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보증금 돌려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5년 새 2.5배 증가
보증금 미반환 사고 갈수록 늘어
전·월세 계약이 종료된 후 보증금을 받지 못해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차계약이 만료돼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주지 않으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이사를 가지 못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반드시 이사를 해야 할 경우 활용하는 제도가 ‘임차권등기명령’이다.
주택 전·월세 임대차계약이 종료됐음에도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임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경우 임차인이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고, 법원으로부터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 등기를 마치면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면서 임차주택에서 자유롭게 이사할 수 있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임차권등기명령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한 달간 전국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121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5년 전인 2017년 6월(488건) 대비 2.5배 증가한 수치다.
수도권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증가세가 가팔랐다. 6월 한 달간 서울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363건으로 2017년 6월(106건) 대비 3.4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경기·인천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114건에서 554건으로 4.9배 증가했다. 특히 인천이 2017년 6월 36건에서 2022년 6월 343건으로 9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신청 건수 증가는 전·월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법원의 인용률도 높아지고 있다. 5년간 서울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인용률은 72%에서 90%로 늘었으며, 경기·인천은 87%에서 89%로 증가했다.
문제는 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활용하더라도 보증금이 재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면 다른 주거지를 구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진선미 의원은 “정부가 최근 전세사기 피해방지안을 발표하며 저리자금 긴급대출,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가입지원, 긴급거처 제공 등 대응계획을 내놨지만 속칭 ‘깡통전세’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부족하다”면서 “시장가격에 비해 낮은 긴급대출한도, 임시거처의 입지 문제 등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지난 8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 건수 및 사고 금액은 각 511건, 108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상품은 2013년 9월 처음 출시됐으며, 공공보증기관인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 민간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에서 취급하고 있다.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돌려준 보증금 액수도 지난달 830억원(398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집값 상승세와 맞물려 전세보증금이 상승한 영향도 있지만 그만큼 ‘악성 임대인’이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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