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45] 어깨를 드러낸 자화상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2022. 9.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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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레, 어깨를 드러낸 자화상, 1912년, 목판에 유채, 42×34㎝, 빈 레오폴드 미술관 소장.

큰 화제였던 아트페어 프리즈의 수퍼스타는 피카소도 김환기도 아닌 에곤 실레(Egon Schiele·1890~1918)였다. 그의 작품만 모아둔 부스 앞에는 관객이 끝도 없이 줄을 서서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세기말 유럽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오스트리아 화가 실레는 어린 모델과 동거하며 노골적 성애 장면을 그리는 등 파격적 주제를 거침없이 쏟아내 지탄을 많이 받다가 28세에 요절했다. 그 극적인 삶이 영화와 책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 작품을 볼 기회는 없었던 것이다.

실레의 수많은 자화상에서는 ‘질풍노도’라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흔히 사춘기를 질풍노도, 즉 거친 바람과 소용돌이치는 물결의 한가운데 던져진 듯 몸과 마음이 뒤흔들려 도저히 가눌 수 없는 혼돈 시절이라고 표현한다. 순진한 아이였다가 차츰 세상의 이치와 육체적 욕망에 눈뜨는 시기가 사춘기라면, 실레는 바로 그때 엄격했던 아버지가 매독으로 고통받다 미치광이처럼 변해 죽는 걸 봤다. 어쩌면 그 뒤로 그에게는 어른이 된 자기 몸이 공포와 처벌 대상이었는지 모른다. 일그러진 얼굴, 뒤틀린 몸, 왜곡된 색채, 핏기 서린 살갗을 마치 칼질하듯 마구잡이로 내리찍은 붓 자국은 단 한 번도 자기 몸을 아껴본 적 없는 이의 불안하고 우울한 내면의 표출이다.

‘셀카’가 일상이 된 오늘날 우리는 과거 어떤 미술가보다도 많은 자화상을 남기지만, 이미 기본 설정이 된 ‘보정 앱’을 써서 갸름한 얼굴, 늘씬한 몸, 무결점 피부와 큰 눈을 만들어야 비로소 마음이 편하다. 어떤 사춘기를 보냈든지 자기 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또 내보이는 건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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