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도 '강인한 인상' 받았을까

황민국 기자 2022. 9. 1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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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또 '실력 입증'..강호 레알 마드리드전 시즌 3호 AS
레알 마요르카 이강인(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11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의 2022~2023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5라운드 경기에서 다니 세바요스(왼쪽에서 두번째)를 수비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마드리드 | AFP연합뉴스
화려한 기술·키 패스 독보적 수준
‘부족한 플랜B 메울 적임’ 목소리
선호하지 않는 스타일 철저 외면
벤투의 소신, 고집으로 끝날지
9월 A매치 소집명단 ‘시선집중’

카타르 월드컵을 대비한 마지막 모의고사인 9월 A매치를 앞둔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53)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벤투 감독은 1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차례 평가전(23일 코스타리카·27일 카메룬)에 나설 태극전사들의 명단을 발표한다. 한 선수의 발탁 여부가 주목된다. 유럽파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강인(21·레알 마요르카)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강인은 사실상 월드컵 최종 멤버(26명)에서 배제된 선수였다. 벤투 감독은 선수 선발과 전술 채용에서 자기 색깔이 확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후방 빌드업을 기본 골자로 활동량과 조직력을 우선시하며 큰 변화를 주지 않아 왔다. 이재성(마인츠)과 황인범(올림피아코스), 정우영(알사드)을 미드필더로 중용하며 조직력을 맞춰 왔다. 벤투 감독은 2019년 9월 조지아전에서 이강인을 처음 대표팀에 발굴했으나 지난해 3월 한·일전 참패(0-3 패) 이후에는 철저히 외면했다.

그런데 이강인이 레알 마요르카에서 2년차를 맞이한 이번 시즌 눈부신 활약을 펼치면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강인은 멕시코 출신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주전을 꿰찼다. 유럽 빅리그로 분류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화려한 기술과 감각적인 드리블 그리고 동료를 살리는 키 패스는 독보적인 수준이다.

지난 11일 유럽 최강팀인 레알 마드리드전에서도 증명됐다. 이강인은 전반 35분 프리킥으로 베다트 무리키의 선제골을 도왔다. 팀은 전력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1-4로 역전패했지만 이강인은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1골 3도움)를 기록하며 리그 도움 공동 1위에 올라섰다.

태극마크와 한동안 멀어져 있던 이강인은 이번 소집이 사실상 월드컵 본선에 참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번 월드컵은 유럽축구 시즌 도중인 11월에 열리는 터라 대회 1주일 전에 유럽파를 소집할 수 있어 예년처럼 대회 직전의 변화는 어렵다. 이강인은 벤투 감독에게 부족한 플랜 B를 제공해줄 수 있는 선수라는 의견이 많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상대들의 전력을 감안한다면 노출된 기존 전술과 다른 색깔도 필요하다. 왼발잡이 이강인은 약속된 세트피스에서 상대의 의표를 찌를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가 이번 시즌 도움 3개 중 2개가 세트피스로 만들어낸 득점이다.

벤투 감독은 이전 선수 선발 과정에서 경기력에 대한 판단보다 자신이 꾸준히 발탁한 선수에 대한 신뢰를 더 중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벤투 감독이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이강인에게 마지막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철학이 고집으로 전락하는 패착이 될 수 있다. 이강인을 뽑는다면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던 자신의 발언에 정당성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벤투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진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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