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은 썩는다는 과학 상식 부정하는 과학자들

한겨레 2022. 9. 1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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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꿈이었다.

수학을 잘하지 못해서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과학자는 나에게 가장 큰 동경의 대상이다.

한국 사회에서 과학자들이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가장 대표적인 계기 중 하나가 4대강 사업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과학자는 세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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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녹조로 뒤덮인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변 도동선착장. 최상원 기자

[왜냐면] 신재은 |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

과학자가 꿈이었다. 수학을 잘하지 못해서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과학자는 나에게 가장 큰 동경의 대상이다. 그런데 환경운동을 하면서 가장 크게 실망하게 된 이들도 과학자였다. 한국 사회에서 과학자들이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가장 대표적인 계기 중 하나가 4대강 사업일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포장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면서 강바닥을 수심 6m까지 준설하고 16개 보를 만들도록 했다.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 제시는 없었다. 한반도 대운하라는 목적을 숨겨야 했기에 보 건설과 준설은 수질개선과 홍수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비상식적 논리가 과학으로 포장돼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과학자는 세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다. 첫째, 입을 다물었다. 둘째, 정치인의 근거 없는 비전을 포장하고 지원했다. 셋째, 전공분야는 아니지만 4대강 사업이 훌륭한 사업이라고 과학적 해석을 시도했다. 심지어 어떤 이는 강물에 배를 띄우면 배에 달린 스크루 덕분에 수질이 좋아진다거나, 녹조를 산업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거나, 강에 건설된 보가 오염물질을 바닥에 가라앉히는 효과를 높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학자가 특정한 조건에서만 작동하는 방식을 강조하거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서 반지성적인 주장을 펼치면, 이는 정치적 선동이 된다. 언론에서는 이런 논리들을 사실인 양 보도하고, 보수 정치인들은 4대강 사업의 악영향은 보와 상관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오랜 기간 검토를 거쳐 결정된 금강과 영산강 자연성 회복 정책을 발목 잡고, 한강과 낙동강의 수문을 열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높였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었다. 낙동강에서는 2018년 당시 유해 남조류 세포 수가 물 1㎖당 126만개를 기록했고, 부산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덕산정수장에서는 정수 불가능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남조류에서 발생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낙동강 유역 친환경 농산물과 수돗물에서 확인되고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낙동강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 수문이 개방된 금강 역시 보 하류 하굿둑으로 가로막힌 구간에서는 녹조가 발생했고, 이를 하굿둑 바깥 바다에 배출해 갯벌에 서식하는 동죽과 굴에서도 독소가 검출됐다. 미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클래머스강 복원사업은 역사상 최대 댐 철거 사업인데, 이 또한 남조류 독성이 문제가 된 경우다. 클래머스강에 4개의 대형 댐이 건설된 뒤 녹조 현상이 발생하면서 마이크로시스틴이 태평양까지 영향을 미쳤다.

강이 흐르는 효과는 자명하다. 2019년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보 수문을 대폭 개방한 금강과 영산강에서는 녹조가 95~97% 감소했다. 강바닥이 살아나면서 잉어과인 멸종위기종 흰수마자가 돌아왔다. 이는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다. 미국은 지난 100년 동안 1951개 댐을 철거했다. 유럽연합은 6767개 댐이나 보를 철거했으며, 2030년 생물다양성 전략에서 담수생태계 회복을 위해서 2만5000㎞ 길이 강을 자유롭게 흐르도록 하는 목표를 수립했다.

기존 네차례 감사 결과와 정부 위원회 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4대강 16개 보는 한반도 대운하를 위해서 건설됐기 때문에 운하 외에는 용도를 찾기 어려우며, 담수생태계에는 매우 불리한 시설이다. 우리는 최소한 이 정도의 과학적 전제 위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더도 덜도 말고 시민들의 상식적인 눈높이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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