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같던 삶, 글 배우니 봄날"..배움의 열정

서현아 기자 2022. 9. 12. 19: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BS 뉴스]

이혜정 앵커 

9월은 문해의 달입니다.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200만 명은 글을 읽고 쓰지 못합니다. 


어렵던 시절 한 번 배움의 기회를 놓친 뒤로는 자식들 키우랴, 살림하랴, 다시 배우기가 쉽지 않았죠.


뒤늦게 배움의 즐거움에 빠진 이들이 있습니다. 


성인 문해학습을 통해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죠, 2022 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예장옥 님을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먼저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명절 휴일에 여기까지 나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려서 학교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셨다고 들었어요.


예장옥 75세 / 2022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글꿈상 수상자 

네, 다녀보지 않았어요.


이혜정 앵커 

그러면 글을 배우거나 하셨던 적이 있을까요?


예장옥 75세 / 2022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글꿈상 수상자 

나이 먹어서 배웠어요. 


나이 40대에도 그걸 몰랐어요.


이혜정 앵커 

그러셨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전국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으셨습니다. 


직접 쓰신 시인데요, 한번 한 구절 부탁드립니다.


예장옥 75세 / 2022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글꿈상 수상자 

'내 인생의 최고의 봄날 5살 어린 나를 버리고 간 엄마, 엄마 품이 그리워 얼굴에는 늘 눈물 차곡이 마르지 않았는데, 글 향기에 퐁당 빠진 내 인생 최고의 봄날이다.'


이혜정 앵커 

정말 최고의 봄날입니다. 


시를 보면 지난 시절이 참 많이 들어 있습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 안 해 보신 일이 없다고 들었어요.


예장옥 75세 / 2022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글꿈상 수상자 

뽑기 장사부터 기숙사 애들 밥장사부터 애 어렸을 때는 갓 낳았을 때는 엎고 다니면서 봉투 붙여서 남대문시장에 팔았어요. 


그렇게 살았고, 아무것도 없는 사람한테 가서, 똑같은 사람한테 갔죠, 못 배우고….


똑같은 사람한테 가서, 똑같이 고생했죠.


이혜정 앵커 

그런데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물티슈를 하나 받으셨다고 해요.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예장옥 75세 / 2022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글꿈상 수상자 

주안역을 갔는데 물티슈를 주더라고요. 


근데 그게 중학교 과정을 가르치는 곳이더라고요. 


그래서 거길 찾아갔어요, 갔더니 거기서는 국민학교 졸업장이 있어야 중학교를 간대요. 


그래서 거기서 '어디서 왔냐' 그러길래 주안에서 왔다고 했더니 그럼 주안 도서관에서 하면 국민학교 졸업장을 준다, 거기서 그걸 받아가지고 거기 중학교를 와라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가르쳐주셔서 찾아갔었어요, 작년 이맘 때. 


작년 이맘 때 신청해서 올 3월에 입학한 거예요.


이혜정 앵커 

그렇게 해서 계속 공부를 하고 계십니다. 


요즘 공부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예장옥 75세 / 2022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글꿈상 수상자 

공부가 굉장히 재미있고, 친구들도 좋고, 선생님이 참 열성으로 잘 가르쳐주셔요.


이혜정 앵커 

이렇게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좋아진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예장옥 75세 / 2022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글꿈상 수상자 

몸 아픈 것도 낫고요, 잠이 안 왔는데 잠도 잘 오고, 모든 게 다 긍정적으로 보여요. 


모든게 다 행복해 보이고 지금은 아무것도 부러운 게 없어요.


이혜정 앵커 

네, 그래서 제2의 인생이다, 내 인생의 봄날이다, 이렇게 쓰신 것 같습니다. 


공부를 시작하신 뒤로 꿈도 갖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예장옥 75세 / 2022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글꿈상 수상자 

내가 글을 잘 쓸 줄 알면, 내가 살아온 것을 쓰고 싶어요.


이혜정 앵커 

아, 자서전.


예장옥 75세 / 2022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글꿈상 수상자 

내가 살아온, 내가 어렸을 때 살아온 그것을 자신이 있다면 그런데, 하는 데까지 해봐야 되겠죠.


이혜정 앵커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만도 글을 읽지 못하시는 분들이 200만 명이나 되신다고 해요. 


예장옥 75세 / 2022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글꿈상 수상자 

그렇게 많아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혜정 앵커 

그런 분들이 지금 200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한 말씀 해 주세요.


예장옥 75세 / 2022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글꿈상 수상자 

그게 그렇게 쉽게 나서지지 않아요. 


그런데 한 번 마음 먹고 나서면 그냥 되는데요, 그게 시작이 어려워요. 


'가야지, 가야지, 기초 공부는, 기역, 니은은 해놨으니까 가야지, 가야지' 하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그렇게 또 벌어야 되고, 그러다 보니까 세월이 이만큼 갔어요.


이혜정 앵커 

그런데도 일단 시작을 하면….


예장옥 75세 / 2022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글꿈상 수상자 

시작을 하면 끝을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혜정 앵커 

네, 감사합니다. 


오늘 휴일인데 이렇게 먼 길 오셔서 함께 귀한 말씀 나눠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을 배운 후에 펼쳐질 봄날, 제2의 인생을 우리도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