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인문학 감성, 피아노로 그려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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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과 리스트는 19세기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다.
강우성(사진) 피아니스트의 독주회 '두 사람의 여정'이 지난 7일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쇼팽과 리스트의 대표곡을 모아 해설이 있는 음악회 형식으로 진행한 이날 독주회에서 강 피아니스트는 쇼팽과 리스트의 난곡을 악보 없이 연주하며 역량을 가감없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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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교수 부임 후 첫 연주회
쇼팽·리스트 곡 악보없이 소화 그림·영상 활용 해설 곁들여
청바지 입고 무대에 오르기도
쇼팽과 리스트는 19세기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다. 두 사람의 삶과 여정은 무척 달랐다. 자기 세계관이 뚜렷했던 쇼팽이 내면에 집중했다면, 리스트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의 철저한 자기화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주도했다. 그들의 연결점은 단 하나, ‘감정’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전체와 하나 사이에서의 선택은 음악가들에게 있어 영원한 숙제와도 같다.
강우성(사진) 피아니스트의 독주회 ‘두 사람의 여정’이 지난 7일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열렸다. 강원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 춘천에서 처음 가진 독주회다. 쇼팽과 리스트의 대표곡을 모아 해설이 있는 음악회 형식으로 진행한 이날 독주회에서 강 피아니스트는 쇼팽과 리스트의 난곡을 악보 없이 연주하며 역량을 가감없이 선보였다. 딱딱한 분위기 대신 위트있는 대화와 영상으로 두 사람 삶의 궤적을 그리며 관객과의 친숙함도 높였다.
1부에서는 ‘녹턴 20번’을 시작으로 폴란드 출신 쇼팽의 음악이 연주됐다. 대표작 발라드 1번에서는 의도적으로 템포를 조금 빠르거나 느리게 연주하는 ‘루바토’ 주법으로 쇼팽에 접근하며 내재적 우울함을 이끌어냈다. 섬세한 터치마다 영롱했고, 무게감도 깊었다. ‘폴로네이즈’에서는 잠시 눈을 감았다. 쇼팽의 시적 감성을 음악으로만 느껴보고 싶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회상적인 분위기와 함께 오롯이 음악에 빠져든 연주자에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터치 후 피아노에서 손을 떼는 시간조차 음악이었다. 강우성 피아니스트는 “쇼팽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조국에 굉장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며 “그는 스타일을 쫓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도 쇼팽의 작품 흐름이 변화하지 않는 것은 그가 오롯이 내면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부에서는 리스트의 연작 피아노 솔로 작품집 ‘순례의 해’ 중 1837∼1849년 작곡된 ‘두번째 해-이탈리아’의 수록곡이 연주됐다. 잠깐의 휴식을 마친 강 피아니스트는 클래식 공연에서는 이례적으로 청바지를 입고 무대에 등장했다. 이탈리아 시인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작품이 먼저 흘러나왔다. 라우라를 사랑했던 페트라르카의 시가 화면에 흐르며 곡의 감정을 쉽게 연상할 수 있었다. 연주마다 쉼의 공간이 있었고 이미지가 그려졌다. 사랑은 고통을 동반하기 때문에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진리를 연주하는 듯 느껴졌다.
이어진 ‘소나타 풍의 환상곡 단테를 읽고’는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에서 모티브를 받은 작품이다. 네덜란드 화가 아리쉐퍼 등이 ‘신곡’을 주제로 그린 그림이 이어지면서 회화적 분위기가 공연에 묻어나왔다. 첫 음에서부터 심장을 두드린 연주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고, 정성을 다한 피아노의 강약 조절은 애달프도록 마음을 녹였다. 음악의 흐름에 따라 배치된 그림도 자연스러웠다. 피아니스트는 탄성이 흘러나올 정도로 온전히 무대를 감당했다.
기술적 부분을 떠나 음악적 방향이 다른 두 피아니스트의 곡을 연주하는 것은 보통 체력이 소요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강원대 음악학과장을 맡아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는 피아니스트의 학구적 노력과 깊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앙코르로는 쇼팽의 녹턴 2번을 연주하며 관객 호응에 화답했다. 섬세하면서도 묵직한 연주가 이끄는 감정은 이미 가을에 훌쩍 다가와 있었다.
강우성 피아니스트는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클래식 음악이 꼭 딱딱하고 조용할 필요도 없다”며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음악회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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