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먼지 날리던 이태원 음식거리, 유흥거리로 돌아왔다

지난 8월 26일 밤 10시 30분쯤 찾은 서울 용산구의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승용차 1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은 이 골목에는 밤을 즐기러 나온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맥주와 소주를 병째로 마시며 걸어 다니거나 가게들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에 맞춰 춤추는 이들이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이동하고 있었고, 약 380m 되는 이 골목의 클럽과 술집 42곳은 모두 만석이었다. 클럽 3곳과 술집 2곳은 20~30여명이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태원역 근처에서 버스킹을 하던 박모(29)씨는 “두 달 전부터 이태원이 다시 붐비기 시작했고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새벽 3시까지 계속 이 상태”라며 “사람들이 다시 많아지니 버스킹하는 재미도 있고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고 했다.
코로나로 먼지만 날리던 이태원 일대에 거리두기 해제 이후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인근 상인들은 이제야 장사가 된다며 안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과 지금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날 찾은 이태원 세계음식거리는 골목 이름처럼 원래는 그리스나 프랑스, 이태리 레스토랑 등 각종 외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다 2019년 말부터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가게들이 하나 둘 정리되기 시작했고, 2020년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면서 대부분이 폐업을 했다. 그 빈자리는 포차나 라운지바, 클럽 등이 차지했다.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골목은 강남과 홍대처럼 주말 술을 마시기 위해 찾는 술집 거리 문화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 거리에서 12년 동안 장사를 했다는 강모(67)씨도 오랫동안 운영해왔던 파스타집을 포장마차로 바꿨다. 함께 장사했던 레스토랑 사장들이 떠나가고 포차와 라운지바가 그 자리를 채우는 걸 보면서 더 이상 이곳에서 파스타로는 장사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강씨는 “지금 골목을 보면 거의 다 포차랑 라운지바가 들어와 있는데 세계음식거리라고 할 수 있겠냐”며 “술집 위주로 거리가 바뀌고 나서 술을 마시기 위해 오는 이들이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고 버려서 거리는 꽁초로 가득하고, 밤에는 가게의 젊은 사장들이 노래를 너무 크게 틀어놔 귀가 먹먹하다”고 했다.
기자가 직접 세보니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의 가게 42곳 중 포차와 라운지바, 호프집은 모두 32개였다. 강씨의 말대로 골목 가장자리에서는 삼삼오오 모인 이들이 담배를 피우고 길바닥에 그냥 버리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고, 가게들이 새벽 영업을 끝내고 내놓은 쓰레기들이 오후 늦게까지 치워지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서 악취가 나기도 했다. 맹기훈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장은 “코로나 기간 동안 이태원 일대에서 장사하던 분이 나가고 새로 들어오는 등의 변화들이 있다”며 “쓰레기 배출 등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이들이 많아 문제가 다소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밤 12시가 넘어가자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와 그 인근에선 강남이나 홍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술에 취한 취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한 취객이 토를 하려고 하자 경찰 2명이 등을 두드려주고 있었다. 경찰은 취객에게 순찰차를 타고 파출소로 가자고 10여분간 설득하기도 했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의 역무원들 역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취객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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