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 19곳 중 2곳만 착공 .. 부동산 침체기엔 더 험난

김남석 2022. 9. 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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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기대감 낮아 이탈자 많아져
조합 내홍·환불 지연 등 분쟁 심화
40곳 중 사업계획 승인 1곳 그쳐
대부분 조합원 모집 단계 머물러
'중도 무산' 사업장 늘어날 수도
부동산 시장 하락기 다른 도시정비사업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내 집 마련'의 한 수단으로 인기를 모았던 '지역주택조합(지주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반 도시정비사업과는 다른 사업 구조로 예전에도 위험성이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장 하락기가 맞물리며 공사비 상승, 이익 감소 등으로 중도 무산되는 사업장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0곳 중 사업계획 승인은 단 1곳= 12일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종합 포털인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따르면 서울시내 지주택 사업이 추진중인 40곳 가운데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곳은 단 1곳에 그쳤다.

사업 승인전 단계인 지구단위계획수립/건축심의 단계에 있는 곳도 3곳에 불과했으며, 대부분의 지역이 여전히 조합원 모집 단계에 멈춰 있다.

서울 지주택 사업 중 가장 최근 착공에 들어간 곳은 '마포구 무쇠막지역주택조합 아파트'다. 지난 2020년 사업승인을 받은 뒤 이달 착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성공적인 지주택사업으로 평가받는 이 곳도 지난 2013년 지역주택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뒤 약 10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특히 지난 2018년 사업 경험이 풍부한 현대건설과 시공계약 협의를 시작하고도 4년이 지나서야 실제 공사에 들어갔다.

지주택 사업이 정비사업 중 최고 난도로 꼽히는 이유는 토지주가 사업주체가 되는 재건축, 재개발과 달리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의 자금을 모아 토지를 직접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 발의 자체는 예정 조합원 20명과 15% 이상의 토지, 80% 이상의 사용승낙서 만으로 가능하지만, 실제 사업에 나서기 위해선 전체 토지의 95%를 매입해야 한다.

이같은 사업 구조로 인해 리스크도 높다. 당초 예상보다 조합원 모집이 저조할 경우 사업비 부족으로 토지 구매가 늦어지고, 결국 토지 미확보로 인해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사업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사업 전 분양가나 공사비 등을 결정할 수도 없고, 이로 인해 추후 분담금이 터무니없이 높아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으로 인해 사업이 무산된 뒤 초기 투입한 비용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서울에서 조합을 설립한 19곳의 지역주택조합 중 실제 착공에 나선 사업지는 2곳에 불과하다. 이렇게 리스크가 높은 사업인 까닭에 지역 내 조합을 관리하는 지자체도 '사업계획승인 이전 단계에 있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미확정으로 조합 가입 시 모든 책임은 가입자 본인에게 있다'는 안내문까지 붙여놓는 실정이다.

◇부동산 시장 하락기 리스크 더 커져= 최근 부동산 시장이 하락기에 들어서면서 지주택 사업의 위험성은 더 높아졌다.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시기에는 사업에 참여하려는 사람도 많고, 추가 분담금이 발생해도 이를 감수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부동산 하락기와 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조합원의 자금 부담이 심해지고, 완공 후 수익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 이탈자가 많아진다.

대형 건설사를 내세워 조합원을 모집하는 사업지도 안심할 수 없는 구조다. 통상 사업 초기 단계에서 건설사와 조합이 가계약을 체결하지만, 본계약이 아니어서 건설사로선 언제든 발을 뺄 수 있는 구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주택 사업은 어느정도 사업 가능성을 평가하긴 하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름만 빌려주는 경우가 많다"며 "건설사 쪽으로 문의가 오기도 하지만 이 때도 사업이 무산될 경우에도 건설사의 책임이 없다는 점을 알린다"고 설명했다.

최근 원자재값,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가 올라가면서 시공사와 조합 간의 다툼도 발생하고 있다. 대전 대덕구 '회덕지역주택조합'의 경우 기존 가계약을 체결했던 시공사와 공사비 갈등을 빚고 있다. 시공사 측은 가계약 당시 향후 본계약 과정에서 물가에 따라 공사비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기 때문에 공사비 인상 요구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조합 측은 당초 예정보다 착공 시기가 늦어진 것은 시공사의 오판에 따른 것으로 이에 대한 책임을 조합에 떠넘기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 사업 건수가 우후죽순 늘어나며 총 80여건의 사업이 진행중인 광주광역시를 비롯해 부산, 대구, 인천, 의정부, 용인 등 최근 2년여간 집값 상승 기대감이 높았던 광역시와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조합 내홍, 지자체 갈등, 환불 지연, 공사비 등 지주택 관련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지역주택사업을 진행 중인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토지 매입 막바지 알박기로 인해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이에 따라 사업이 지연되면서 추가 공사비가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며 "지주택은 사업 불확실성이 높고 사업 기간도 길어 건설사 입장에서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시공사 측에서도 사업이 확정되기 전까지 분담금을 확정할 수 없는 만큼 조합원 가입 전 가입자가 꼼꼼히 따져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조언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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