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후 오르기만 한 ETF"..2조 뭉칫돈 몰린 스마트개미의 '파킹통장'

김지성 기자 2022. 9. 13.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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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삼성자산운용 ETF운용1팀 매니저 인터뷰

"네 달 동안 손실 없는, 제 계좌에 부적같은 ETF예요. 예수금 생기면 습관적으로 파킹하길 추천합니다." (포털사이트 종목토론방)

상장 이후 줄곧 오르기만 한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 원금 손실 위험이 없는 자금에 붙는 이자, 즉 한국판 무위험지표금리(KOFR· Korea Overnight Financing Repo Rate)를 추종하는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 ETF(이하 KOFR ETF)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자산운용 본사에서 화제의 ETF를 운용하는 이태규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를 만났다. 이 매니저는 "채권은 통상 금리가 오르면 자본 손실이 발생하지만 KOFR ETF는 1일물 거래를 기반으로 한 금리를 추종하기 때문에 손실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무위험지표금리(KOFR)는 대출 등 금융상품 금리를 정할 때 기초가 되는 지표금리다. 지난해 11월 도입됐다. 기존 지표금리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있지만 호가 기반인 탓에 담합 의혹이 줄곧 제기돼 왔다. 반면 KOFR는 실거래를 토대로 해 조작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 금리는 정부가 발행한 국채나 한국은행이 발행한 통화안정증권을 담보로 한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된다. 이 매니저는 "국가에서 보증하는 채권을 담보로 하는 데다 상품 운용시 초과 담보까지 받아 사실상 무위험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보통 채권 가격은 떨어지지만 KOFR ETF는 1일물 거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매영업일 기준 이자 수익이 확정, 누적돼 금리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이 거의 없다. 실제 상장 이후 현재까지 무손실 행진을 이어왔다.

오히려 금리가 오르면 하루 이자가 늘어 상품 수익이 커진다. 이 ETF가 상장된 지난 4월26일 1.43% 수준이던 KOFR는 연이은 금리 인상에 이달 7일 기준 2.43%까지 올랐다.

이태규 삼성자산운용 ETF운용1팀 매니저 /사진제공=삼성자산운용

기대 수익률은 연 1~2%대로 높지 않지만 안정성이 높고 설정과 환매가 쉬운 덕에 기관 투자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순자산 2조319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단기간 순자산 2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상장 ETF 중에선 6번째로 큰 규모다.

이 매니저는 "주된 투자자산이 채권인 기관 투자자는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 손실을 내지 않을 투자 대상이 고민됐을 것"이라며 "MMF(머니마켓펀드)도 금리가 인상되면 손실이 나는데 이런 ETF가 있다고 하니 자금이 모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2조원대 순자산 대부분은 기관에서 유입됐지만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세도 거세다. 지난 1일에는 개인 일일 순매수 규모가 137억원을 기록했고 한 달 누적 개인 매매 규모도 26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대기성 자금을 잠시 넣어두는 '파킹통장' 용도로 KOFR ETF를 활용하는 사례가 적잖다. 시장 방향성이 모호한 현시점에 투자금을 통장에 그대로 묵히기 보다 이 ETF를 매수해 적지만 확실한 수익을 노린 것이다.

이 매니저는 "주식을 팔고 예수금을 증권사 계좌에 그대로 두면 평균 0.3~0.5% 정도 받지만 KOFR ETF를 매수하면 2.4%를 받을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기민하게 따라가는 스마트한 투자자들 사이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을 매각한 뒤 시중은행의 파킹통장으로 옮기려면 현금 출금이 가능할 때까지 이틀을 기다리고 또 파킹통장 상품 가입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이 ETF는 그냥 예수금으로 매수를 할 수 있어 간편한 데다 이틀치 이자도 더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파킹통장의 경우 예치금 한도를 제한해 금리를 적용하거나 우대조건을 만족해야 해당 금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급여 이체 등 우대조건을 충족했을 때 연 3% 이자를 5000만원까지 적용하는 식이다. 이에 반해 KOFR ETF는 별다른 제한 조건이 없다.

이 매니저는 "일부 투자자들이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이 ETF도 손실 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하는데 수익률 폭은 줄 수 있지만 시장금리 자체가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 한 손실이 나지 않는다"며 "지금같은 변동성 장세에 현금 관리 수단으로 딱 맞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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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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