. 송 회장의 경영상의 입지만 놓고 보면, 손 명예회장의 ‘사위 승계’도 점쳐볼 수 있겠지만, 이를 일축하고도 남을 만한 치명적인 한계 또한 분명 존재한다.   

현재 경동도시가스 계열은 경동홀딩스→경동인베스트→경동도시가스·경동에너아이·㈜경동·경동건설’ 체제다. 2017년 4월 주력 중의 주력 경동도시가스가 경동인베스트(존속·지주회사)와 경동도시가스(신설·사업회사)로 쪼깨지면서 완성됐다. 

송 회장은 지배회사 경동홀딩스 말고는 계열 지분이 전혀 없다. 홀딩스 지분 또한 5.38%에 불과하다. ‘[거버넌스워치] 경동 ③편’에서 얘기한 대로, 2017년 1월 송 명예회장의 지분(21.09%) 증여 당시 물려받은 1.86%에서 작년에 추가 매입한 지분이다. 부인 손소연씨(5.65%)도 주주로 있지만 합해봐야 11.03%다. 

경동도시가스의 후계자이자 처남인 손원락(45) 경동인베스트 부회장이 소유한 37.03%의 3분이 1에도 못미친다. 결국 송 회장이 현재 경영 실권을 쥐고 있다고는 하나 후계구도에서는 멀찍이 비켜나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송 명예회장이 증여 당시 장남에게 쥐어준 지분이 전체의 4분의 3이 넘는 16.39%로 이미 후계자를 못박은지 오래다. 

후계자 개인회사 경동이앤테크의 정체

바꿔 말하면, 손 명예회장이 일찌감치 장남을 가업 계승자로 낙점하기는 했지만 경영 대권까지 물려주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경영 행보에 관한 한, 손 부회장은 매형에 못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경기대 출신이다. 현재 경동도시가스 18개 계열사 중 손 부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곳은 ‘경동이앤테크(E&TECH)’라는 계열사가 유일하다. 2012년 9월 설립된 자본금 10억원의 전자회로기판 업체다. 

한데, 존재가 묘하다. 경동홀딩스→경동인베스트→경동도시가스 등으로 이어지는 지주 체제를 벗어난 손 부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회사라는 점이다. 또한 초창기부터 지금껏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부친 손 명예회장과 모친 이동순(74)씨도 각각 2018년 3월, 작년 3월까지 이사회 멤버로 있기도 했다. 

또 한 가지. 첫째삼촌 손연호(71) 경동나비엔 회장 계열의 주력사 경동나비엔의 경기 평택 서탄공장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10년이나 됐지만 사업적으로는 이렇다 할 게 없다. 재무실적 실적 조차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별 존재감이 없는 계열사라는 의미다.   

손 부회장은 이외 경동홀딩스(2013년 3월)와 경동인베스트(2016년 3월 전 경동도시가스) 사내이사직을 가지고 있다. 경동인베스트 부회장 타이틀을 단 건 2017년 말이다. 경동도시가스 등 3곳의 비상무이사도 맡고 있다. 상대적으로 매형에 비해 경영상의 입지가 뒤쳐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경동의 장손이 짧은 기간 ‘온리 원(Only One)’ 완전한 1인 지배체제를 거머쥘 지에  물음표 세례가 쏟아지는 이유다. 현재로서는 넘겨짚는 것조차 무의미한 게 사실이지만, ‘장남 소유, 사위 경영’ 공존 체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개연성이 없지 않다. (▶ [거버넌스워치] 경동 ⑦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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