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는 삶, 질문을 던지다[삶과 문화]
우리의 일상은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지금 우리는 자본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짜인 거대한 사회 조직 속에서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하여, 또한 그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하여 아등바등 처절한 몸부림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보다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눈앞에 펼쳐지는 이익을 더 많이 취하려고 물불을 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사람이라면 차마 하지 못할 짓까지도 스스럼없이 행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우리 사회를 ‘무한경쟁’, ‘약육강식’ ‘적자생존’이라는 동물의 생존논리가 우선하는 ‘승자독식사회’라고 규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인간이 생존의 문제 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오직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에만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동물적 차원에 머물러 있다고 할 것이고, 그 속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좋은 사회를 가름하는 지표 중의 하나는 바로 약자에 대한 배려의 정도일 것이다. 약자에 대한 배려의 정도가 높은 사회일수록 살기 좋은 사회라고 평가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삶의 조건이 선진국 수준에 올라섰다고 할 수 있겠지만, OECD 국가 중 자살률 최고, 출산율 최저란 지표가 말해주듯, 삶의 질의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현실에 대한 절망을 나타내고, 출산율이 최저라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한국이란 사회가 건강하고 살만한 곳이 못 된다는 징표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존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꿈꿀 수 없는 사회에는 ‘허무주의’가 팽배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가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하고,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인지를 몰라 정신적으로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은 자신이 처한 불행한 현실을 그대로 방기해 오지 않았다. 개인과 사회를 막론하고 언제나 철학적 질문을 통하여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해 왔다. ‘철학함’이란 바로 문제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질문을 통하여 인간다움의 길을 모색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칸트가 “철학을 배우지 말고, 철학함을 배우라”라고 촉구한 이유일 것이다. 질문이 없는 곳에는 철학이 있을 수가 없다. 질문이 없다는 것은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삶에서 자신을 향한 질문이 없다면, 그 삶은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거나 타락하게 될 것이다. ‘철학이 있는 삶’이란 바로 직면한 부당하고 불합리한 현실에 대하여, 자신과 사회를 향하여 새로운 삶의 방향 모색을 위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 할 것이다. 정확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그곳에서 의미 있는 삶과 인간다움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갈 수 있다.
이러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려면 ‘깨어있는 마음’의 작동이 우선 되어야 한다. 공자는 “부귀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면 거기에 머물지 말아야 한다. 가난과 천함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벗어나지 못하면 그것을 떠나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있다. 부귀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도 모두 ‘공정성’의 원칙에 따라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마음속에 옳고 그름을 따져 묻고, 불합리함에 대하여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공정한 마음(公心)’, 즉 ‘깨어있는 마음’이 없다면, 우리는 쉽게 편법을 동원하여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고, 사회적 공익을 저버리는 행위를 조금도 주저함 없이 행하게 될 것이다. 철학이 있는 삶이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갖추고, 가치적 측면에서 인간이 짐승이 되지 않기 위한 짐승탈출의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승현 (사)나란히 희망철학연구소 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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