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 역대급 영업이익?..진짜 호황은 '정유 4사'뿐
정유 4사 제외하면 1%도 안 돼
정유사 216% 폭증의 '착시효과'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속에서도 국내 상장사들이 상반기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고유가에 따른 ‘착시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정유사를 제외할 경우, 전년 대비 국내 상장사의 상반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1%에 못 미쳤다.
12일 경향신문이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기업 602개(삼성전자 제외)에서 국내 4대 정유사를 제외한 598개의 영업이익은 66조7697억원으로 1년 전(66조1163억원) 대비 0.9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 602개 상장사의 영업이익 규모(79조900억원)가 전년 대비 12.96%나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유4사만 ‘나 홀로 호황’을 누렸다는 뜻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유가가 치솟으면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은 12조3203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조8995억원)보다 215.95% 증가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에 따라 602개 상장사 영업이익에서 정유4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5.57%에서 15.58%로 커졌다.
정유4사를 제외하면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과 달리, 매출액은 3.3%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기업들의 매출도 자연스레 늘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도 함께 뛰면서 정작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LG전자와 현대모비스 등도 이 같은 이유 때문에 2분기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영업이익률은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
고유가 착시효과를 걷어내면 수출은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15대 주요 품목 중 반도체 등 절반이 넘는 9개 품목에서 수출이 감소했지만 총 수출 규모는 1년 전보다 6.6% 증가했다. 이는 고유가에 따른 제품단가 상승으로 석유제품 수출이 전년 대비 113.6%나 늘었기 때문이다.
체감경기는 바닥인데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에너지 기업들로 인해 지표가 상대적으로 좋게 나오는 착시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6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들의 2분기 이익증가율이 3%대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적 발표 결과를 보면 6%를 웃돌았다. 에너지 분야 기업이익이 1년 전보다 293%가량 뛰었기 때문이다. 실제 에너지 부문을 제외할 경우 전체 이익증가율은 -4.0%로 오히려 감소했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미국 경제 실물지표는 에너지 기업들로 인해 실제보다 좋게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향후 지표의 움직임과 함께 그 내면의 모습도 보다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종의 선방에 가려졌던 국내 기업 실적도 하반기에는 빠르게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이 3분기 실적 전망을 한 국내 상장사 226곳 중 124곳(54.8%)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7월 말 대비 낮아졌다. 영업이익 추정치가 높아진 곳은 90곳(39.8%)에 그쳤다. 김한진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에는 미·중 등 주요국 경기 침체에 반도체 업황마저 부진하면서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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