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못하겠습니다" 사라진 테슬라

윤원섭 2022. 9. 1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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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도 추가업무도 "문제없다"
해고 피하려 거절 못하고 열일
대신 성과만 내면 후하게 보상
최고 전기차 기업 성장 원동력
구조조정조차 쉽지 않은 한국
무한경쟁 시대 이겨낼 수 있나
"테슬라에서는 상사가 업무 지시를 하면 보통 'No'로 시작하는 답을 합니다. 바로 'No problem'입니다."

최근 기자가 만난 미국 현지 테슬라 관계자가 농반진반으로 한 말이다. 무슨 말인즉, 테슬라 직원들은 매니저나 상사의 업무 지시가 있으면, 웬만하면 토를 달거나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테슬라가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조직문화는 스타트업처럼 해고가 너무나도 쉽게 이뤄지기 때문에 해고를 피하려면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해야 한다.

테슬라 직원들은 대개 야근이 많고, 언제나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을 갖고 산다. 밤늦게 혹은 새벽에 업무 이메일이 오가기도 한다. 신문기사가 테슬라의 기술적 결함 등 문제점이라도 보도하거나 정부 당국에서 문제를 삼으면 곧이어 담당자나 책임자가 해고되는 게 일상이다.

그렇다고 시키는 일만 하는 건 아니다. 테슬라의 조직문화는 여전히 스타트업과 같아서 혁신을 추진하기에 알맞게 유연하다. 누구든 좋은 아이디어로 성과를 어필하고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열심히 일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들이 직원을 쉽게 해고할 수 없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노동경직성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좀 지난 통계지만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와 통계청 자료를 이용해 만든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법적 해고 비용은 주급의 27.4배였다. 반면 미국은 법적 해고 비용이 거의 없었다. 미국에서,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대개 고용계약서에 이른바 임의고용(at will employment) 조항이 담겨 있어서 회사는 어떠한 사유, 설명, 경고 없이도 고용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기자가 한국에도 미국식 임의고용 조항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 높으면 오히려 업무 효율을 낮출 수 있다. 우리나라 환경을 감안하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안전망도 확충해야 한다.

다만 지금과 같은 노동경직성이 높은 환경에서 우리 기업들이 세계 무한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미국에서는 스타트업에서부터 대기업까지 생산성과 혁신을 높이는 일이라면 그게 설령 해고라도 닥치는 대로 하고 있다.

최근 미국 빅테크들은 경기 하강을 이유로 앞다퉈 구조조정 중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LA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조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인력 등 자원 감축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우리만 두 손, 두 발 다 놓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야 할 때다.

[뉴욕 = 윤원섭 특파원 yw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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