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의 집값은.." 전문가 5인에게 물어보니
"집값 추가 하락 기대심리 크고 금리 인상에 수요 더 위축될 것"
"규제지역 해제·대출규제 완화해 실수요자 이사할 수 있게 해줘야"
5명 중 2명 "급매물 싸게 살 기회"
3명은 "아직 매수할 때 아니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서 전통적인 부동산 ‘성수기’로 통하는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고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분간 집값·전셋값이 약세를 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 사이 수도권 집값이 30%가량 급등하면서 일반인들의 눈높이를 크게 벗어난 데다, 대출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여서 수요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렸다.
다만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수요자들의 대응 전략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좀 더 지켜봐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평소 관심 있던 지역에서 급매물이 나오면 매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조정대상지역 등 과거 집값 급등기에 도입된 규제들의 정상화를 주문했다.
◇전문가 5人 “집값 더 떨어질 것”
12일 본지(本紙)가 부동산 전문가 5명을 대상으로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5명 모두 서울·수도권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셋값 역시 5명 중 4명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전문위원은 “금리 인상 충격, 금융시장 불안에 집값 하락 기대 심리까지 더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전세와 매매는 대체 관계가 성립하지만 지금 같은 충격 국면에서는 대출 의존도가 높은 전세도 (가격 하락)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서울 전체 집값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투자 목적의 매수가 많았던 저가 주택이나 재개발 지역은 수요가 빠지면서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박합수 건국대 교수는 전세 시장에 대해 “매수를 보류한 사람과 분양 대기자 등 전세 대기 수요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전세 가격은 점진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집값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금리와 정부 규제를 꼽았다. 박합수 교수는 “7월 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4.16%인데, 연말 4.5%까지만 오른다 하더라도 작년 상반기보다 2%포인트 넘게 오르는 것”이라며 “향후 금리가 어디까지, 어떤 속도로 오를 것이냐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대출, 세제 등 정부가 약속했던 규제 완화의 추진 속도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주택 매수 시점에 대해선 “내년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본 후 매수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지금이 기회’라는 전문가도 있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집값 조정기에는 매수자 간 경쟁이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유망한 아파트를 급매나 경매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며 “자금 조달이 가능한 실수요자라면 지금을 내 집 마련 기회로 삼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규제 지역·대출 규제 풀어야
전문가들은 지금 부동산 시장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거래 정상화’를 꼽으며 조정대상지역과 대출 규제를 가장 먼저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 수요가 꺾이고, 집값도 조정기에 접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과거 집값 급등기 때 만든 규제들이 남아있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위원은 “집값을 잡기 위해 정책을 펴던 관점에서 벗어나 이제는 시장 정상화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조정대상지역을 탄력적으로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미분양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대전, 울산 등 지방 광역시는 아직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는 곳이 많아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의 해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정부 역시 시장 정상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규제지역 해제를 검토하고 있어 3분기 시장 지표가 공개되는 10월쯤 조정대상지역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학렬 소장은 “실수요자들의 정상적인 주거 이동까지 가로막는 고가 주택 대출 금지와 중도금 대출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고준석 대표는 “주민들 스스로 재건축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안전 진단 규제와 초과 이익 환수제는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말했고, 박합수 교수도 “도심 아파트 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 규제는 폐지 수순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수도권 1기 신도시 재정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박합수 교수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시 계획과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합적인 계획을 짜야 한다”고 답한 반면, 김학렬 소장은 “마스터플랜이라고 완벽할 순 없으며, 시간만 오래 걸릴 수 있으므로 시범 단지를 중심으로 빨리 시작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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