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면접과 티타임 사이[2030세상/김소라]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2022. 9. 13. 03: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조만간 가볍게 커피 한 잔 가능하실까요?" 퇴근길 소셜미디어 링크트인을 통해 받은 메시지다.
요즘 이직 제안은 '티타임'이나 '커피 챗'이라는 모호한 형태로 온다.
무엇보다 '티타임'을 갖자고 하면서 커피도 차도 한 잔 내주지 않았다.
지원 의사가 없어도 업계의 분위기를 가늠하려 티타임에 모두 응한다는 사람도 있다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가볍게 커피 한 잔 가능하실까요?” 퇴근길 소셜미디어 링크트인을 통해 받은 메시지다. 발신인은 모 기업의 인사 담당자. ‘커피 한 잔’의 목적은 이직 제안이다. 몇 년 전이라면 ‘어느 회사의 무슨 팀에서 어떤 경력을 가진 사람을 찾으니, 관심이 있으면 이력서를 보내라’는 공식 메일을 받았을 것이다. 요즘 이직 제안은 ‘티타임’이나 ‘커피 챗’이라는 모호한 형태로 온다.
내 첫 티타임 제안은 꽤 유명한 스타트업 대표 A에게서 왔다. “함께 할 수 있는 멋진 일들이 많아서 만나고 싶다”는 말의 구체적인 의미가 궁금했다. 주말 오후 텅 빈 A의 사무실, 그 만남에서 ‘멋진 일’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자리에 앉자마자 한 시간 동안 심층 면접에 가까운 질문 공세를 받았다. 지원 의사도 안 밝혔는데 평가를 받은 셈이었다. 무엇보다 ‘티타임’을 갖자고 하면서 커피도 차도 한 잔 내주지 않았다. 그 이후로 종종 들어오는 티타임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올 초 용기를 내 두 번째 티타임을 가졌다. 평소 관심이 있던 업계의 B사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사무실이 아닌 카페에서 젊은 임원과 만났다. 이번의 상대방도 첫 티타임과 같이 나를 평가하고 있었겠지만 다른 점도 있었다. 이건 말 그대로의 티타임이었다. 나도 해당 회사와 직무에 대해 궁금했던 내용을 마음껏 물어보고 정보를 나누었다. 결과적으로 B사에 지원하지는 않았지만 이후 티타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B사는 커피를 사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왜 요즘 회사들은 공식 채용 절차 대신 티타임을 제안할까? 후보자를 잘 파악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티타임 제안 메시지에는 반드시 ‘가볍게’나 ‘편하게’라는 표현이 있다. 편한 분위기에서 격 없이 대화하면 더 솔직해질 테니 면접 자리에서 파악할 수 없는 장단점이 보인다. 격식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려 환경을 바꾸는 면접은 20여 년 전에도 있었다. 합숙이나 등산 면접이라는 형태로. 티타임은 등산 면접의 변주라 할 수도 있겠다.
티타임의 현실적인 이유 중에서는 비용 절감도 있다. 대기업 인사팀장 C는 몇 년 전부터 마음에 드는 구직자를 회사 밖에서 따로 만난다. 사람을 대신 찾아주는 헤드헌터도 고용하지 않고 직접 찾는다. 이런 식으로 일하는 게 “우리 회사와 맞지 않는 많은 지원자의 서류를 검토하고, 여러 지원자의 면접을 최소 두 번씩 보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티타임을 제안받으면 복잡한 기분이 든다. 얼마나 관심이 있을 때 티타임에 응해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지원 의사가 없어도 업계의 분위기를 가늠하려 티타임에 모두 응한다는 사람도 있다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무엇보다 티타임은 공식적인 면접이 아니다. 어느 한쪽에서 먼저 연락을 더 하기 전까지는 확실한 수락도 거절도 없고 합격도 불합격도 없다. 나의 이직 가능성이 나의 유동성 자산 현황처럼 출렁거리는 것, 이런 가변성도 티타임이 보여주는 시대정신일 수 있겠다.
내 첫 티타임 제안은 꽤 유명한 스타트업 대표 A에게서 왔다. “함께 할 수 있는 멋진 일들이 많아서 만나고 싶다”는 말의 구체적인 의미가 궁금했다. 주말 오후 텅 빈 A의 사무실, 그 만남에서 ‘멋진 일’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자리에 앉자마자 한 시간 동안 심층 면접에 가까운 질문 공세를 받았다. 지원 의사도 안 밝혔는데 평가를 받은 셈이었다. 무엇보다 ‘티타임’을 갖자고 하면서 커피도 차도 한 잔 내주지 않았다. 그 이후로 종종 들어오는 티타임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올 초 용기를 내 두 번째 티타임을 가졌다. 평소 관심이 있던 업계의 B사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사무실이 아닌 카페에서 젊은 임원과 만났다. 이번의 상대방도 첫 티타임과 같이 나를 평가하고 있었겠지만 다른 점도 있었다. 이건 말 그대로의 티타임이었다. 나도 해당 회사와 직무에 대해 궁금했던 내용을 마음껏 물어보고 정보를 나누었다. 결과적으로 B사에 지원하지는 않았지만 이후 티타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B사는 커피를 사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왜 요즘 회사들은 공식 채용 절차 대신 티타임을 제안할까? 후보자를 잘 파악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티타임 제안 메시지에는 반드시 ‘가볍게’나 ‘편하게’라는 표현이 있다. 편한 분위기에서 격 없이 대화하면 더 솔직해질 테니 면접 자리에서 파악할 수 없는 장단점이 보인다. 격식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려 환경을 바꾸는 면접은 20여 년 전에도 있었다. 합숙이나 등산 면접이라는 형태로. 티타임은 등산 면접의 변주라 할 수도 있겠다.
티타임의 현실적인 이유 중에서는 비용 절감도 있다. 대기업 인사팀장 C는 몇 년 전부터 마음에 드는 구직자를 회사 밖에서 따로 만난다. 사람을 대신 찾아주는 헤드헌터도 고용하지 않고 직접 찾는다. 이런 식으로 일하는 게 “우리 회사와 맞지 않는 많은 지원자의 서류를 검토하고, 여러 지원자의 면접을 최소 두 번씩 보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티타임을 제안받으면 복잡한 기분이 든다. 얼마나 관심이 있을 때 티타임에 응해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지원 의사가 없어도 업계의 분위기를 가늠하려 티타임에 모두 응한다는 사람도 있다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무엇보다 티타임은 공식적인 면접이 아니다. 어느 한쪽에서 먼저 연락을 더 하기 전까지는 확실한 수락도 거절도 없고 합격도 불합격도 없다. 나의 이직 가능성이 나의 유동성 자산 현황처럼 출렁거리는 것, 이런 가변성도 티타임이 보여주는 시대정신일 수 있겠다.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코로나-독감에 RSV까지 ‘멀티데믹’ 우려…증상 비슷해 구별 어려워
- [사설]美 바이오까지 자국산 우선… 韓 BBC 동시타격 대책 세우라
- [사설]대선 사범 1987년 이후 최다… 무분별한 고소·고발 사라져야
- [사설]서울 아파트 9년 만에 최대 하락, 이젠 경착륙도 대비할 때
- 與 새 비대위 추진에 “반대” 53.5%…이준석 가처분 인용은 찬반 팽팽
- 與 이번주 분수령…새 비대위 9~10명, 이르면 내일 발표
- 이재명 선거법 위반 혐의, 1년내 형 확정될까…정치권 뒤흔들 변수로
- 대통령실 ‘왕수석’ 기능 더 커진다…정책기획수석→국정기획수석 조직 개편
- 尹, 19일 런던 장례식 참석…美日정상도 참석해 ‘조문외교’ 가능성
- 찰스 3세 즉위 “여왕처럼 헌신”…국민 반감도 적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