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19일 영국 국장·20일 유엔총회..한·일, 한·미 회담 추진

유정인 기자 2022. 9. 1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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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출국해 영국·미국·캐나다 5박7일
김건희 여사 주요 일정에 동행 예정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3박5일간의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7월 1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8일부터 5박7일간 영국과 미국, 캐나다를 차례로 방문하며 정상 외교를 편다. 오는 19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고 다음 날 취임 후 처음으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선다.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 미·중 외교의 전략적 모호성 폐기 뒤 맞닥뜨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답보 상태인 한·일 관계 등 외교 환경은 더 엄중해졌다. 순방을 계기로 다각적인 외교전에서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12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이같은 순방 일정을 밝혔다. 지난 6월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후 두 번째 해외 방문이다.

윤 대통령은 우선 19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에 참석한다. 지난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가 영국 최장기 재위 군주로서 영국 및 영연방 국가의 구심적 역할을 해온 점, 한국전쟁 당시 영국이 큰 규모의 병력을 파견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김 실장은 밝혔다. 김 실장은 “장례식 참석 결정은 한·영 관계의 역사적 인연과 중요성, 엘리자베스 2세의 업적과 한국에 대한 고인의 애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8일 런던에 도착해 조문록 서명, 찰스3세 국왕 주최 리셉션 등 일정을 소화한 뒤 다음 날 국장에 참석할 예정이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윤대통령 순방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순방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취임 후 처음으로 나서는 유엔총회 연설이다. 윤 대통령은 런던에서 미국 뉴욕으로 향한 뒤 오는 20일 열리는 유엔총회 고위급 기조연설 첫 날 단상에 오른다. 김 실장은 유엔 총회 주제가 “국제사회가 전례없는 전환점(watershed moment)에 놓였다고 보고 복합적 도전에 변혁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 연설도 국제 현안 해결에 대한 한국의 역할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범지구적 도전에 한국의 역할을 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대북 메시지가 물론 빠질 수 없다”면서 “‘담대한 구상’을 다시 강조할 수 있고 북한이 이 전환기적 시점에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비핵화를 다시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담대한 구상’이 윤 대통령 연설의 최우선 의제로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질적인 외교 성과는 유엔총회 기간 이뤄질 양자 정상회담에 달렸다.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위기 해법과 함께 미국이 최근 제정한 IRA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IRA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으로 한국 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로선 미·중 패권 경쟁에서 ‘안미경미(안보는 미국, 경제도 미국)’ 전략을 선명하게 한 이후 첨단산업 협력 증진 분야에서 암초를 만난 셈이 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앞서 한·미 안보실장 회담에서) 미국 측도 상세히 들여다보겠다고 했고 현재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안다”면서 “우리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므로 양자회담 계기에 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공포된 법으로 한국 정부가 변화를 이끌어낼 폭은 적다는 분석이 많다.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엔 윤 대통령 취임 후 양국 정상의 첫 단독 회담이 된다. 양국 관계 개선의 최대 쟁점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두고 해법을 도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고위 관계자는 “양자 회담이 될 지 아니면 풀어사이드(약식회담)가 될 지 모르겠지만 현재 회담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유엔총회 뒤엔 캐나다로 이동해 경제외교에 중점을 둔 행보에 나선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도 이뤄질 예정이다. 핵심 광물자원 생산국이자 공급국인 캐나다와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 경제안보 공조를 심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김 실장은 밝혔다.

김건희 여사도 이번 순방에 동행해 엘리자베스 2세 국장과 유엔총회 일정에 참석할 예정이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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