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스포츠의 닮은 점[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2022. 9. 13. 03:02
“…세상은 묵직한 고요에 갇히고/70m에서 발목 잡힌 가시광이/심장을 쓰다듬고 서 있다… 보고자 하는 곳은 단 한 곳/비워야 비로소 보이는 과녁/30초 안에 비워야 한다…”
양궁 경기 장면을 표현한 ‘삶의 궤적을 생각하다―양궁장에서’라는 시의 일부다. 빨강 파랑 노랑 등 여러 갈래 색으로 이루어진 과녁이 서 있는 장면이, 대기를 통과하던 빛(가시광·可視光)이 한순간 프리즘에 사로잡혀 분산되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연상된다. 이렇게 ‘발목 잡힌’ 그 빛은 자신의 심장을 내어주며 서 있다. 어찌 보면 사수(射手)는 빛의 심장을 노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 거리는 70m, 사수는 30초 안에 화살을 쏘아야 한다.
이 시는 이병진 대한체육회 사무부총장(57)이 썼다. 실제 양궁 경기에서 사용되는 70m 거리 규정과 30초 이내 발사 룰 등이 시 안에 모두 들어있다. 그러나 다만 장면 묘사에 그치지 않는다. “마음이 닿아야 한다. 눈은 뜨고 있되 버려야 한다. 팔도 하나는 잊어야 한다”며 무념에 가까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점과 “시위에 팽팽하게 감긴 긴장/천년을 농익어/홍시처럼 뚝-떨어진 순간”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뒤 한순간에 터져 버리는 발사 순간의 압축된 긴장과 분출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진다. 이어 과녁의 정중앙을 맞힌 것을 뜻하는 “X10!”으로 사수가 빛의 심장을 맞힌 것을, 영광의 정점에 섰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궤적은 박수소리에 묻히고/잠자리 줄행랑친 표적판에/화살만 파르르 떨더라… 그게 인생이더라/살아온 파장은 짧디짧고/짊어진 이력은 한없이 가볍더라”며 짧게 지나간 영광의 순간을 말한다. 아무리 파란만장하게 지나온 삶도, 때로 박수 속에 살아왔던 삶도, 돌이켜 보면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왔을 뿐, 그 삶 속에 짊어졌던 생활의 무게나 각종 이력도 세월의 화살에 실릴 때는 한낱 가벼운 것이었을 수도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그는 시의 마지막 행에서 표현한다. “사선(射線)이 사선(死線)이더라”고. 이는 출발과 동시에 종결에 이르는 듯한 짧은 생(生)의 기간을, 또는 사선에 오를 때의 죽을 듯한 긴장과 무게감 등등 다양한 상징을 담은 것으로 읽힌다.
양궁장에서 화살이 날아가는 찰나의 순간을 보며 압축된 인생을 표현한 그의 시는 오랜 시간에 걸친 선수들의 극한 훈련과 숨 막히는 경쟁이 살 떨리는 순간의 승부로 압축되는, 그토록 오랜 과정을 준비해온 승부가 화살이 날아가는 빠르고도 눈 깜빡하는 듯한 순간에 결정되는 실제 양궁 경기의 현장과 다르지 않다.
이 부총장은 최근 월간문학 9월호에서 시 ‘내비게이션으로 불리는 그 여자’가 신인작품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섰다.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을 우리가 마음껏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비게이션에 얽매여 살아가는 내용을 소재로 했다. 심사위원진(구재기 김정임)은 “이병진의 시는 무심한 듯 낮은 목소리로 현재의 세태 풍속화를 무리 없이 잘 그려내고 있다”고 평했다. 이 부총장은 로또 가게에서 꿈을 찾는 사람들을 표현한 ‘로또 가게 앞 풍경’, 약속 취소로 실적을 올리지 못한 영업 사원의 모습을 그린 ‘어느 영업사원’ 등 일상적인 삶 속에 드러나는 꿈과 애환을 따뜻한 시선과 쉬운 언어로 담아왔다.
무엇보다 그는 양궁을 비롯해 축구, 야구 등 스포츠를 소재로 한 시를 써왔다. 앞으로 50여 개 올림픽 종목에 대한 시를 더 쓸 계획이다. 기성 문단에서 스포츠를 소재로 한 시를 본격적으로 다룬 이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그의 시도는 눈에 띈다. 시가 압축된 언어 속에 삶의 의미와 감성을 담는다면, 스포츠는 압축된 행위 속에 인생의 희로애락과 기승전결을 재연한다. 시와 스포츠 모두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통한다. 이 부총장은 두 분야 속에서 ‘삶에 대한 애정과 치유’라는 공통점을 추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거나, 스포츠를 통해 즐거운 감흥을 일으키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스포츠 행정을 이끌고 있는 인사다. 삶에 대한 애정과 깊은 내면의 사색을 지닌 시인의 눈이 육체의 행위를 다루는 스포츠 행정과 만나 이 시대 사람들이 감성과 활력이 균형을 이루는 이상적 생활을 꽃피울 수 있게 도와주기를 기대한다.
양궁 경기 장면을 표현한 ‘삶의 궤적을 생각하다―양궁장에서’라는 시의 일부다. 빨강 파랑 노랑 등 여러 갈래 색으로 이루어진 과녁이 서 있는 장면이, 대기를 통과하던 빛(가시광·可視光)이 한순간 프리즘에 사로잡혀 분산되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연상된다. 이렇게 ‘발목 잡힌’ 그 빛은 자신의 심장을 내어주며 서 있다. 어찌 보면 사수(射手)는 빛의 심장을 노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 거리는 70m, 사수는 30초 안에 화살을 쏘아야 한다.
이 시는 이병진 대한체육회 사무부총장(57)이 썼다. 실제 양궁 경기에서 사용되는 70m 거리 규정과 30초 이내 발사 룰 등이 시 안에 모두 들어있다. 그러나 다만 장면 묘사에 그치지 않는다. “마음이 닿아야 한다. 눈은 뜨고 있되 버려야 한다. 팔도 하나는 잊어야 한다”며 무념에 가까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점과 “시위에 팽팽하게 감긴 긴장/천년을 농익어/홍시처럼 뚝-떨어진 순간”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뒤 한순간에 터져 버리는 발사 순간의 압축된 긴장과 분출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진다. 이어 과녁의 정중앙을 맞힌 것을 뜻하는 “X10!”으로 사수가 빛의 심장을 맞힌 것을, 영광의 정점에 섰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궤적은 박수소리에 묻히고/잠자리 줄행랑친 표적판에/화살만 파르르 떨더라… 그게 인생이더라/살아온 파장은 짧디짧고/짊어진 이력은 한없이 가볍더라”며 짧게 지나간 영광의 순간을 말한다. 아무리 파란만장하게 지나온 삶도, 때로 박수 속에 살아왔던 삶도, 돌이켜 보면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왔을 뿐, 그 삶 속에 짊어졌던 생활의 무게나 각종 이력도 세월의 화살에 실릴 때는 한낱 가벼운 것이었을 수도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그는 시의 마지막 행에서 표현한다. “사선(射線)이 사선(死線)이더라”고. 이는 출발과 동시에 종결에 이르는 듯한 짧은 생(生)의 기간을, 또는 사선에 오를 때의 죽을 듯한 긴장과 무게감 등등 다양한 상징을 담은 것으로 읽힌다.
양궁장에서 화살이 날아가는 찰나의 순간을 보며 압축된 인생을 표현한 그의 시는 오랜 시간에 걸친 선수들의 극한 훈련과 숨 막히는 경쟁이 살 떨리는 순간의 승부로 압축되는, 그토록 오랜 과정을 준비해온 승부가 화살이 날아가는 빠르고도 눈 깜빡하는 듯한 순간에 결정되는 실제 양궁 경기의 현장과 다르지 않다.
이 부총장은 최근 월간문학 9월호에서 시 ‘내비게이션으로 불리는 그 여자’가 신인작품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섰다.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을 우리가 마음껏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비게이션에 얽매여 살아가는 내용을 소재로 했다. 심사위원진(구재기 김정임)은 “이병진의 시는 무심한 듯 낮은 목소리로 현재의 세태 풍속화를 무리 없이 잘 그려내고 있다”고 평했다. 이 부총장은 로또 가게에서 꿈을 찾는 사람들을 표현한 ‘로또 가게 앞 풍경’, 약속 취소로 실적을 올리지 못한 영업 사원의 모습을 그린 ‘어느 영업사원’ 등 일상적인 삶 속에 드러나는 꿈과 애환을 따뜻한 시선과 쉬운 언어로 담아왔다.
무엇보다 그는 양궁을 비롯해 축구, 야구 등 스포츠를 소재로 한 시를 써왔다. 앞으로 50여 개 올림픽 종목에 대한 시를 더 쓸 계획이다. 기성 문단에서 스포츠를 소재로 한 시를 본격적으로 다룬 이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그의 시도는 눈에 띈다. 시가 압축된 언어 속에 삶의 의미와 감성을 담는다면, 스포츠는 압축된 행위 속에 인생의 희로애락과 기승전결을 재연한다. 시와 스포츠 모두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통한다. 이 부총장은 두 분야 속에서 ‘삶에 대한 애정과 치유’라는 공통점을 추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거나, 스포츠를 통해 즐거운 감흥을 일으키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스포츠 행정을 이끌고 있는 인사다. 삶에 대한 애정과 깊은 내면의 사색을 지닌 시인의 눈이 육체의 행위를 다루는 스포츠 행정과 만나 이 시대 사람들이 감성과 활력이 균형을 이루는 이상적 생활을 꽃피울 수 있게 도와주기를 기대한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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