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운전자에게 車 안에서의 자유를"..상용화 머잖은 자율주행

송승현 2022. 9. 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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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술25-자율주행자동차①>
인지→판단→제어 3단계 거쳐 운전자 없이도 목적지까지 운행
자율주행 기술 핵심은 '센서' 싸움..카메라vs레이더vs라이다
레벨3 기술 탑재된 제네시스 G90 올 연말 출시
완전 자율주행 레벨5는 2030년께 상용화 목표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자율주행자동차는 운전자 없이 스스로 도로 상황을 파악한 뒤 목적지까지 운전하는 자동차를 말합니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자동차가 스스로 알아서 주행하고 갑자기 보행자가 튀어나오면 이를 인지해 브레이크를 밟거나 회피하는 시대가 미래에 열리는 것입니다. 교통체증이 심한 곳으로 유명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운전자들은 지난 2019년 기준 한 해 동안 167시간을 도로에서 허비했다고 합니다. 이 시간에 자동차 안에서 업무를 보거나 휴식을 취한다면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겠죠. 자율주행 기술이 인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술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자율주행, 인지→판단→제어의 3단계…핵심은 센서

자율주행은 어떤 원리로 이뤄지는 것일까요. 자율주행은 ‘인지→판단→제어’의 3단계를 거칩니다. 먼저 자율주행의 출발이자 관건은 인지 단계에서 안전을 위한 정보를 얼마나 수집할 수 있느냐입니다. 보행자, 주위를 달리는 차량, 신호 체계 등 수많은 정보를 수집한 뒤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를 시스템이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자율주행의 눈이라고 불리는 ‘센서’입니다.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센서는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등 크게 3가지로 구분됩니다. 각각의 장치는 역할도 장점도 작동 방식도 다릅니다.

우선 카메라는 렌즈를 통해 주위 사물을 식별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카메라를 활용하는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눈을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한 뒤 판단을 내리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카메라 센서를 활용할 때 가장 좋은 점은 다른 센서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입니다. 현재 테슬라는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비싸고 사용하기 어려운 라이다는 바보들이나 쓰는 장치”라고 혹평까지 할 정도니까요. 다만 단점이 뚜렷합니다. 운전자가 비 오는 날 주변을 보기 어려운 것처럼 카메라는 악천후 같은 환경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레이더는 전자기파를 쏴서 물체와 부딪힌 뒤 되돌아오는 속도로 사물을 감지합니다. 카메라와 달리 어떤 악천후 가운데서도 제 성능을 발휘합니다. 전파 도달 거리에 따라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를 모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 첨단운전 보조시스템(ADAS)은 레이더를 통해 구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기파를 활용한 만큼 사물의 정확한 형체까지는 파악하지 못하는 등 정밀도에서는 뒤떨어진다는 평가입니다.

라이다가 자율주행 기술에서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도 레이더의 단점 때문입니다. 라이다는 레이더와 빛의 합성어입니다. 라이다는 레이더와 달리 빛, 구체적으로 고출력 레이저 펄스를 발사해 장애물에 맞고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합니다. 강한 직진성을 가진 빛을 이용한 만큼 레이저가 되돌아오는 동안 왜곡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거리뿐만 아니라 폭과 높낮이 정보까지 측정해 대상을 3차원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레이더보다 정밀도 측면에서는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다만 비싼 가격은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센서들로 수집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기술은 판단 단계에 돌입합니다. 이때 필요한 기술이 인공지능(AI)입니다. 더 나아가 딥 러닝 기술도 필수입니다. 딥 러닝은 ‘스스로 학습하는 컴퓨터’로 불리며 많은 경우의 수를 스스로 학습합니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도로 위 상황을 수집해 방대한 데이터를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판단 단계를 거친 후 이뤄지는 게 제어 단계입니다. 주행할 방향과 엔진 구동 방식 등을 결정하는 단계입니다.

자율주행택시가 포티투닷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에 따라 정해진 경로를 자율주행하고 있는 모습.(사진=송승현 기자)
지금도 자율주행차가 도심을?…자율주행 다 같은 기술 아냐

지금 이 시간도 도로에는 수많은 자율주행차가 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자율주행이라고 해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운전자 없이도 차량이 움직이는 걸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율주행 기술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가장 공신력 있는 분류는 미국 자동차기술학회(SAE)가 지정한 6단계입니다.

미국 자동차기술학회는 기술이 자율화된 수준에 따라 0~5단계로 분류했습니다. 레벨0은 주행보조 장치가 없는 수준을, 레벨1은 운전자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정해진 속도로 운행하는 크루즈 컨트롤 등과 같은 단일 주행 보조 기능을 말합니다. 지금도 우리 도심을 가로지르는 차량은 대부분 레벨2 단계의 기술이 탑재됐습니다. 레벨2는 복수의 주행 기능 보조가 융합된 형태입니다. 예를 들어 차선 유지 기능과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속도를 올리거나 감속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합쳐진 형태입니다.

레벨3부터 조건부 자율주행이라고 불립니다. 특정 조건에서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지만 위급 상황 시 운전자의 개입이 필수적인 단계입니다. 아직 레벨3 기술이 적용된 자율주행차는 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단계로 여겨지는 브랜드가 FSD(Full Self Driving) 기능이 탑재된 테슬라입니다. 하지만 테슬라도 엄밀히 말해 2.5단계 수준이라고 보는 게 자동차업계의 시각입니다. 레벨4부터 본격적인 자율주행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도 자율주행’이라고 불리는 레벨4는 긴급상황에 대한 대처도 기본적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이 담당하지만 필요 시 운전자의 개입도 요구됩니다. 마지막으로 레벨5는 우리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운전자가 필요 없는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입니다. 위급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개입 없이 전적으로 자율주행의 기술이 판단을 내리고 실행에 옮깁니다.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완전 자율주행차를 빠른 시일 내에 내놓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한 현대자동차(005380)는 올해 말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G90 연식 변경 모델에 레벨3 수준의 기술을 처음 적용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후 2024년에는 레벨4 수준의 기술을, 2030년에는 완전 자율주행차에 대한 상용화를 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습니다. 자율주행의 시대가 너무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닌 거죠.

윤리적 딜레마 문제…시스템 해킹도 걱정거리

물론 여전히 과제는 쌓여 있습니다. 바로 윤리입니다. 운전자는 운전에서 발생하는 행위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집니다. 전방주시에 대한 의무를 저버린 채 보행자를 차로 치기라도 한다면 형사 책임까지도 감수해야겠죠. 하지만 운전자의 개입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낸다면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자율주행차의 윤리적 문제를 다룰 때 빠지지 않고 제기되는 것이 ‘트롤리 딜레마’입니다.

트롤리 딜레마란 영국의 철학자 필리파 풋과 미국의 철학자 주디스 바지스 톰슨이 고안한 사고 실험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트롤리 전차가 철길 위에서 일하는 다수의 인부를 향해 돌진합니다. 만일 레일 변환기를 통해 전차의 방향을 오른쪽으로 바꾸면 오른쪽 철로에서 일하는 한 명의 인부만 희생되고 반대편 다수의 인부는 살 수 있습니다. 이때 자율주행차는 어떤 선택을 해야 올바른 선택일까요.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원래라면 사고를 당하지 않을 소수를 살리는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요. 또 자율주행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내용일 것입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여러 가지 수집된 정보를 통해 애초에 위험한 환경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트롤리 딜레마에 대입해봐도 자율주행차가 트롤리 전차를 운행하는 기관사보다 더 빨리 사고 위험을 사전에 예측해 충돌 전 속도를 줄일 거란 목소리도 있습니다. 결국 자율주행차가 고도화될수록 위험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다소 낙관적인 주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자율주행차에 대한 문제는 시스템 해킹에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습니다. 중국 텐센트 보안연구소는 2017년 세계 최대 보안 콘퍼런스 ‘블랙햇’에서 테슬라 전기차에 대한 원격 해킹 수법을 공개했습니다. 텐센트 보안연구소 연구원들은 원격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차량 시스템에 침입한 뒤 주행 중인 차에 브레이크 걸기, 와이퍼와 사이드미러 작동시키기 등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지요. 당시 테슬라는 텐센트 보안연구소에 해킹과 관련해 ‘매우 특별한 환경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위험성을 인정하고 즉각 수정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들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해 보안 문제를 철저하게 들여다보는 중입니다.

송승현 (dindibu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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