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교육' 훼방 놓는 '보수언론' 보도
[왜냐면] 이병호 | 남북교육연구소장·교육학 박사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역사과 교육과정 시안을 두고 <조선일보>는 ‘좌편향’, ‘문정부 교과서 알박기’ 등의 용어를 써가며 강하게 비판하고 내용 수정을 요구했다. 교육자로서 그리고 교육과정 연구자로서 교육과정 시안의 비판과 수정을 요구하는 보도의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의 긍정적 측면과 개선적 측면을 두루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조선일보>의 주요 주장과 비판은 기사의 다음 내용에서 잘 나타난다.
“새 역사 교육과정 5가지 문제점 보니, ① ‘남침으로 6·25 시작’ 삭제… 북 책임 명확히 안 밝혀 ②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 삭제, 윤 정부의 핵심 키워드 사라져 ③ ‘대한민국 정부수립’ 표현 유지, 건국이 아닌 정부수립으로 격하 ④ ‘8·15 광복’에서 지워진 ‘8·15’, 건국절 논란 의식해 삭제 해석도 ⑤ ‘신자유주의 문제’ 새로 넣어, 산업화 과정 부정적 이미지 부각”(8월31일치)
이 보도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셋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심각한 우편향 역사교육관이다. 조선일보는 최근 우리나라 교육이 좌편향됐다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자주 강조해왔다. 그러나 위 기사를 보면 오히려 조선일보가 우편향임을 알 수 있다. 북한을 대화가 아닌 대결만 하는 상대로, 화합과 교류·협력의 대상이 아닌 대립과 갈등의 상대방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남과 북은 군사적·이념적으로 대치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교류·협력을 통해 공존해나갈 대화 파트너이다. 어느 한쪽 면만을 강조하는 이런 우편향 교육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북한을 향해 제안한 ‘담대한 구상’과도 방향이 다르다.
둘째, 매우 보수적인 교육관에 기초하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말이 있듯, 본질적으로 미래지향적 또는 진보적이어야 한다. 10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10~20년 앞을 내다보고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삶을 살아가며 국가·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의 가치를 중시하고 지키려는 것에만 무게를 둔 보수적 교육관으로는 학생의 행복한 삶도, 국가와 인류의 평화와 행복한 미래를 위한 교육도 실현하기 어렵다.
셋째, 교육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침해할 정도로 비판 수위가 과도하다. 언론이 좋은 국가교육과정 개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보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여러 개의 기사와 사설까지 동원해 최고 수위의 비난을 퍼부은 이번 보도는 과도했다. 한국의 대표적 보수언론의 이런 보도는 교육과정 개편과 관련한 차분한 논의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되레 교육과정 개발을 위해 애쓰는 여러 관계자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결과적으로 좋은 국가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데에 부정적 영향만 끼친다.
‘국민참여소통채널 누리집’에 공개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은 국민 의견 수렴과 공청회, 교육과정심의회 심의, 국가교육위원회 심의 및 의결 등을 거쳐 올해 말 고시될 예정이다. 국가교육과정 개발을 담당하는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와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위원회는 다소 아쉬운 점도 있지만, 교사와 학부모, 시민 등 국민 의견 수렴과 교육과정 연구·개발자들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수렴하는 과정을 통해 좋은 교육과정 개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필자는 본다.
그 결과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은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른 개인 역량 강화와 기후위기 등 세계 또는 인류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만, 한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저출산 문제와 사회격차, 남남갈등과 남북 및 주변국과의 평화와 통합을 위한 노력 등에 관해서는 간과하거나 소홀히 하고 있다고 필자는 본다. 이런 점에서 교육부는 시안의 사회교과군 융합선택과목 ‘윤리문제 탐구’를 2021년 상반기에 도덕과 교육과정 개정위가 제안했으나 최종적으로 채택되지 못한 ‘평화와 공존’ 과목명으로 되돌리는 것을 적극 검토해보길 제안한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국민’ 그리고 ‘국민의 민생 문제’를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2022 교육과정 개정 문제 또한 좌우나 정파적 시각을 떠나 ‘국민’을 중심에 놓고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으로 미래를 위해 접근하면 윤석열 정부 지지도를 올리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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