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 유포·세금 도둑이 '자질구레'한가 [매경포럼]
'별것도 아닌일' 결코 아냐
거짓엔 무관용원칙이 정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로 경찰에 불려갈 때도 똑같은 반응이었다. "수십억 원도 아니고 천만 원도 안 되는 걸 가지고 망신 주기 수사를 한다"고 발끈했다. 별것도 아닌 일로 트집을 잡는다는 거다. 권력 있는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하는데 왜 이 대표 부부만 문제 삼느냐는 주장을 하고 싶은 듯하다. 유권무죄·무권유죄 특권의식이 불편하다. 법치를 부정하는 불의한 행태다.
이 대표 혐의는 결코 자질구레하지 않다. 성남시장 때 결재한 백현동·대장동 개발 특혜는 지난 대선 때 가장 핫한 국민적 관심사이자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이었다. 그만큼 이들 사안에 대해 실제로 허위사실 유포가 있었다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단 한 명의 유권자라도 정상적 판단을 흐리는 허위사실에 속아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참정권을 훼손당한 것이다. 공정한 선거가 전제돼야만 지속가능한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해치는 것은 중범죄다.
갈수록 더 강하게 선거사범을 처벌하는 건 이 때문이다. 2년 전 대법원은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양형 기준을 징역 10월 이하, 벌금 200만~800만원으로 크게 높였다. 100만원 벌금형만 받아도 직을 상실하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벌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물론 벌금을 100만원 이하로 낮출 수 있는 감경 사유라는 게 있다.
그중 가장 큰 게 진지한 반성이다. 일단 잘못부터 인정하라는 거다. 하지만 이 대표가 반성은커녕 윤석열 정권에 전쟁을 선포했으니 기대난망이다. 형사처벌 전력도 없어야 하는데 이 점도 불리하다. 이 대표는 음주운전·검사 사칭 등으로 이미 4번의 처벌을 받았다.
또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기도지사 선거 때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과 관련해 "그런 적 없다"고 답한 걸 허위로 판단한 2심 법원이 당선 무효형인 300만원 벌금을 때린 바 있다. 나중에 최종 무죄가 됐지만 허위사실을 '즉흥적·소극적'으로만 유포해서 처벌할 정도는 아니라는 모호한 논리와 거짓에 '표현의 자유'라는 면죄부를 준 대법원 결정에 대해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이 세상에 자질구레한 거짓말이라는 건 없다. 거짓은 그냥 거짓일 뿐이다. 거짓을 방치하면 세상은 더 불의해질 뿐이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었던 파렴치한 트럼프가 반면교사 대상이다. 그는 4년 재임 기간 중 3만번이 넘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재선에 실패했는데도 자신이 승리했다는 거짓말로 맹목적인 지지층을 선동해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했고, 의사당 난입 폭동으로 이어졌다. 결국 내란죄 기소 위기에 처하자 대선 재출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절대권력을 방패막이 삼아 법적 처벌이라는 정의의 칼날을 피하려는 꼼수다. 거짓 특히 공복의 거짓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할 이유가 이처럼 차고 넘친다. 특히나 한 나라를 이끌겠다는 사람의 말은 국민이 무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는 식으로 "왜 그렇게 들었냐"며 청자(聽者)를 탓하고, "저학력·저소득층에 국힘 지지자가 많다"고 말을 해놓고선 '왜곡'됐다며 언론 탓을 하는 적반하장이 반복되면 말의 무게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거짓말은 좌우의 이슈도 진영 논리의 대상도 아니다. 대통령이든 야당대표든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거짓말로 대중의 눈을 가리고 혹세무민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따르는 게 법에 의한 지배이자 정의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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