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강기영, 데뷔 14년 차에 만난 '이상한 작품' [인터뷰]
'서브아빠' '유니콘상사' 쏟아진 별명…갈증 해소한 소중한 작품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강기영이 데뷔 14년 차에 '이상한' 작품을 만났다. 도전의 의미로 임한 작품은 생소한 채널에 대한 우려를 뒤로하고 흥행에 성공했다. 여기에 다양한 수식어까지 얻었다.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은, 그래서 더 감사한 작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강기영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 이하 '우영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은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가 대형 로펌 한바다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를 그렸다. 강기영은 극 중 법무법인 한바다 소속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 역을 맡아 우영우를 비롯한 한바다 변호사들과의 '케미'를 보여줬다.
ENA라는 생소한 채널에서 0.9% 시청률로 시작한 작품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가파른 시청률 상승세는 물론 화제성 지표까지 장악했다. 최종 17.5% 시청률로 막을 내린 '우영우'는 2022년 신드롬을 일으킨 것이다.
이에 강기영은 "먼저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 처음에는 너무 잘돼서 믿기지 않았다. 화제 되는 작품에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인기를 처음부터 예상한 건 아니었다. 강기영은 "감독님과 작가님, 배우들에 대한 믿음은 있었다. 하지만 '신드롬'으로 일컬을 정도로 흥행할 줄은 몰랐다. 사실 생소한 채널에 대한 우려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채널 번호도 다르고 어떻게 보면 신생 채널이었지 않나. 그래서 체감도 바로 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강기영이 판단한 '우영우'의 인기 요인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그동안 K-좀비, 액션물들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장르물 특성상 보기 어려워하는 분들도 분명 있었다. 또한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피로를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드라마가 지친 마음을 달래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촬영장 역시 얼떨떨한 건 마찬가지였다. 시청률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때쯤 '우영우'는 촬영 막바지에 돌입한 상태였다. 강기영은 "다들 점점 올라가는 시청률을 보면서도 믿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기대 이상으로 사랑 받는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그래서 권민우 역할을 맡은 주종혁 배우에게는 장난스레 '나는 14년 만에 이런 행복한 경험을 하고 있는데, 너한테는 그 경험이 빨리 온 것 같아 배 아프다'고 말하기도 했죠.(웃음)"
강기영의 말처럼 그는 데뷔 14년 차에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경험했다. 극 초반 정명석은 우영우를 마주했을 당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편견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자신의 발언이 실례라는 걸 깨달았을 때는 먼저 사과하고, 우영우가 상처받진 않았을지 그를 살핀다. 이후에는 누구보다 우영우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모두가 바라는 멘토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우영우와 정명석의 관계성은 첫 방송부터 화제를 모았고, '서브아빠'라는 수식어까지 탄생했다.
극 중 한바다 변호사들에게는 저마다 애칭이 있었다. '우당탕탕' 우영우, '봄날의 햇살' 최수연(하윤경 분), '권모술수' 권민우(주종혁 분)처럼 말이다. 하지만 막상 시니어 변호사인 정명석은 애칭이 없었다. 이에 강기영은 "그렇다고 아쉽거나 서운하진 않았다. 대신 내게는 시청자들이 '서브아빠'와 '유니콘 멘토'라는 수식어를 만들어주지 않았나.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사실 정명석 역은 연기 스펙트럼에 대해 고민하던 강기영에게 찾아온 새로운 기회였다. 그는 "코로나19까지 겹쳤던 시기였기에, 기존에 안 했던 역할이 보일 때까지 기다려보자라는 마음으로 있었다. 그러다 때마침 마주친 역할이 정명석이었다. 솔직히 내 연기가 좋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 눈에는 여전히 아쉬운 점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으로 많이 좋아해 주고 사랑을 줘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조바심이 엄청났었는데 보상받은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그동안 유쾌한 역할들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대중이 이제는 내가 안 궁금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많았죠. 재밌는 역할을 하는 배우라고 각인됐을 것 같고, 표현 방식도 늘 하던 익숙한 연기라고 생각될 것 같았거든요. 이러한 제 우려를 정명석이 깨줬죠. 강기영이 다른 스펙트럼의 연기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스스로도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계기가 됐어요."
촬영하면서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법정물 특성상 법률 용어가 섞인 방대한 대사로 인한 고충이었다. 강기영은 "정말 어려웠다"며 "과거 출연했던 한 편의 드라마 속 대사보다 '우영우' 속 한 장면의 대사가 더 많았던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내 그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힘들다고 우는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옆에 박은빈 배우가 있었다. 때문에 어떻게든 해내야만 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박은빈 외에 배우들 간의 호흡과 촬영장 분위기도 궁금했다. 강기영은 "우리는 카메라가 꺼져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음향 감독님의 청력이 떨어졌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다. 언젠가부터는 너무 떠드니까 슛이 안 들어갈 때는 마이크를 아예 꺼버렸더라"며 "특히 하윤경은 '여자 강기영'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너무 재밌다. 어떤 말장난이든 다 받아치고 오히려 더 재밌게 받아친다"고 전했다.
강기영에게 '우영우'는 어떤 작품이자 경력으로 기억될까. 그는 "첫 방송을 보고 난 다음 날 아침에 마음이 울컥했다. 배우가 다양한 작품에서 좋은 역할을 맡고 싶은 건 당연하지 않나. 내겐 '우영우'가 당연한 소망을 이뤄준 작품이다. 동시에 폭넓은 연기를 할 수 있게 해줬으며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강기영은 "작품이 공개되기 전, 기자님들과 1회 시사를 했었다. 당시 행복한 바이러스가 '우영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그 행복감이 시청자들의 주변인들에게까지 전염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내 바람이 실제로 이뤄진 것 같다"며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작품을 봐줘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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