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가 불타오를 땐 일단 피하는 게 상책
9월 들어 '그분'이 오신 듯 펄펄
순위싸움 팀들의 경계대상 1호로
NC 양의지(35)는 ‘힘들이지 않고 스윙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타구가 멀리 간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양의지는 그때마다 답한다. “나도 나름대로 힘을 들여 때리는 것”이라고.
보는 사람의 시선이 어떻든, 또 선수 본인의 생각이 어떻든 양의지의 스윙은 그만큼 부드럽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임팩트 순간에 힘을 최대치로 잘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양의지는 최근 기자와 대화하면서 자신의 타법에 대해 스스로 느끼는 ‘감각적인 부분’을 설명했다.
“잘 안될 때는 몸이 방망이를 통제하지 못해요. 몸과 방망이가 같이 움직여줘야 합니다. 말하자면 따로 의식하지 않고도 방망이를 아주 자연스럽게 제어할 수 있어야 해요. 사실, 지금은 그게 됩니다.”
방망이와 몸, 또 방망이와 머릿속의 생각이 함께 움직인다는 일종의 ‘물아일체’ 타법이었다. 일종의 ‘득도’의 경지로도 보였다. 실제 어떤 타자라도 타석에서 이런 느낌을 갖고 스윙할 수 있다면, 맨손으로 공을 직접 치듯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라켓의 타격 면이 손에 가장 가까이 있는 탁구처럼 공을 타격하는 게 아주 손쉬운 느낌일지도 모른다.
과정이 어떻든 양의지는 지금 절정의 타격감을 보이고 있다. 타자들이 농담처럼 얘기하는 ‘그분’이 오신 상태다.
9월 들어 8경기를 뛰면서 타율 0.481(27타수 13안타) 4홈런 16타점에 OPS 1.522. 최근 페이스를 본다면 1점 승부의 만루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닐 경우, 양의지만큼은 고의4구로 내보내는 게 상책일 수도 있다.
양의지는 12일 현재 타율 0.292(367타수 107안타) 20홈런 85타점을 기록하며 타율 3할 고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여파 등으로 타격 리듬이 최저점으로 주저앉았던 지난 4월만 해도 쳐다보기 어려운 지점이다. 양의지는 지난 4월을 타율 0.150으로 마친 뒤 5월을 보내면서도 타율 0.244로 정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여름 들어 성큼성큼 타격감을 끌어올리더니 후반기 타율 0.360, OPS 1.131로 반등한 끝에 이전의 위압적인 모습을 되찾았다.
양의지가 타선의 중심을 잡으면서 팀 타선도 올라서고 있다. NC는 8월 이후 팀타율 0.280으로 동일 기간 기준 LG(0.285)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NC는 9월 들어서는 팀타율 0.300으로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다. 덕분에 NC는 9월 10경기에서 7승3패를 질주하며 5위 KIA에 4.5게임차로 따라붙어 하위 5개팀 가운데 5강 희망을 붙들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팀으로 생존해 있다.
양의지는 다른 팀의 마지막 순위싸움에서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리그 전체를 통틀어 경계대상 1호 선수가 됐기 때문이다. 양의지의 스윙과 2022시즌 종반 리그 전체 순위싸움이 연동되고 있다.
안승호 선임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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