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와 신화 [전형일의 사주이야기]

2022. 9. 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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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네 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말은 사주팔자에서 연유됐다. 생활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행동, 관습들을 명리학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본다.
ⓒ게티이미지뱅크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것은 작가 이병주의 말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달과 관련된 다양한 신화가 있다.

최근 미국에서 발사 예정인 유인 달 탐사의 프로젝트명은 그리스 신화 속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Artemis)'다. 아르테미스는 제우스의 딸이자, 아폴론(Apollon)과 쌍둥이 남매로 사냥과 순결의 여신이기도 하다. 50여 년 전 첫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가 태양신이자 남성인 오빠 아폴론 이름을 빌렸는데, 이번에는 여동생인 달의 신이 고향을 방문하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는 달을 관장하는 세 명의 여신이 있다. 아르테미스는 초승달, 셀레네(Selene)는 보름달, 헤카테(Hecate)는 그믐달을 각각 상징한다. 아르테미스는 로마 신화에서 다이아나(Diana)가 되고, 셀레네는 역시 태양신 헬리오스와 남매지간인 루나(Luna)가 된다.

아르테미스는 포세이돈의 아들 오리온(Orion)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오리온과 사랑에 빠진 동생을 탐탁지 않게 여긴 아폴론이 오리온을 화살로 쏴 죽이게 한다. 바닷가로 떠내려온 연인의 시체를 뒤늦게 본 아르테미스는 큰 슬픔에 빠져 오리온을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 이번 발사체의 우주선 캡슐 이름이 ‘오리온’이다.

이슬람 문화에서는 달과 관련된 특별한 여신은 없으나 별과 초승달에 대한 의미는 각별하다. 이슬람교는 다른 종교와 달리 종교적 상징이 없다. 유일신 알라 이외의 모든 것을 우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예언자 마호메트도 자신과 관련된 일체 상징물을 만들지 못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무슬림이 신성의 상징으로 공유하는 것은 오각별과 초승달이다. 중동 지역에서 초승달은 깜깜한 밤이 지난 뒤 떠오르는 것으로 '진리의 시작, 부활'이라는 신성함을 함의한다. 또 마호메트가 알라로부터 계시를 받을 때 초승달과 샛별이 떠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반대로 보름달은 마지막이자 최후의 시간을 뜻한다. 따라서 많은 이슬람 국가가 국기와 화폐에 공통적으로도 초승달과 샛별을 공유한다. 또 이슬람권 국가들의 적십자사인 적신월사의 상징 마크도 '붉은 초승달'이다.

초승달은 이슬람 최대 행사인 라마단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라마단은 아홉 번째 달 중 초승달의 출현과 달의 운행을 고려해 결정된다. 이슬람 문화에서 달은 태양보다 더 중요한 생활의 한 부분이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달의 여신으로 '상아(嫦娥)'가 있다. 중국 고대 신화 속 제왕 제곡(帝嚳)의 딸이다. 또 명궁(名弓)인 예(羿)의 아내로, 예가 서왕모(西王母)에게 청해 얻은 불사약(不死藥)을 상아가 훔쳐 먹고 달로 도망쳤다. 불사약은 둘이 먹으면 불로장생하고 혼자 먹으면 신선이 되는 것으로 상아는 예가 없는 틈을 타서 혼자 먹었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가벼워지고 지상을 날아 달나라(月宮)까지 가게 됐다. 항아가 달로 도망갔다는 '항아분월(姮娥奔月)'의 전설 내용이다. ('회남자(淮南子)')

상아는 원래 항아(姮娥)였으나 한(漢)나라 황제 문제(文帝)의 이름인 '항(恒)'자와 발음이 같아 피휘(避諱)하여 '상(嫦)'자로 쓰게 됐다. 이 영향으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대부분 '상아'로 부른다. 지난 2019년 달 뒷면에 착륙했던 중국의 탐사선 이름도 '창어(嫦娥)'다. 도교에서는 상아를 월신(月神) 혹은 태음성군(太陰星君)으로 섬기고 있다.

밤에 뜨는 달은 서정적일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문학 작품에 자주 인용되는 까닭이다. 또 달은 변화와 성장을 한눈에 보여준다. 작아졌다 커졌다를 되풀이하는 달은 우리의 삶인 흥망성쇠를 닮았다. 특히 태양과 남성을, 달과 여성을 동일시하는 것은 동서양이 따로 없는 음양(陰陽) 관념이다. 그나저나 달은 더 이상 상상의 장소가 아니다.

전형일 명리학자·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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