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 바람 타고..다시 찾아온 '범선 시대'

이정호 기자 2022. 9. 1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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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 벤처기업 세일카고
화물선 '베가' 운항로 연내 확대
내년엔 태양광 전기모터 단 배도
화물 운송용 범선 ‘베가’가 돛을 펼쳐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탄소 감축과 유가 인상에 대응하려는 요구가 커지면서 최근 범선 활용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세일카고 제공

탄소감축에 대한 누적된 요구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기름값 폭등이 겹치면서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범선이 해상 운송업계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300여년 전 전성기를 누리던 범선이 21세기의 사회·경제적 여건을 배경으로 바다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코스타리카의 신생 벤처기업 세일카고는 현재 스웨덴에서 카리브해를 연결하는 화물 노선에 투입되고 있는 범선인 ‘베가’를 올해 말부터 콜롬비아와 미국 뉴저지를 잇는 항로에도 띄울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베가는 길이 42m, 높이 27m의 중형 범선이다. 승무원 14명과 승객 4명을 태울 수 있다. 선체는 참나무로 만들어졌다. 겉모습은 전통적인 스웨덴 범선이지만, 핵심 부위에 구리를 대거 사용하는 등 현대 선박 기술을 활용해 건조했다.

이 배에 사용된 구리는 2t이 넘는데, 선체를 이루는 목재를 보호하는 게 핵심 역할이다. 선박의 외부 바닥에 달라붙는 따개비 등 각종 오염을 막는 방패 구실을 한다. 방수 격벽과 화재 안전 시스템, 실내 온도 조절장치도 달렸다. 최신 항법 시스템도 장착했다.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긴 해도 최신형 선박에 들어갈 만한 기술을 고루 갖췄다.

세일카고는 이 배의 적재량이 원두커피 82t을 실을 정도라고 밝혔다. 세일카고가 화물 운송 능력을 커피를 이용해 설명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현재 이 배를 이용하는 주고객사가 공정무역 커피 회사이기 때문이다.

범선으로 커피 등 화물을 옮기면 무엇보다 탄소감축 노력에 동참할 수 있다. 현재 선박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3%를 차지한다. 게다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기름값이 오른 것도 바람에서 동력을 얻는 선박의 매력을 키우고 있다. 지구환경을 보호하면서 운송 비용도 줄이는 일석이조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세일카고는 내년에는 또 다른 범선을 띄울 계획이다. 적재량을 250t까지 키운 ‘세이바’라는 이름의 배다. 세이바는 기본적으로 범선이긴 하지만, 순수하게 바람의 힘만으로 항해하지는 않는다. 바람이 약해졌을 때에도 움직일 수 있도록 선체에 전기모터를 달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동력 선박이다. 특히 전기 일부를 자체 생산하기 위해 배에 태양 전지판도 설치할 예정이다.

세일카고는 공식자료를 통해 “앞으로 바람과 함께 수소연료전지, 바이오 연료 등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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