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업그레이드됐다는데..쌈 싸먹고, 묵밥에 메밀비빔국수

송경은 2022. 9. 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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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규모 대한항공C&D
김포·인천 기내식 센터 가보니
따뜻한 음식 조리 48시간 내
찬 음식은 24시간 내 제공
에어프랑스·싱가포르항공 등
국내외 22개 항공사에 납품
K푸드 열풍 반영한 신메뉴도
지난 8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씨앤디(C&D)서비스 김포 기내식 센터 내 `핫 키친`에서 조리사들이 기내식을 조리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지난 8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씨앤디(C&D)서비스 김포 기내식 센터. 기내식 생산시설인 이곳의 메인 주방 '핫 키친'은 다음 날과 추석 당일인 10일 오전 이륙하는 항공기들에 실을 기내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조리사들이 분주하게 스테이크를 굽고 버섯을 볶는 동안 프라이팬 위로 수시로 불이 타올랐고, 초벌구이용 그릴 벨트를 통과하며 앞뒤로 노릇해진 생선과 소시지가 쟁반에 담긴 채 오븐용 왜건에 차곡차곡 끼워져 있었다. 각종 양식 스튜와 국 등이 끓고 있는 대여섯 개의 대형 스팀 케틀(솥)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 주방을 가득 메웠다.

'콜드 키친'에는 샐러드 등 각종 기내식에 들어갈 채소가 막 입고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박경환 대한항공C&D 생산지원그룹 과장은 "핫밀(따뜻한 음식)은 조리 후 48시간 내, 콜드밀(차가운 음식)은 조리 후 24시간 내 탑승객에게 제공되도록 스케줄을 관리하고 있다"며 "지금 만들고 있는 음식들은 추석이나 추석 하루 전 항공사들이 주문한 기내식"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항공업계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맞으면서 기내식 업계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한항공C&D는 대한항공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0년 말 기내식·기내면세품 사업 부문을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면서 신설된 법인으로, 대한항공이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기내식 업체인 대한항공C&D는 현재 대한항공과 에어프랑스, 싱가포르항공 등 국내외 22개 항공사에 기내식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 출발하는 전체 국제선 가운데 65%에 해당한다. 대한항공C&D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기내식을 전량 김포 기내식 센터에서 생산해 인천 기내식 센터로 옮긴 뒤 패키징과 최종 검수를 거쳐 이륙 2시간 전부터 항공기에 탑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김포·인천 기내식 센터의 일평균 기내식 생산량이 7만3000식에 달했지만 현재는 회복 단계로 하루 2만5000식, 한식·양식·중식 등 1000여 종의 메뉴를 생산하고 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직격탄을 맞은 2020년에는 일평균 1만5000식, 지난해에는 6000식에 불과했다. 매출(기내면세품 포함) 역시 2019년 5000억원에서 지난해 1000억원으로 2년 만에 80% 급감했다.

김형래 대한항공C&D 영업팀장은 "심할 때는 하루에 2000식밖에 생산하지 못한 날도 있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기내식 센터가 종일 조용해 매우 씁쓸했다"며 "기내식을 운반해야 할 밀카트가 하늘이 아닌 지상에 텅 빈 채로 수북이 쌓여 있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지난 7월 새롭게 선보인 기내식 `불고기&묵밥`. [인천 = 송경은 기자]
최근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기내식이 다시금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일례로 대한항공은 지난 3월 제육쌈밥과 고등어조림, 짜장면에 이어 지난 7월 묵밥과 메밀비빔국수, 짬뽕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 중 특히 한식 신메뉴인 제육쌈밥, 묵밥, 메밀비빔국수는 최근 K푸드 열풍과 건강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전 좌석에 제공된다. 대한항공 내 기내식 메뉴개발팀이 제안한 메뉴를 대한항공C&D에서 각 클래스에 맞게 완성했다.

실제로 이날 맛본 대한항공 한식 신메뉴들은 상위 클래스일수록 음식의 종류와 양이 더 많고 질이 더 좋았지만 묵밥, 메밀비빔국수 등 메인요리는 서로 맛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육쌈밥으로 예를 들면 이코노미 클래스에서는 상추·배추·고추 등 간단한 쌈채소와 제육볶음을 한상 차림으로 제공하고, 퍼스트 클래스에서는 기본 쌈채소에 당근·오이·치커리·적겨자 등을 더하고 품질이 더 좋은 고기를 사용해 불맛을 살린 제육볶음을 제공한다.

기내식 메뉴가 상대적으로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반조리 또는 조리 상태로 항공기에 실어 수백 인분을 동시에 서비스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내식 센터의 모든 음식은 항공기 탑재에 적합하도록 철제 랙이나 밀카트에 실려 나간다. 다른 식품 공장과 달리 곳곳에서 철제 부딪히는 소리가 계속해서 나는 이유다. 특히 일부 항공기 일등석을 제외하면 대부분 오븐을 사용하기 때문에 오븐 가열에 적합해야 한다.

기내식 빵이 일반 빵보다 상대적으로 퍽퍽하게 느껴지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이다. 일부러 반죽의 발효를 덜해 치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모든 기내식은 기내에서 차갑게 보관되기 때문에 빵에 공기층이 너무 많으면 빵이 주변 수분을 흡수해 형태가 무너지거나 상할 수 있다.

천정식 대한항공C&D 베이커리 파트장은 "발효를 덜하는 대신 맛이 밋밋해지지 않도록 우유, 버터 등을 더 많이 써서 고소한 맛을 살린다"고 말했다. 대한항공C&D는 빵·디저트류 60여 종을 모두 직접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핫밀은 조리 후 알루미늄 포일에 싸여 오븐용 랙에 꽂힌 채 약 80도에서 5도까지 급속 냉각을 거쳐 항공기 내 오븐에 탑재된다. 콜드밀이나 장거리 항공편의 두 번째 식사용 핫밀, 빵·디저트류, 음료·주류 등은 드라이아이스를 활용한 기내 임시 냉장고에 보관된다.

대한항공C&D는 2000년 국내 단체급식 업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았다. 또 기내식 식품 안전을 위해 정기적으로 식재료와 기내식에 대한 미생물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인천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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