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날 만든 작은 골프대회, 아시아 대표로 커져 감개무량"

조수영 2022. 9. 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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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에 만든 자그마한 골프대회가 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대회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재일동포 2세인 강 전 부단장은 1981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메이저대회 '신한동해오픈' 전신인 '동해오픈'을 만든 14명의 실행위원 중 유일한 생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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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부 신한동해오픈 창립멤버
41년 전 시작한 '동해오픈'
설립자 중 유일한 생존자
"韓대회 일본서 여는 것 보니
한국 얼마나 성장했는지 실감"
"신한은행 故이희건 명예회장
대회 보며 '잘했다' 웃으실 것"


“젊은 시절에 만든 자그마한 골프대회가 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대회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40여 년 전 기억이 떠올랐는지 강정부 전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교토지부 부단장(82·사진)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재일동포 2세인 강 전 부단장은 1981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메이저대회 ‘신한동해오픈’ 전신인 ‘동해오픈’을 만든 14명의 실행위원 중 유일한 생존자다. 신한동해오픈(8~11일)의 첫 번째 ‘해외 나들이’ 장소인 일본 나라현 고마CC 인근에서 그를 만났다.

강 전 부단장은 “41년 전 동해오픈을 만들 때 ‘큰형님’이었던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께서 시원시원하게 일을 추진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이 회장께서 하늘에서 올해 대회를 보시면서 ‘대회를 잘 가꿨다’며 큰 목소리로 껄껄 웃고 계실 것 같다”고 했다.

동해오픈은 1981년 이 명예회장 등 일본 간사이지방 재일동포 기업인들이 모국의 골프 발전을 돕기 위해 만들었다. 당시 국내 골프대회 중 가장 많은 1500만원을 상금으로 내걸었다. 동해라고 이름 지은 건 일본에서 조국을 바라보려면 동해 쪽을 향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동해는 조국의 다른 이름이었다.

당시 41세였던 강 전 부단장은 14명의 동해오픈 실행위원 중 막내였다. 그는 “재일동포 골프 모임에서 ‘골프 불모지인 한국의 골프 발전을 위해 대회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와 곧바로 의기투합했다”며 “이 회장 등 어르신들이 끌면 막내인 나는 뒤에서 힘껏 밀었다”고 말했다.

강 전 부단장은 25세 때 부친의 사업을 이어받아 교토에서 자갈 채취 및 판매업을 했다. 교토시 민단 부단장 및 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지냈다. 40년 전 야마구치현에 있는 센추리CC를 사들여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40대까지는 1년에 70번 필드에 나갈 정도로 골프광이었다. 체력이 달리는 지금도 1년에 3~4차례 골프장에 나간다고 했다.

강 전 부단장은 “동해오픈을 만들 때만 해도 재일동포는 일본에서 직간접적인 차별에 시달렸다”며 “그 사이 모국이 경제강국으로 성장하면서 한국 골프대회를 일본에서 열 정도가 된 걸 보니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가 재일동포들에게 큰 위안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해오픈은 1989년 9회부터 신한은행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으며 신한동해오픈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 사이 1500만원이었던 상금은 14억원으로 뛰었다. 한국 남자골프의 대표 대회였던 신한동해오픈은 올해를 기점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회로 한 단계 도약한다. 향후 3년간 코리안투어와 일본프로투어(JGTO), 아시안투어 공동주관으로 진행된다. 각 투어의 상위 40위 선수들이 출전해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지난 11일 막을 내린 올해 대회에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3승 보유자인 김시우(26), JGTO 상금랭킹 1위 히가 가즈키(27·일본), 아시안투어 대표선수인 티라왓 카위시리반딧(33·태국), 코리안투어 강자 조민규(34) 등이 우승컵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였다. 우승컵을 들어올린 건 히가였다. 158㎝의 단신인데도 드라이버로 300야드를 날리는 장타자다. 그는 버디 7개를 잡아내며 6타를 줄여 20언더파 264타로 역전승했다. 이번 시즌 들어 세 번째 우승이다.

나라(일본)=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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