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급등 수혜 없는데..도시가스주 과열

성채윤 기자 2022. 9. 1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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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올 139% 가파른 상승세
지에스이 94%·서울가스도 58%↑
가스대란에 실적개선 기대 크지만
"수익 무관..막연한 테마성" 진단
[서울경제]

올해 코스피지수가 19.93% 떨어지는 와중에도 삼천리(004690)·지에스이(053050) 등 도시가스 공급 업체의 주가는 100% 안팎으로 급등했다. 하락장에서 경기 방어주로서의 매력이 부각된 데 더해 러시아발(發) 천연가스 대란으로 도시가스 공급 업체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 상승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다만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천연가스 가격 상승세가 도시가스 공급 업체들의 마진 개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만큼 현 주가 수준은 ‘오버슈팅(과도한 상승)’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도시가스 공급 업체인 삼천리의 주가가 138.99% 급등했다. 7일에는 장중 22만 2000원을 찍으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지에스이(94.11%), 서울가스(017390)(58.81%), 대성에너지(117580)(39.34%) 역시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가스도 7일 장중 27만 4000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달성했다.

도시가스의 경기 방어주적 면모가 부각되면서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도시가스 업황 특성상 지역 독점이 유지되기 때문에 업체들은 불황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천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3% 증가한 763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가스와 대성에너지의 영업이익도 각각 121.15%, 11.91% 증가한 229억 원, 199억 원을 기록했다. 삼천리 관계자는 “올해 3월까지 이어진 동절기 한파도 판매량 상승을 부추기며 상장 도시가스사 경영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이 수소 사업 등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삼천리는 계열사 삼천리ES를 통해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의 설계·시공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천리가 보유하고 있는 도시가스 배관 시설은 중장기 수소 신사업에 활용될 만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포트폴리오 검토를 통해 본업인 도시가스 사업과의 중장기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매력에도 불구하고 현 주가는 기업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비해 과도하게 오른 측면이 있다며 투자에 주의할 것을 권하고 있다. 특히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도시가스주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린 측면이 있는데,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국내 도시가스 기업들의 이익 증가는 큰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도시가스 업체들은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받고 이를 소비자에 파는 형태로 이익을 낸다”며 “결국 도시가스 업체들의 실적은 지방자치단체와의 가격 협상력이 관건이지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이어 “최근 도시가스주들의 주가 상승세는 천연가스가 오르면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테마성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거나 천연가스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국내 도시가스 관련 업체들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하는 패턴을 반복하고는 했다. 예컨대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23일 지에스이(14.14%), 대성에너지(4.73%) 등이 급등했다. 또 정부가 10월 도시가스요금 인상 수위를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9일 이후 코스피가 3.9% 떨어지는 동안 삼천리와 서울가스는 각각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10월 도시가스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는 상황도 도시가스 업체들의 수익 구조 개선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삼천리 관계자는 “공공요금은 정부·지자체가 통제하기 때문에 도시가스 소비자 요금 상승분은 한국가스공사로 간다”며 “도시가스요금 인상은 한국가스공사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이지 도시가스 기업들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도시가스요금 인상은 업체의 전체 매출 볼륨을 키울 수는 있으나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셈이다. 황 연구원은 삼천리에 대해 “최근 주가 급등으로 이미 현 주가가 목표 주가를 넘어 상승 여력이 부족하다”며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성채윤 기자 ch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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