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미국".. 사진 몇장 올리자 3D 현장이 펼쳐졌다
모든 건물 카메라 들고 돌면 끝
건설현장 원격관리 최고의 기술
구글·삼성·스타벅스 등도 고객
"집 구조 파악" 美보험사들 눈독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대형 플랜트 공사 현장. 작업자 한 명이 헬멧에 장착한 작은 카메라로 현장 곳곳을 30분쯤 돌며 영상을 찍는다. 사무실로 돌아와 영상을 ‘큐픽스’ 클라우드 서버에 올린 뒤 1시간쯤 지나자, PC 화면에 플랜트 공사 현장이 3차원 가상공간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3000㎞쯤 떨어진 시카고에 있는 본사 엔지니어는 이 가상공간을 둘러보면서 시공 오류가 있는 부분과 추가 공사 부분을 체크한 뒤 작업자에게 공사 지시를 내린다.’
국내 프롭테크 스타트업 큐픽스(Cupix)는 흔히 가상현실로 불리는 ‘3D 디지털 트윈’ 기술로 건설 현장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목받고 있다. 카메라로 눈 앞의 현장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 클라우드 서버에 올리면, 큐픽스가 개발한 자체 측량 기술을 통해 3D 디지털 가상공간으로 구현한다. 비싼 장비 없이도 빠른 시간 안에 가상현실을 만들어 낸다.
큐픽스 창업자인 배석훈 대표는 3D 기술 업계에서는 세계적인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나온 그는 3D 스캐너 솔루션 회사인 ‘아이너스 테크롤로지’와 클라우드 기반 협업 솔루션을 만드는 ‘비즈파워 테크놀로지’를 창업해 미국 최대 3D 프린터기 제조업체인 ‘3D 시스템즈’에 모두 매각했다.
2015년 창업한 큐픽스 본사는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에 있지만 핵심 고객은 대부분 해외에 있다. 배 대표도 주로 미국 현지 법인에서 근무한다. 배 배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아파트 건설 현장 위주인 한국보다 대형 현장이 많은 미국과 중동, 유럽 기업이 주요 고객”이라며 “실제 매출의 90%도 해외에서 나온다”고 했다. 구글, 스타벅스, 네슬레, 삼성엔지니어링, SK E&C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이 큐픽스 고객이다.
◇30분만 교육받으면 누구나 사용 가능
큐픽스는 속도와 사용 편의성 측면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1만㎡(약 3025평) 규모 건설 현장을 30분이면 촬영할 수 있고, 업로드 후 1~2시간이면 3D공간으로 구현한다. 누구나 30분 정도만 교육받으면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별도 전문 운용 인력이 필요없는 셈이다. 배 대표는 “현재 건설 현장에 3D 스캔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여럿 있지만, 기술력과 범용성을 모두 확보한 기업은 큐픽스가 유일하다”고 했다.
큐픽스 서비스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사례도 적지 않다.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공장을 지은 국내 대기업 S사가 대표적. 미국에선 시공 단계마다 정부 감사를 받고 인증을 통과해야 다음 단계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현장 감사 인력이 부족해 공사 진행이 불가능했던 것. 더구나 S사가 시공한 배터리 공장은 층고가 5m로 높아 현장을 감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공기가 2~3일씩 늦어질 때마다 공사비가 수억원씩 늘어날 위기에 처했다. 이 때 큐픽스 기술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S사는 3m 길이 스틱에 카메라를 달아 현장 사진을 찍었고, 이를 큐픽스 가상현실로 구현해 인허가 담당기관에 전달했다. 담당 공무원은 “대단하다. 이 정도 자료라면 구태여 감사 인력이 현장에 가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인정해 문제가 해결됐다.
◇”큐픽스, 건설업계의 줌(zoom)이 될 것”
배 대표는 앞으로 큐픽스 기술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 실제 미국 보험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대형 자연재해가 많은 미국에선 주택 보유자가 의무적으로 보험을 든다. 주택 훼손에 따른 보험금 산정 시 큐픽스 기술을 활용하면 보험사의 현장 출장 빈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배 대표는 “큐픽스는 건설업계의 ‘줌’(Zoom)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공간이라는 개념을 없앨 정도로 정확한 3D 가상현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큐픽스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 4분기 마지막 투자 유치도 계획 중이다. 스타트업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국내외 유명 VC(벤처캐피탈)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배 대표는 “정확한 상황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해외 매출 증가 속도가 빠르고 투자자 관심도 높다”면서 “조만간 유니콘 기업에 오르는 것도 꿈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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