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임성기를 위한 용비어천가

김명룡 바이오부장 2022. 9.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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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은 내가 질테니 너희는 연구만 집중해라."

한미약품의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은 연구진들에게 입버릇처럼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직원들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달랐다. 그는 지난 2015년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기술수출했을때 개인 주식 1100억원 어치를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임 회장은 큰 그림을 그렸고 직원들을 이를 실행했다.

지난 10일 한미약품이 호중구감소증 치료 신약 롤론티스(미국 판매명 롤베돈)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임 회장이 별세한지 2년 후 "신약 개발은 제약회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사회공헌"이라는 그의 말이 현실화 됐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의 첫 글로벌 신약이다. 그리고 FDA에서 6번째로 허가받은 국산 신약이 됐다. FDA허가는 기술적인 측면이나 상업적인 측면에서 적잖은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다. FDA의 허들(장벽)은 전세계 그 어느 허가기관보다 높다. 높은 수준의 연구개발비가 필요하고 까다로운 임상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한미약품은 이 허들을 넘은 만큼 적잖은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롤베돈이 타깃하는 미국 시장은 20억달러(2조8000억원)에 이른다. 그리고 전세계 시장은 8조원 정도인데 FDA를 통과한 만큼 다른 국가의 허가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롤베돈은 FDA 실사를 통과한 국내 공장(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해 FDA 허가를 받아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국내 첫 바이오신약이다. 생산과 판매를 동시에 하니 수익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 몇년 전 작고한 임 회장 얘기를 하는 것이 신파적인 전개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다. 하지만 그가 없었더라면 한미약품이 FDA 진출에 성공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한미약품이 복제약 장사를 하는 기업 취급을 받던 시절, 임 회장이 신약개발을 하겠다고 하면 '코웃음'부터 치는 경우가 많았다. 2010년 이 회사가 창립이후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할 위기에 처했을때, 임원 상당수가 연구개발(R&D) 투자 조정을 통해 영업적자를 모면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 회장은 "현재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R&D를 줄이는 것은 미래를 희생시켜서 오늘을 살겠다는 것과 같다"며 R&D 투자를 강행했다.

유전 개발보다도 성공확률이 낮은 신약개발을 이끌고 나가려면 상상을 초월한 오너의 의지가 필요하다. 임 회장 특유의 '뚝심'이 미래 청사진을 실행에 옮기도록 한 '땔감'으로 작용했다. 그가 초석을 다진 신약개발이 작고후 2년만에 최종 결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의 성과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성과이기도 하다. 한미약품은 신약 허가를 받았을 뿐 아니라 생산시설에 대한 허가도 동시에 받았다. FDA 직원들이 까다로운 현장실사를 통과한 노하우도 생긴 셈이다.

한때 복제약 영업회사로 낙인 찍혔던 한미약품은 신약개발의 아이콘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한미약품은 1990년대만 해도 업계 매출 10위권에 머물던 중소형 제약사였다. 2000년 의약분업으로 처방권이 의사로 넘어가자 한미약품은 의사 영업을 발빠르게 확대하며 상위권 제약사로 도약했다. 이때 벌어들인 돈은 신약개발의 자양분이 됐다. 복제약 판매회사의 놀라운 반전이었다. 임 회장은 남들이 주저할 때 한 템포 빨리 움직였고, 놀라운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비록 작고했지만 이번 신약허가 성공의 공은 임 회장의 공이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임 회장을 과도하게 찬양하는 용비어천가로 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FDA 승인을 이뤄낸 지금 이순간 만큼은 다소 과한 축하를 보내도 좋을 것 같다.

신약허가의 궁극적인 목표인 상업적인 성공은 이제 후배들의 몫이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다국적제약사들과 경쟁이 녹록할리 없다. 어려움을 겪을때 임 회장의 뚝심을 되새긴다면 성공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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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룡 바이오부장 drag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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