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추천 재테크] 부동산 정리했다면 다음 투자는 이것으로

정민하 기자 2022. 9. 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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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우리·하나 4대 은행 대표 PB 설문조사
"안정적 수익 동시에 변동성 방어 가능 상품 추천"
"예상치 못한 자금 소요 대비해 포트폴리오 분산해야"
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김모(48)씨는 지난해 임대 수익 목적으로 보유해온 경기권 20평대 아파트와 소형 오피스텔을 잇달아 매도했다. 집값이 급등했지만, 동시에 임대차 3법 등 각종 규제가 강화돼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기존 대출 및 세금을 빼고 김씨가 확보한 금액은 약 5억원. 김씨는 이 돈을 어떻게 굴리면 좋을지 고민이다.

지난 4~5년간 활황이던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목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고민에 빠지는 사람이 늘었다. 특히 주식이나 부동산 매매로 수익을 낸 사람들의 경우 ‘이제 어디에 돈을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가진 경우가 많다.

다주택자 규제에 부동산을 매각한 사람들은 특히 그러하다. 몇 억원의 목돈이 있을 때 어떻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야 할지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김씨 사례를 가상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PB들은 목표 수익률을 5~7% 전후로 잡았다. 이와 동시에 현금성 자산으로 글로벌 경기 유동성과 시장 변동성을 대비할 것을 제안했다.

그래픽=이은현

◇ 수익률 연 7% 안팎… 임대 수익 대체할 수 있는 ELS·ELT

4대 시중은행 PB들은 임대 수익 목적의 부동산을 매도한 상황이므로 월수입이 들어오는 상품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강현구 우리은행 PB팀장은 “수익형 부동산을 정리한 자금이므로 목표수익률을 7% 전후로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김씨의 연령 역시 일정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기에 중위험 상품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주가연계증권(ELS)이 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양재PB센터 PB팀장은 “현재 주요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수익률이 연 7~8% 수준으로, 임대 수익 목적을 대체하고자 하면 월이익지급식 ELS를 추천한다”며 “만약 시중에 이 상품이 없다면, 조기상환 또는 만기상환 방식의 ELS를 투자하되 투자 기간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3년까지 운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으로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진형숙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은 주가연계신탁(ELT)을 추천했다. ELT는 증권사가 발행한 파생결합상품인 ELS를 은행 신탁계정에 편입한 상품이다. 진형숙 팀장은 “기초자산과 조기상환 구조를 잘 선택한다면 연 5~7%대의 안정적인 수익과 시장의 변동성을 방어할 수 있는 적절한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자산의 최소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와 신종자본증권도 제안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고,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이다. 진형숙 팀장은 “주식형 펀드는 최근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저렴해진 미국 등 선진국 성장주와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을 가진 배당주 형태로 포트폴리오 하시기를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정성진 팀장은 “우량한 금융지주 발행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최근 표면이율 약 4% 후반 정도 발행되고 있으며, 분기별로 이자를 지급하므로 수익형 부동산의 대체상품으로 추천한다”면서 “영구채로 발행되지만 통상 5년 이후 금융감독당국의 승인 아래 상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5년 정도 운용할 수 있는 자금 위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 시장 변동성에 정기 예금·채권·보험 등 방어적 포트폴리오 구성해야

전문가들은 이와 동시에 최근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경기침체가 이어질 전망이 나오는 만큼 현금성 자산으로 이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희 신한PWM압구정중앙센터 PB팀장은 “향후 경기 침체기엔 위험자산 비중을 언제 확대해야 하는지 모르기에 현금성 자산 및 언제든지 현금화될 수 있는 자산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가져가길 제안한다”고 말했다.

4대 시중은행 PB들은 그 방법으로 정기예금을 꼽았다. 강현구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 진형숙 팀장, 김현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Gold PB부장은 모두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정기예금 비중을 20%로 설정했다. 김윤희 팀장은 정기예금 등 현금성 자산 비중을 40%로 제시했다. 강현구 팀장은 “정기예금은 상황에 따라 성장형 자산의 비중확대를 위한 예비자금의 목적도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달러화 강세가 장기화하는 만큼 환율 상품도 눈에 띄었다. 진형숙 팀장은 “이번 금융시장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달러 자산을 준비하지 못한 부분”이라며 “추후 환율이 1200원대에 진입할 경우 조금씩 달러로 환전하실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부장은 “일본은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는 등 엔고리스크에 시달리고 있어 연초 대비 급락한 엔화 환율에 투자하는 엔화 정기예금을 유망투자자산으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정다운

정기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으면서 절세효과가 있는 채권도 인기다. 김현수 부장은 1년 전후의 AA등급 우량 선순위채권, 국고채나 우량 회사채 등을 추천했다. 그는 “채권 투자는 기본적으로 이자소득과 매매차익 두 가지가 있는데, 채권의 발행쿠폰인 이자소득에만 15.4%의 세율이 적용되는 반면 매매차익에는 비과세 적용을 받는다”면서 “채권의 금리와 수익률은 반비례하기에 올 하반기는 채권을 가장 싸게 살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투자는 하고 싶지만, 손실은 두려울 경우 변액연금보험도 방법이다. 변액연금보험은 주식·채권 등에 투자해 이익을 배분하는 투자실적배당형 보험상품이다. 보증이율보다 투자수익률이 높아지면, 투자실적에 따라 수령액이 증가한다. 반대로 보증이율보다 투자수익률이 낮으면 연금으로 전환해 안정적인 연금액 수령이 가능하다는 게 김현수 부장의 설명이다.

◇ 4대 은행 PB들이 추천한 포트폴리오… “배터리·친환경 테마 상품 유망해”

부동산이 아닌 투자 방법을 궁리 중인 40대 김씨에게 4대 시중은행 PB들은 시장의 변동성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투자 포트폴리오 역시 성격이 다른 여러 자산으로 구성하는 전략을 각각 제시해 변동성과 현금흐름에 대응하도록 했다.

그래픽=이은현

KB국민은행은 목표수익률 연 7%인 ELS(60%)와 연 4.8%인 신종자본증권(40%)으로 배분해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안을 추천했다. 두 가중평균 수익률을 더하면 연 6.12%가 나온다.

신한은행은 ▲정기예금 및 현금성(40%) ▲채권 및 배당 성향 금융상품(20%) ▲국내, 해외 성장형 투자상품 및 주식(20%)으로 나누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은행이 제시한 포트폴리오는 ▲3, 6개월 단기 정기예금(20%) ▲AA등급 우량 선순위 공모사채 또는 장기국채(20%) ▲ELS(75~85 배리어 중심·20%) ▲ETF(분할매수10%, 목표지정형 10%·20%) ▲변액연금보험(보증형·20%) 등으로 구성됐다.

우리은행은 ▲ELT ▲채권(하이일드채권 또는 금융사 후순위채) ▲주식형펀드(선진국 성장주·배당주) ▲정기예금으로 구성된 안과 ▲주가연계증권 ▲채권(국내 금융사 후순위채 또는 미국 10년물 장기채) ▲주식형 펀드·ETF(미국 성장주·글로벌 기술주·이차전지 또는 신소재 ETF) ▲정기예금 20%로 나눠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각각 추천했다.

강현구 팀장은 “만기가 길어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의 비중이 높거나, 자산 가격 변동성이 높아 원하는 시기에 수익을 실현할 수 없는 자산이 많다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면서 “특히 김씨는 생애 주기상 부모·자녀 등 가족에게 자금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고, 향후 실물자산으로 투자 대상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기에 자산별 비중 조절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러스트=정다운

유망 투자 자산으로 진형숙 팀장은 전기차·배터리 관련 주식형 펀드를 추천했다. 그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테마는 전기차·배터리 시장”이라면서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는 테마로, 적립식펀드 등으로 꼭 관심 가져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현구 팀장은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가 대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대체에너지 섹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관련 산업은 변동성이 크고 투자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계속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대두하는 상황이 예상되기에 관심을 가져 볼만한 분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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