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눈치 백 단' 소비자를 상대하려면
글로벌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가 4월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 소비자의 51%가 '기업이 물가 상승기를 이용해서 이윤 증대를 위해 필요 이상으로 가격을 인상한다'고 답했다. 이는 아일랜드(74%), 미국(60%)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일본(17%), 중국(25%), 프랑스(35%)보다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통닭을 파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영업이익률을 따져보고 국산 우유 가격을 해외와 비교해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딜로이트는 '약탈적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불신이 커지면 반기업 정서도 높아지고 결국 소비를 줄이게 된다고 진단했다. 기업이 실제로 부당하게 가격 인상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 소비자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재 기업은 인플레이션 시대를 어떻게 건너야 할 것인가. 딜로이트는 투명성·혁신·다양성을 제시했다. 먼저 기업은 소비자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이때 소통의 핵심은 '투명성'이다. 농심은 밀가루와 기름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비교적 투명하게 신라면 가격 인상 요인을 밝혔다.
둘째는 혁신이다. 커피 기업은 수입 원두 가격이 오르면 해외 커피 농장을 사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라면회사인 농심도 중국, 미국에 현지공장을 설립했다. 해외법인을 포함한 농심의 실적은 여전히 영업 흑자 상태다.
또한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농심 신라면은 가격 인상 후 820원이다. 농심은 주력 제품군 가격이 1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신제품이 눈에 띄지 않는 점은 아쉽다. 일부 업종에선 비용 증가 이상으로 가격을 인상하려는 조짐이 보인다. 고물가 시대 기업의 '가격 인상'은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수준이어야 한다. '약탈적 가격 인상'은 소비자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다. 소비자들은 이제 '눈치 백 단'이다.
[유통경제부 = 김기정 기자 kim.kiju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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