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이강인을 위한 대표팀, 대표팀을 위한 이강인..선택은?

오광춘 기자 2022. 9. 12. 19:1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물하나, 이강인에겐 우리 축구의 판타지가 깃들어 있습니다. '공을 예쁘게 찬다'는 말이 잘 들어맞는 선수죠. 공을 몰고 상대 압박을 휘휘 피해 가면서 축구에서 왜 드리블이 필요한지를 설명해줍니다.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공을 넣어주며 잘 짜인 수비를 어떻게 허무는지도 알려줍니다. 키 작은 선수가 한 뼘은 더 커 보이는 선수를 제치고 그라운드를 휘젓는 모습이 쾌를 불러냅니다. 왼발 킥은 말할 것도 없죠. 손이 아닌 발을 쓰는 축구의 제약을 비웃듯 정확하고 세밀한 축구가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이강인은 레알마드리드를 상대로도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멋진 프리킥은 선취골의 발판이 됐습니다. (사진=EPA연합뉴스)
그렇다고 이강인이 축구의 낭만에만 기대고 있진 않습니다. '현재의 이강인'은 '과거의 이강인'과 더해져 극적인 매력도 지니고 있죠.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던 공 잘 차는 아이가 축구 선수로, 더구나 스페인 리그에서도 주목받는 유망주로 성장한 이야기부터 남달랐습니다. 4년 전, 20세 이하 월드컵에 두 살 많은 형들을 이끌며 준우승까지 일군 동화 같은 스토리도 추가됐습니다.
계속 성장해서 금세 성공할 줄 알았지만 주춤하기도 했죠. 발렌시아에서 제대로 피지 못했습니다. 1년 전 더 많은 경기를 뛰기 위해 마요르카로 옮겨갔지만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마요르카가 비교적 약체다 보니 이강인의 축구를 맘껏 펼쳐 보일 기회가 적었죠. 마요르카를 지휘했던 가르시아 전 감독은 “이강인은 발밑으로 공을 받길 원하는 선수”라면서 “상대 팀의 깊이를 공략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장점도 많지만 그 장점이 또 다른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들렸습니다.
이강인은 어떤 팀을 만나도 한결같습니다. 주눅들지 않고 자신만의 축구를 펼쳐 놓습니다. (사진=EPA연합뉴스)

그러나 올 시즌은 달라졌습니다. 마요르카의 주어가 됐죠. 가장 강한 팀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전을 상대로 도움을 추가했습니다.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로 상승세입니다. 5경기에서 1골 3도움. 도움은 공동 1위입니다. 마요르카가 올 시즌 뽑아낸 5골 중 4골에 관여했습니다. 멕시코 출신 아기레 감독이 중용하며 충분히 뛸 시간을 주니 이강인도 그에 걸맞게 화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잘하는데 축구 대표팀에 안 뽑힐 이유가 없다는 응원도 이어집니다. 정확한 킥으로 세트피스를 책임질 수 있고, 압박을 피해 패스를 열어줄 수 있어 대표팀의 공격 그림을 결정할 수 있는 재능과 자질이 충분하다는 거죠.
이강인 마요르카에서 스페인 무대 통산 100경기를 찍었습니다. (사진=이강인 인스타그램)
그러나 벤투 감독은 이미 월드컵 멤버를 결정해놓은 듯 기존 베스트11에 대한 신뢰가 강합니다. 그간의 대표팀 운용을 살펴보면 전략과 전술, 선수 구성의 변화에 보수적인 편이죠. 이 시점에 이강인이 대표팀에 잘 녹아들 수 있을지도 계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월드컵이 두 달 남은 시점에서 지금껏 꾸려온 전략과 전술을 흔드는 것만큼 모험도 없으니까요. 다만 월드컵 엔트리가 기존 23명에서 26명으로 늘어 다양한 전술, 다채로운 카드를 활용할 만한 최종명단 구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선 이강인의 재등용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벤투 감독의 선택이 궁금합니다. 벤투 감독이 월드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이강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는 13일 발표되는 대표팀 명단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