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추천 재테크] 2030 월급쟁이 목돈 만드는 배분 전략은

허지윤 기자 2022. 9.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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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우리·하나 4대 은행 대표 PB 설문조사
"금리 인상기, 마이너스 통장 등 대출 안 돼"
"과도한 지출 막는 통장 풍차돌리기"
"적립식 펀드·비과세 상품 등에 자산 배분해야"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조 모씨(30)는 월급을 어떻게 관리해 자산을 키워갈지 고민이다. 조 씨는 “1년 전까지는 매달 주식과 코인에 투자했는데, 올해 2월부터는 매수도, 매도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어느 세월에 돈을 모아 집도 사고 결혼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조 씨 연봉은 약 5000만원이다. 월 실수령액 350만원 중 주거비와 운동 등 자기계발비, 실손보험·청약저축 등에 매달 100만원이 나간다. 고정 지출비를 뺀 나머지 250만원가량은 현재 사실상 급여 통장에 그대로 뒀다. 기존에 보유한 청약 및 급여 통장 외에 최근 새롭게 가입한 예·적금 상품은 없고, 2년 전 만든 ‘한도 1000만원’짜리 마이너스통장의 대출잔액은 약 400만원이다.

자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20~30대들의 재테크 고민이 더욱 커졌다. 이전 세대와 달리 눈 딱 감고 집을 사기에는 수도권과 주요 대도시 집값이 하늘 높은 줄 치솟았기 때문이다. 은행 금리가 올랐다지만, 그만큼 물가상승률도 높아진 상황이라 무작정 예·적금에 돈을 집어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닌 거 같다. 주식이나 펀드, 가상자산에 무작정 돈을 집어넣었다가 오랫동안 손실을 볼 가능성도 커 보인다. 무엇보다 자산과 부채 비율, 또는 금융자산 내 포트폴리오 구성 방식에 대해서 어떻게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할지 막막하다.

조선비즈는 20~30대가 자산을 불리려면 금융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설계하면 좋을지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 프라이빗뱅킹(PB) 전문가 5명에게 자문했다. 조씨의 상황을 일종의 가상 시나리오로 주고, 조언을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종잣돈이 적거나 없는 2030 사회 초년생은 월 급여의 약 70%는 저축해야 하고, 투자 및 운용 기간은 단기, 중·장기로 구분해 자산 구성, 상품, 목표 수익률 등 계획을 세워 꾸준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주식과 가상자산 등 금융시장 환경이 급변한 데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 대출 지렛대를 활용한 투자는 금물이다. 현실적인 수익률을 목표로 위험(리스크)을 관리하며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낫다.

그래픽=이은현

◇ 마이너스통장부터 갚아라

4대 은행 PB센터 전문가들이 조 씨가 마이너스통장 대출잔액 400만원부터 상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금리 인상기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윤희 신한PWM압구정중앙센터 PB팀장은 “경기 침체가 시작되고 과거와 달라진 현재의 금융 시장에서 레버리지를 절대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면서 “마이너스대출부터 상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Gold PB부장은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4%대 후반에서 7%대까지 치솟고 있다”면서 “먼저 마이너스 통장을 플러스로 전환한 뒤 투자 포트폴리오를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양재PB센터 PB팀장은 “마이너스 대출금리를 연 4%로 가정하면, 이자소득세율이 15.4%인 세전 4.728%의 수익 상품과 동일한 수준”이라면서 “대출금리가 5%이면 세전 5.91%, 대출금리가 6%면 세전 7.09% 상품에 가입해야 본전인 수준이라 현재 증시 변동성을 감안하면 대출을 갚는 게 우선”라고 설명했다.

◇ 종잣돈 만드는 ‘풍차돌리기’… 만기는 짧게

2030세대가 경제 활동을 하면서 세우는 첫 목표가 ‘종잣돈 만들기’다. 매달 100만원을 적립한다면, 원금 기준으로 1억원까지 도달하는 기간은 100개월, 약 8.3년이나 걸린다. 목돈을 빨리 불리기 위해서는 소비를 줄이고 매월 예·적금 불입액과 투자 금액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시드머니가 없는 사회 초년생이 1억원을 이른 시일 내에 만들고 싶다면 소비를 꼼꼼히 챙겨 급여의 상당 부분이 저축과 투자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출을 관리하고 소비습관을 잡는 데는 이른바 ‘예·적금 풍차돌리기’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금융당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만큼, 예·적금 상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통장 풍차돌리기는 매달 1년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한 뒤, 12개월 뒤에 만기가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어 돈을 굴리는 재테크 방법이다. 1년 뒤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를 찾으면 여기에 새 납입금을 더해 다시 1년짜리 정기예금에 투자하는 식이다. 원금 손실 없이 안전하게 종잣돈을 만들 수 있어 사회 초년생뿐 아니라 잘못된 소비 습관을 가진 사람들에도 유용한 방법이다.

김현수 하나은행 PB부장은 “금리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매월 높아지는 금리가 적용되는 통장을 풍차 돌리기 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실제 요즘 금리가 오를 때마다 기존에 보유했던 예·적금들을 해지해 다시 신규 가입하는 고객들도 많다”고 했다.

8월 25일 서울의 한 은행 상담창구. /연합뉴스

단 자산을 불리려는 ‘투자 관점’보다는 불필요한 지출을 막는 ‘소비 습관 바로 세우기’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적금 금리의 실질적인 수익률이 예금 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유념해야 한다.

강현구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은 “적금 이자는 매월 불입하는 원금의 평잔에서 부리(附利)되는 개념이므로 큰 이자를 기대하기보다는 위험 없이 목표하는 자금을 만든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어느 정도 금융자산이 형성된 이후라면 자산을 적절히 배분하는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남은 하반기 수신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를 고려하면 ‘1년 단위’보다는 ‘3~6개월 단위’로 짧게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예·적금 만기가 자주 돌아오면 자금을 부동산 계약금 등으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등 유동 자금 확보 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소액을 통장 돌리기로 저축할 생각이라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진현숙 우리은행 PB팀장은 “매월 20만~30만원의 적금 풍차돌리기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진 팀장은 조씨(사례 인물)의 급여통장에 방치한 자금으로 단기 정기예금(3개월)을 시작한 뒤, 해당 상품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원리금+300만원(월100만원 3개월치)을 합해 다시 3개월 정기예금으로 재예치하기를 추천했다.

김윤희 신한PWM압구정중앙센터 PB팀장은 “여러 통장마다 각각의 소비 꼬리표를 달아서 운용하면, 소비와 지출을 관리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투자 관점에서는 유효한 방법이 아니다”라면서 “통장 쪼개기에 따른 비용도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4대 은행 PB들이 추천한 포트폴리오

조 씨에게 4대 은행 PB들이 각각 추천한 투자 포트폴리오는 대체로 유사했다.

KB국민은행은 ▲적립식 S&P500 인덱스펀드(50%) ▲적립식 국고채 10년 ETF(30%), ▲특판적금(20%)으로 나눠 매달 투자하는 안을 추천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PB팀장은 S&P500 인덱스펀드에 가입해 3~5년 정도 꾸준히 투자해 향후 미국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단, 펀드 가입 시 자동환매수익률 등록 등을 통해 목표수익률(가령, 10%)에 도달하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자동 시스템을 갖추기를 권했다.

국고채 10년 ETF에 대해서는 정 팀장은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최근 8월 한 달간 재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지난 몇 달간 꾸준히 상승하는 점을 감안해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향후 금리 하락으로 인한 채권 가격 상승에 베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은현

신한은행은 ▲적립식 펀드와 ▲국내외 성장형 우량주식에 월 투자 자산의 절반 이상을, 나머지는 ▲적금과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등에 배분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김윤희 신한PWM압구정중앙센터 PB팀장은 “이제는 예적금 보다는 자산별 기간별로 배분하는 포트폴리오가 더 중요한 시대”라면서 “2030 세대도 적금과 펀드, 국내·외 주식 등으로 자산을 배분해 굴려 키워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ISA는 19세 이상 거주자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절세(節稅) 상품이다. 납인 한도는 총 1억원(연 납입한도는 2000만원)이고, 의무보유기간은 3년이다. 투자 대상은 정기예금, 펀드, ETF, 파생결합상품(ELS)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서민형과 농어민형 ISA의 비과세 한도(지방소득세 포함)는 이익금의 400만원, 일반형은 200만원이다. 비과세 한도를 초과한 순소득은 9.9% 분리 과세된다.

하나은행은 ▲적립식펀드 또는 ETF(국내·해외 주식형)와 ▲ISA·퇴직연금(IRP), ▲방카슈랑스(보험·변액연금보험)에 자산을 배분해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적립할 것을 추천했다. 김현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Gold PB부장은 비과세 및 분리과세 등 세제 혜택이 있는 금융상품부터 먼저 가입하기를 권했다. 그는 공시 이율로 운용되는 연금보험과 투자상품으로 운용되는 변액연금보험 중에서는 장기간 투자(10년이상)를 전제로 ‘변액연금’을 추천했다.

변액연금에 대해 그는 “펀드처럼 채권과 주식, 국내와 해외 등 다양한 지역과 상품에 투자할 수 있고, 최근에는 최저 보증을 해주는 상품들이 나와 보다 마음 편히 투자해볼 수 있다”면서 “방카슈랑스(보험)도 정기적인 리밸런싱(rebalancing·자산편입비중 재조정)을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개인형 IRP)도 소득공제·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품이다. 가입 대상은 소득이 있는 거주자로 가입 한도는 연간 1800만원, 세액공제 한도는 연간 700만원이다. 개인자금을 IRP에 납입하면 연말정산과 종합소득 신고 시 세액공제 혜택이 있다. 가입한 금액은 수익 증권과 원리금보장상품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김 부장은 “최근 흐름을 보면, 연금 적립기에는 TDF(생애주기를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자동 조정)상품으로 운용하고, 연금 인출기에는 TIF(타깃인컴펀드·소득 중심의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로 운용하는 가입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연금저축(미국 성장주식형 연금저축펀드 운용) ▲적금 ▲국내 주식 ▲적립식 펀드(미국/중국/유럽 등 선진국 주식형으로 3~4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안과 ▲단기예금 ▲적립식펀드 ▲IRP 로 나눠 매달 투자하는 안을 각각 제안했다.

진형숙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은 글로벌 우량주(대형 성장주, 퀄리티 주식) 펀드,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관련 주식형 펀드를 적립식으로 가입할 것을 추천했다. 진 팀장은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있겠으나 2~3년 동안 꾸준히 투자한다면 오히려 변동성을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했다. 진 팀장은 “아직 목돈을 만들지 못한 사회 초년생은 ‘투자는 간결(Simple)하게, 소비는 최소한으로’ 하고 월급의 70% 이상을 저축·투자하는 생활 패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현구 우리은행 PB팀장은 명암이 엇갈리는 원자재/환율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실체와 가격이 분명한 금(골드)/엔화 등에 적립식 투자를 추천한다”면서 “대체 투자는 과외로 발생하는 소득 등 소액 자금으로 투자하는 게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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