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이 유럽인 입맛에 오래 남으려면 [특파원칼럼/조은아]
조은아 파리 특파원 2022. 9.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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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 최근 문을 연 한식당들을 취재하며 현지인 손님이 대부분이란 사실에 놀랐다.
파리 교민신문인 한위클리에 따르면 파리의 한식당은 2000년대 이전까진 40여 개였지만 2020년에 120여 개까지 늘어 외형적으로 성장했다.
한식과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고 손님에게 음식을 제대로 설명할 인력이 희귀하다고 한다.
정부와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육성하듯 인큐베이팅 과정에서 법률 및 행정 자문 등을 지원하면 한식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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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서 골목 상점까지 韓 식재료 판매
초기 창업 지원해 글로벌 한식 스타트업 키우자
초기 창업 지원해 글로벌 한식 스타트업 키우자
프랑스 파리에 최근 문을 연 한식당들을 취재하며 현지인 손님이 대부분이란 사실에 놀랐다. 프랑스인에게 생소할 법한 김밥, 떡볶이를 파는 분식점에는 좌석 14개가 한인이 아닌 유럽인들로 가득했다. 한식 치킨집은 올해 5월 개업 때는 한인 손님이 70%가량이었는데 이젠 현지인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한인 마트가 아닌 프랑스 대형마트 ‘프랑프리’나 현지인 골목 상점에서도 짜파구리, 불닭볶음면, 불고기 양념 등을 흔히 볼 수 있다. 한식당에서 만난 프랑스인들은 유튜브 레시피를 보고 집에서 한식을 해 먹는다고 했다.
이런 모습을 보니 한국 정부가 한식세계화추진단을 신설하며 ‘한식을 8년 안에 세계 5위권에 진입시키겠다’고 선포했던 2009년이 떠오른다. 그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5월 17일 자에는 ‘한식’과 ‘일본 벤또(도시락)’에 대한 기사가 나란히 실렸다. 벤또 기사에는 ‘이 박스들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이를 먹는다는 건 범죄였다’란 식의 찬미가 가득했다. 반면 당시 FT 서울 특파원이 한국 정부의 한식 세계화 정책을 다룬 칼럼 도입부는 ‘전 세계 낙지들은 떨고 있어야 한다. 한국 요리사들이 글로벌화할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비아냥거림으로 시작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식당을 찾은 프랑스인들은 ‘요즘은 일식보다 한식’이라고들 했다. 파리 교민신문인 한위클리에 따르면 파리의 한식당은 2000년대 이전까진 40여 개였지만 2020년에 120여 개까지 늘어 외형적으로 성장했다.
한식의 성장은 한국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민간 외교의 역할은 물론이고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교역을 늘리는 기회가 된다. 올해 상반기(1∼6월) 유럽 국가에 수출된 한국 농·식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동기 대비 무려 49.6%가 늘었다.
한식이 성장하기까진 정부의 노력과 K팝 K드라마의 인기가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여러 요인 중에서도 젊은 한식업 창업가들의 열정과 끈기를 높이 사고 싶다. 기자가 만난 30, 40대 창업가들은 대개 5, 6년의 준비 기간을 갖고 어학원을 다니면서 현지인의 식문화와 요식업을 익히려 파리의 식당 아르바이트를 뛰었다. 이들에게선 MZ세대(밀레니얼+Z세대) DNA가 묻어났다. 이들은 ‘난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국의 멀쩡한 직장과 사업 기반을 접고 파리로 향했다. ‘색다른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로 안전한 전통 한식 메뉴를 벗어나 실패 가능성이 높은 분식집 치킨집을 열었다.
하지만 이들의 열정을 뒷받침할 정부의 지원 정책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식 정책은 여전히 한식을 널리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제는 한식이 어느 정도 널리 알려졌으니 창업 현실을 분석해 세밀하게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한식당 창업자들과의 대화에서 발견한 대표적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한식과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고 손님에게 음식을 제대로 설명할 인력이 희귀하다고 한다. 정부가 해외 곳곳에 뿌리 내릴 한식 셰프를 더 적극적으로 육성하면서 인턴 제도 등으로 한식당 인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나 노하우가 집약된 대기업이 한식 스타트업을 발굴해 키웠으면 좋겠다. 유럽은 법률과 행정이 너무 달라 창업자들이 가게를 열기까지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 개업 뒤에 건물주와의 분쟁 등으로 폐업 위기에 직면한 경우도 있다. 정부와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육성하듯 인큐베이팅 과정에서 법률 및 행정 자문 등을 지원하면 한식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니 한국 정부가 한식세계화추진단을 신설하며 ‘한식을 8년 안에 세계 5위권에 진입시키겠다’고 선포했던 2009년이 떠오른다. 그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5월 17일 자에는 ‘한식’과 ‘일본 벤또(도시락)’에 대한 기사가 나란히 실렸다. 벤또 기사에는 ‘이 박스들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이를 먹는다는 건 범죄였다’란 식의 찬미가 가득했다. 반면 당시 FT 서울 특파원이 한국 정부의 한식 세계화 정책을 다룬 칼럼 도입부는 ‘전 세계 낙지들은 떨고 있어야 한다. 한국 요리사들이 글로벌화할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비아냥거림으로 시작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식당을 찾은 프랑스인들은 ‘요즘은 일식보다 한식’이라고들 했다. 파리 교민신문인 한위클리에 따르면 파리의 한식당은 2000년대 이전까진 40여 개였지만 2020년에 120여 개까지 늘어 외형적으로 성장했다.
한식의 성장은 한국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민간 외교의 역할은 물론이고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교역을 늘리는 기회가 된다. 올해 상반기(1∼6월) 유럽 국가에 수출된 한국 농·식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동기 대비 무려 49.6%가 늘었다.
한식이 성장하기까진 정부의 노력과 K팝 K드라마의 인기가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여러 요인 중에서도 젊은 한식업 창업가들의 열정과 끈기를 높이 사고 싶다. 기자가 만난 30, 40대 창업가들은 대개 5, 6년의 준비 기간을 갖고 어학원을 다니면서 현지인의 식문화와 요식업을 익히려 파리의 식당 아르바이트를 뛰었다. 이들에게선 MZ세대(밀레니얼+Z세대) DNA가 묻어났다. 이들은 ‘난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국의 멀쩡한 직장과 사업 기반을 접고 파리로 향했다. ‘색다른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로 안전한 전통 한식 메뉴를 벗어나 실패 가능성이 높은 분식집 치킨집을 열었다.
하지만 이들의 열정을 뒷받침할 정부의 지원 정책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식 정책은 여전히 한식을 널리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제는 한식이 어느 정도 널리 알려졌으니 창업 현실을 분석해 세밀하게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한식당 창업자들과의 대화에서 발견한 대표적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한식과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고 손님에게 음식을 제대로 설명할 인력이 희귀하다고 한다. 정부가 해외 곳곳에 뿌리 내릴 한식 셰프를 더 적극적으로 육성하면서 인턴 제도 등으로 한식당 인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나 노하우가 집약된 대기업이 한식 스타트업을 발굴해 키웠으면 좋겠다. 유럽은 법률과 행정이 너무 달라 창업자들이 가게를 열기까지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 개업 뒤에 건물주와의 분쟁 등으로 폐업 위기에 직면한 경우도 있다. 정부와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육성하듯 인큐베이팅 과정에서 법률 및 행정 자문 등을 지원하면 한식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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