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우리에겐 '공정노동 깻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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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는 풍요의 날이다.
이들이 힘들고 어려운 필수 핵심 노동을 맡지 않는다면 딸기도, 고추도, 토마토도, 달걀도, 돼지고기도, 파프리카도, 깻잎도 밥상에 오를 수 없다.
밥상의 깻잎은 이러한 노예적 이주노동의 산물이다.
우리 밥상이 실질적 노예노동의 결과라니, 너무나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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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노동' 문제 해결 사회적 관심 필요
우춘희의 ‘깻잎 투쟁기’(교양인 펴냄)는 한국의 밥상 공동체를 누가 떠받치는지를 알려준다. 오늘날 우리 농어촌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4명이 이주노동자다. 이들이 힘들고 어려운 필수 핵심 노동을 맡지 않는다면 딸기도, 고추도, 토마토도, 달걀도, 돼지고기도, 파프리카도, 깻잎도 밥상에 오를 수 없다. 인구 고령화와 청년층 이탈 탓에 일할 사람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에서 사회인류학을 전공하는 연구자이자 한국과 캄보디아를 오가며 이주노동 문제를 깊게 다루어온 인권 활동가다. 전문성과 현장성을 겸비한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깻잎 밭에 취직해 일하면서 겪은 농촌 노동 현실에 대한 생생한 르포르타주인 동시에 우리나라 농업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조건과 처참한 생활환경에 관한 최초의 인류학적 참여관찰 기록이다.
‘깻잎 따기’는 농촌 이주노동의 상징이다. 비닐하우스 재배로 한 해 내내 일이 끊이지 않는 데다 오직 사람 손으로만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 기록된 비닐하우스 깻잎 밭은 전장 같고, 깻잎 따기는 투쟁의 연속처럼 느껴진다. 농촌 이주노동자들은 호소한다. “우리는 노예가 되기 위해서 한국에 온 것이 아닙니다. 노동자로서 자유롭게 일하기 위해서 한국에 왔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삶은 비참하고 끔찍하다. 이들은 하루 열 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고작 한두 번 쉬는 게 전부이다. 화장실 갈 틈조차 주지 않는 노동 속도에, 끝없이 쏟아지는 언어폭력이 일상이다. 여성의 경우, 성폭행도 드물지 않다. 숙소도 마련되지 않아 밭 옆에 딸린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에서 먹고 자곤 한다. 그러나 잔혹 노동의 대가는 너무 적다. 흔히 최저 시급조차 받지 못했다. 그나마 제때 지급되지 않아 몇 달씩 미루어지거나 떼먹히기 일쑤였다.
밥상의 깻잎은 이러한 노예적 이주노동의 산물이다. 필리핀, 몽골, 태국, 캄보디아, 중국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 약 22만명이 한국 농어촌 전역에 퍼져 힘겹게 일하고 있다. 불법 체류 중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많다. 우리 밥상은 대부분 이들의 피눈물을 통해 차려지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에겐 직업 이전의 자유도 없었다. 정해진 일터를 떠나 다른 일터를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복잡한 규정으로 이주노동자를 얽매는 고용허가제 탓이다. 이들에겐 ‘탈출’해서 미등록 노동을 택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었다. 불법을 부추기는 실질적 노예노동이 백주에 버젓이 횡행하는 셈이다.
밥상의 윤리는 인간 도리의 출발이자 시민 윤리의 기초다. 인류의 위대한 진보 중 하나는 노예노동의 산물을 먹고 입고 쓰기를 거부하고, 이를 금지하고 척결하는 일에서 시작됐다. 우리 밥상이 실질적 노예노동의 결과라니, 너무나 끔찍하다. 공정무역 커피보다 ‘공정노동 깻잎’이 우선이다.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하는 농촌 이주노동 문제 해결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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